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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에 억류된 선원과 선박의 조기 석방을 교섭하기 위해 이란을 방문했던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이란에 억류된 선원과 선박의 조기 석방을 교섭하기 위해 이란을 방문했던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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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문에서 조기 석방이라는 결과물을 도출 못 했지만 선박과 선원에 대한 이란 정부의 조치가 조속히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14일 오후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 등 대표단의 표정은 어두웠다. 지난 4일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나포된 한국 국적 유조선 '한국케미'호의 억류해제를 위해 이란으로 떠났지만 소기의 목적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애초 양국의 시각차가 너무 컸기 때문에 이런 결과는 당연했는지 모른다. 한국 대표단에게는 억류된 선박과 선원들의 조기 석방이 급했지만, 거꾸로 이란은 한국에 억류된 자신들의 돈을 되찾는 게 최우선 과제였기 때문이다.

대표단은 현지 도착 후 외무부 차관, 장관, 법무부차관 등 정부의 고위관리로부터 최고지도자 외교고문, 의회 관계자, 학자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조기석방을 부탁했지만 모두 '동결자산의 해제가 중요하며, 선박 억류는 사법적 문제'라며 딴청을 피웠다.

이란 측이 억류 선박을 사법 절차로 넘김으로써 일단 이번 사태는 장기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럼 앞으로 한국은 사태해결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중동문제 전문가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한국중동학회 회장)에게 해법을 들어봤다.

유 교수는 지난 8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는 이란측의 기획된 작전"이라며 "한국과 이란 관계, 미국과 이란 관계, 이란 내부의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얽혀있기 때문에 해결까지는 열흘, 두 달,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관련기사: "이란 유조선 나포는 기획된 작전, 해결 장기화 우려")

"4년 6개월만의 고위급 방문... 평소 좀 더 신경썼어도"

- 이란에 갔던 우리 대표단이 사실상 '빈손'으로 돌아왔다. 대표단의 현지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번 사태 자체가 애초에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리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예견된 결과다."

- 대표단이 상당한 다양한 인사들과 만난 것 같다.
"다각적으로 접촉하는 게 필요했다고 본다. 절실함을 알리기 위해 일부러 다양하게 만났던 것 같다."

- 가는 데 마다 '동결자금' 이야기를 꺼내는 걸 보면 이란은 그 돈이 정말 절실한가 보다.
"물론이다. 지금 이란은 원래 경제상황이 좋지 않았는데다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 재난지원금을 지출하고 있고 미국 제재 때문에 원유 수출도 한계에 부딪쳐 있다."

- 어쨌든 이란은 이번 문제를 사법절차에 맡기겠다고 했는데, 그럼 이전 전망처럼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봐야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 지난 2013년도 인도 유조선이 이번 한국케미호처럼 환경오염을 이유로 나포됐을 땐 풀려나는 데 23일 걸렸고, 재작년 영국 유조선은 두 달도 더 걸렸다. 어쨌든 이란 입장에선 쉽게 풀어주지 않을테고, 협상 진행 과정에서 우리는 그들에게 석방의 명분을 줘야 한다. 사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부분에서 가석방 형식으로 나오게 하는 게 가장 현실적 대안이 아닌가 싶다."

- 가령 어떤 명분이 있을까.
"동결자금 해제에 대한 확실한 보증을 해주는게 가장 좋겠지만, 미국 제재 때문에 그게 당장 어려울테니 경제 협력 등 미래 관계 발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주는 건 어떨까 싶다."

- 이번 사태를 보고 아쉬운 게 있다면.
"한국 정부의 고위인사가 이란에 간 것은 이번이 4년 6개월만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의 현 정부로서는 그간 남북문제에 집중했어야 했고 미 트럼프 정부가 워낙 이란을 싫어했기 때문에 접근이 조심스러웠을 것이라는 걸 감안해도 그간 너무 이란에 대해 소홀했던 것 아닌가 싶다. 일본만 하더라도 수상을 비롯해 많이 갔는데 말이다. 평소 조금만 더 신경썼으면 이런 일은 미리 막을 수도 있었다고 본다."

- 이란 측 주장이지만 이번에도 이란이 오라고 압박을 가해서 어쩔 수 없이 간 것 같더라. 최 차관도 좀 더 일찍 왔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란 방문 후 카타르에 가서 도움을 요청했다고 하는데, 이란과 카타르 관계가 나쁘진 않지만 이란이 카타르말을 들을까. 이왕 간 김에 도와달라고 했겠지만, 번지수를 잘못 찾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번 기회에 미국-이란 관계 적극적 중재자 역할 나서야"
 
 지난 4일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되는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 모습. 오른쪽이 이란 혁명수비대가 타고 온 고속정이다. 사진은 나포 당시 CCTV 모습. 2021.1.5
 지난 4일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되는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 모습. 오른쪽이 이란 혁명수비대가 타고 온 고속정이다. 사진은 나포 당시 CCTV 모습. 2021.1.5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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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한국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한-미-이란 삼각관계가 얽혀져 있는 사안이다. 이번 기회에 미국과 이란 관계 부분에서 한국이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또 우리가 이란과의 장기적인 미래를 위한 여러 가지 시그널을 보내줘야 한다. 이란이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이란과의 관계를 단절시킬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 이란이란 나라에 대한 비전을 고려해야 한다. 이란은 정말 특이한 나라다."

