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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한 병원 신장투석실 모습. 수십 개의 병상이 나란히 놓여있다.
 서울 한 병원의 신장투석실 모습. 수십 개의 병상이 나란히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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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 중인 신장장애인을 투석해주기 어렵다."

지난해 12월 말, 서울에서 내과를 운영하는 오주민(가명) 원장이 여러 의료기관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성남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부터 코로나19 전담병원까지 열 곳 넘게 전화했지만 돌아온 답은 같았다. 결국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그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환자를 받자니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아서 준비해야 했고 모른 척 하자니 수년간 다녔던 환자가 눈에 밟혔다.

오 원장은 5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3년여 우리 병원에 다닌 적이 있는 환자라 야간에 따로 간호사를 배치해 격리투석을 했다"면서 "별도 시설을 마련하고 의료진을 보충해야 하기에 격리환자를 개인병원이 수용하는 건 한계가 있다"라고 토로했다.

담당 공무원들 역시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공공의료원이나 대형병원에 자가격리 환자의 투석을 부탁해도 번번이 거절당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보건소 직원은 "정말 너무 지친다, 가이드라인이 없으니 일방적으로 환자를 이송할 수도 없고 머리를 조아리며 부탁할 수밖에 없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신장장애인은 주 3회 혈액투석을 위해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그들에게 투석은 선택이 아니라 목숨을 지키기 위한 필수 치료다. 한 번 투석을 거르면 몸에 소변 4000cc가 쌓이는 등 심각한 상황에 다다를 수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의료기관 내 코로나19 환자 병실 배정'에서 투석환자를 병실 배치 우선순위인 고위험군으로 명시한 이유다.

투석은 보통 20~30명이 한 공간에서 받는다. 4시간의 투석 시간 동안 밀폐된 공간에 수십 명이 함께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일반 병실이 아니기에 환자의 병상은 다닥다닥 붙어 있다. 간호사 등 의료진과의 접촉도 필수다. 주사를 꽂고 지혈을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12월 이후, 자가격리 투석환자 받는 곳이 없다
 
 한 지자체가 서울의 한 신장투석병원에 보낸 진료 협조요청. 보건소는 자가격리환자를 격리투석하는 이 병원에 방역물품을 지원한다고 명시했다.
 한 지자체가 서울의 한 신장투석병원에 보낸 진료 협조요청. 보건소는 자가격리환자를 격리투석하는 이 병원에 방역물품을 지원한다고 명시했다.
ⓒ 제보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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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장애인등록현황에 따르면, 신장장애인의 수는 9만 4408명(2019년 12월 기준)에 달한다. 전국의 투석치료 환자는 8만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투석실에서 한 명의 확진자가 나올 경우 수십 명의 자가격리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7월 경기도 광명시의 한 내과의원 인공신장실을 방문한 A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A씨가 방문한 인공신장실에서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다. 당시 질병관리본부와 광명시는 이 병원 의료진과 환자 87명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했다.

자가격리자를 위한 투석실이 시급한 실정이지만, 이들이 갈 곳은 마땅치 않은 현실이다. 코로나 확진자의 경우 투석실이 있는 국립중앙의료원 등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을 수 있지만 자가격리자는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 지침(지자체용) 9-4판'(2020. 12. 28)에 따르면, 신장투석환자는 '관련 학회 지침을 준용한다'고 돼 있다.

대한신장학회/대한투석협회는 자가격리자 대응 지침에 '격리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일 경우 자체 격리치료를 실시한다'라고 명시했다. 음압이 유지되는 격리병실로 투석 장비를 이동해 혈액투석을 시행하라는 것. 그러나 격리치료가 어려운 경우에 대한 지침은 없다.

지난해 11월까지는 자가격리 투석환자도 갈 곳이 있었다. 일부 공공의료기관에서 야간시간을 이용해 자가격리자만을 위한 투석을 담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12월 이후 1000명대 확진자가 나오자 병상이 부족해졌다. 공공병원을 비롯해 코로나 전담 병원에서도 투석이 필요한 자가격리자까지 챙길 여력이 없었던 것. 이영정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사무총장은 "현재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해 공공의료기관 어디에서도 자가격리 투석환자를 받아주는 곳은 없다"라고 말했다.

투석전담병원이 필요한 이유
 
 서울시는 민원에 대해 '자가격리자를 위한 투석실을 병행운영하지 못한다'라고 답했다.
 서울시는 민원에 대해 "자가격리자를 위한 투석실을 병행운영하지 못한다"라고 답했다.
ⓒ 제보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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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석이 필요한 자가격리자에 대한 지침이 없으니 지자체 보건소는 각 병원에 전화해 투석 가능 여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경기도 파주시의 감염병관리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성남의료원, 국립중앙의료원 등 10곳 이상 문의를 했는데 다 거절했다"라고 말했다.

사랑의교회 여파로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난 서울 성북구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성북구 보건소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자가격리자가 발생했는데, 정말 큰 병원에서는 받아준다는 곳이 없었다, 결국 개인병원 원장님들에게 전화로 부탁했다"라면서 "가이드라인이 없으니 지자체별로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자가격리 환자의 투석이 가능한 병원을 문의한 오주민 원장에게 서울시 시민건강국 감염병관리과는 "국가지정입원치료 의료기관은 자가격리자를 위한 투석실을 병행 운영하지 못한다"라고 답했다. 오 원장은 "결국 개인 병원의 몫이 됐다"면서 "지금은 음성이어도 양성으로 판정 날 수 있기에 격리투석이 가능한 병원 지정이 필수"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 원장 병원에서 일주일여 치료받았던 자가격리 음성 환자는 5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가격리자 투석환자가 갈 곳이 없다는 걸 알고 환자 스스로 자가격리 대상이라는 걸 숨기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영정 사무총장은 "얼마 전 천안에서 격리환자가 말하지 않고 투석을 받다 나중에 발각됐다"라면서 "병원 자체에서 방역하고 난리였다고 들었다, 다행히 그 환자는 자가격리기간 내내 음성이었지만 혹시라도 양성이 됐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지침의 부재를 지적한다. 8만여 명의 투석환자 가운데 언제든지 자가격리 환자가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오주민 원장은 "코로나 확진자가 많아질수록 밀접접촉자, 자가격리자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 중 투석환자도 포함되어 있지 않겠냐"라면서 "코로나 전담병원에서 자가격리 투석환자를 받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영정 사무총장 역시 "이게 바로 투석전담병원이 필요한 이유"라면서 "공공의료기관이라고 다 투석실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있는 병원 몇 곳을 지자체별로 선정해 자가격리자인 투석환자들이 갈 곳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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