- 어떤 면에서 특이한가.
"일반적으로 어떤 나라에 석유가 많으면 천연가스가 없다. 반면에 천연가스가 많으면 석유가 적은 게 보통이다. 그런데 이란은 석유도 많고 천연가스도 많다. 심지어 광물자원도 많다. 인구도 중동에서 이집트 다음으로 많다. 지리적으로도 중동 석유 수송의 길목인 호르무즈해협은 이란의 안방이다. 이란은 자원, 인구, 지리 등 3박자를 갖춘 나라다. 미국과 이란 관계 때문에 이란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면 곤란하다. 국제적인 정세는 계속 바뀌고 있고, 향후 우리에게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 사실 한국과 이란은 갈등요소도 없고 상호 우호적인 사이 아니었나.
"맞다. 이란 사람들은 한국인들을 매우 좋아한다. 한류가 대단히 유행하고 있고, 한국 기업들도 많이 진출해있다. 한국처럼 이란 역시 외세의 침입을 많이 당한 나라라서 강대국을 싫어한다. 지금은 미국과의 대립속에서 어쩔 수 없이 중국과 관계를 강화시키고 있지만, 시진핑이 지난 2016년 이란과의 전략적 관계를 제안한 이래 아직도 이란 의회의 비준을 받지 못한데서 보듯 이란은 중국을 끊임없이 경계하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상황을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적극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본다."

- 이번에 '창의적'인 방안을 가지고 간다고 하더니 결국 뾰족한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섣불리 제안을 했다가 미국 눈치를 봐야 하니까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제안을 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이란과의 관계를 확대, 발전시키겠다는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 그래서 차관급 이상의 고위인사를 대표로 하는 경제사절단을 파견하도록 해서, 지금은 국제정서상 어렵지만 우리는 언제나 당신들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준비가 돼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협상에 능한 이란인들, 준비 없이 만났다간 백전백패"
  
 이란을 방문한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이 졸누리 이란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을 접견하고 있다.
 이란을 방문한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이 졸누리 이란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을 접견하고 있다.
ⓒ 외교부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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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인들은 어떤 식으로 협상하나.
"이란 사람들은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페르시아 상인들의 후예들인 만큼 흥정문화와 협상기술이 정말 발달된 사람들이다. 토론문화가 발달돼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준비를 해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든다. 그래서 플랜B, 플랜C 등을 준비하지 않고 만났다간 얻어맞기만 할 거다. 이번에 언론에서 유조선 억류가 코로나 백신 구입과 관련됐다고 하니까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곧바로 미국, 영국의 백신은 사지 않겠다고 했잖나. 안 살 수 없을텐데 이렇게 판을 뒤집어엎는 기술에 능하다. 그들의 언어엔 직접 표현보다는 간접 표현이 더 많아서 행간의 의미를 잘 파악해야 한다. 미국의 협상가들이 이란 사람들을 만나고 나와서는 '무슨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다'는 얘길 많이 한다. 여러 가지 황당한 제안도 하고, 함축적인 얘길 하기 때문에 아무 준비없이 그냥 있는 것만 가지고 얘기를 하게 되면 백전백패다."

- 이란 측 얘기지만, 한국 대표단이 돌아와서 '동결자금 해제' 허락을 얻어 돌아가겠다고 약속했다고 하는데, 다시 갈때는 좀 더 격을 높여서 가야겠다.
"그렇다. 다음엔 최소한 장관 이상은 가야한다. 공식적인 회담 외 고위 인사들을 만난 사진을 보면 이란 통역관은 없이 한국인 통역관 1명만 가운데 있잖나. 격을 따진 거다. 요청을 하니까 만나는 주지만 참석인원을 최소화시켰다. 만나는 주지만 공식적으로는 논의하지 않겠다는 거다. 우리는 만났다는 것 자체에 무게를 두지만."

 -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을 찾자면?
"일단 많은 사람들이 만나줬다는 건 한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시키겠다는 건 아니란 얘기다. 이란은 한국을 필요로 한다. 왜냐면 동아시아에서 중국과의 관계도 미묘한 게 있고, 일본과는 관계는 좋지만 그들은 일본과 미국을 동일시한다. 이란의 멜라트은행이 서울 테헤란로에 있지만 중국에도 일본에도 없다. 아시아 국가에서 유일하게 한국에만 이란은행이 있다. 그만큼 이란 대아시아 정책의 중심에는 한국이 있다. 우리가 이번 사건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이란은 사실상 심각한 경제전쟁 상태잖나. 의약품도 부족하고 백신도 없고 경제위기도 심각하고. 그런 이란의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면서 장기적으로 한-이란 관계를 발전시킬 심도깊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유달승 교수
 유달승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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