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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재단은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과 함께 공동기획으로 12월 7일부터 31일까지 4주 동안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8편의 이야기 글('노회찬하면 떠오르는 것' 여덟 장면: 기록으로 톺아보기)을 선보인다.[편집자말]
2018년 3월, 국회 출입기자실에 도착한 노회찬 의원의 장미꽃과 편지.
 2018년 3월, 국회 출입기자실에 도착한 노회찬 의원의 장미꽃과 편지.
ⓒ 조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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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8일 깊은 반성과 함께 노회찬 올림"

2005년 3월 8일 민주노동당 초선 국회의원 노회찬은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박근혜(한나라당 대표)와 장하진(여성가족부 장관), 김선옥(법제처장), 강금실(전 법무부장관) 등 여야 여성 국회의원과 여성단체, 국회 여성 청소노동자들과 국회출입 여성 기자들에게 장미꽃과 편지를 전달한다. 

이를 계기로 이후 3.8 세계여성의 날에 장미꽃을 선물하는 것이 하나의 행사처럼 됐고, 많은 정치인들과 공직자, 일반인들이 장미꽃을 주고받으며 여성의 날을 기념했다.

2019년 3월 6일 세계 여성의 날을 이틀 앞두고 김영숙(국회 환경노동조합 위원장)은 "매년 잊지 않고 일하는 여성들에게 장미꽃을 나눠주던 모습이 선하다"며 노회찬에 대한 소회를 밝힌다(강연주, 고무장갑 낀 손에 장미꽃 선물했던 노회찬이 그립다, <오마이뉴스>, 2019.3.6).

"노회찬 의원님은 매년 여성의 날이면 잊지 않고 엽서와 장미꽃을 선물해주셨다. 국회에서 고무장갑 낀 채 일하는 우리들의 손에 장미꽃을 안겨준 분은 의원님이 처음이었다. 이젠 그분이 없는 첫 3월 8일이다. 이날이 다가오니 유난히 그립고, 허전하다."

2005년 노회찬은 장미꽃을 보내며 "3월 8일을 명절처럼 보내는 세계 각국의 관례대로 축하와 다짐과 반성의 마음을 담아 장미꽃 한 송이를 보낸다"며 "발렌타인데이는 알아도 세계여성의날은 배운 바 없다는 제 조카와 같은 대학생이 더 이상 나오기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양성평등을 위해 열심히 일해 온 여성단체들이 바라는 바대로 3월 8일이 국가기념일로 조속히 지정되길 바란다"며 "적어도 오늘 만큼은 우리 모두가 양성평등과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다시 생각하고 다짐하는 뜻깊은 날이 되기를 염원한다"고 밝혔다. 

'3.8 세계여성의 날'의 의미를 되새기고, 현재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여성 차별 해소, 여성의 권리 확대, 성평등 문화 실현에 함께 하겠다는 다짐을 스스로 하기 위해 매년 각계각층의 여성들께 장미꽃을 전달했던 것이다. 노회찬의 장미꽃 전달은 2018년 3월까지 14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계속됐다. 2005년 장미꽃과 함께 노회찬이 보낸 편지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민주노동당 노회찬의원입니다. 

간절하고 뜨거운 마음으로 제95회 세계여성의 날을 축하드립니다. 
올해는 특히 양성차별의 대표적인 낡은 제도인 호주제가 철폐된 후 맞이하는 첫 번째 세계 여성의 날이어서 더욱 감회가 새롭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의 방직공장 여성노동자들이 루트거스광장에 모여 여성의 참정권을 요구한 것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이를 기려 1910년 클라라 제트킨에 의해 제안되고 1911년부터 기념일로 제정되면서 전 세계에 확산된 것입니다. 나중에 유엔에서 이 날을 세계 여성의 날로 지정하면서 3월 8일은 여권신장과 양성평등을 위한 국제적인 명절이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뜻깊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면서 저는 한국의 여성권한지수(GEM)가 여전히 세계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통계발표 앞에서 부끄러움과 죄스런 마음을 감추기 어렵습니다. 다른 나라들에서 3월 8일이 여성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 여성정치세력화로부터 비롯된 이날의 유래를 현실의 과제로 받아 안고 다짐하는 날이라면 우리나라에선 여기에 더해 양성불평등의 부끄러운 현실에 대한 반성의 뜻까지 보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월 8일을 명절처럼 보내는 세계 각국의 관례대로 축하와 다짐과 반성의 마음을 담아 장미꽃 한 송이를 보냅니다. 다른 나라들처럼 3월 8일 무렵에는 꽃값이 세 배나 오르길 바랍니다. 발렌타인데이는 알아도 세계 여성의 날은 배운 바 없다는 제 조카와 같은 대학생이 더 이상 나오기 않기를 희망합니다. 양성평등을 위해 열심히 일해온 여성단체들이 바라는 바대로 3월 8일이 국가 기념일로 조속히 지정되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어버이날에 부모님의 은혜를 다시 한 번 생각하듯 적어도 이 날만큼은 우리 모두가 양성평등과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다시 생각하고 다짐하는 뜻깊은 날이 되기를 염원합니다. 
세계 여성의 날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2005년 3월 8일 깊은 반성과 함께 노회찬 올림 

1년 뒤인 2006년, 노회찬의 꽃 선물은 남성 국회의원들에게도 전해졌다. 노회찬은 함께 보낸 글을 통해 "부인이나 어머님 등 가까이 계신 고마운 분들께 장미꽃 한 송이를 보내시길 정중히 권하고 싶다"며 "어버이날에 부모님의 은혜를 다시 한 번 생각하듯 이 날만큼은 우리 모두가 양성평등과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다시 생각하는 뜻깊은 날이 되길 염원한다"고 말했다.

2015년 장미꽃과 편지 선물을 받은 진선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트위터에 한 장의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을 올린다(2015.3.7.).
 
2015년 3월 7일, 장미꽃과 편지 선물을 받은 진선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트위터에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2015년 3월 7일, 장미꽃과 편지 선물을 받은 진선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트위터에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 노회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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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쯤이면 기다려지는 선물이 하나 있습니다!! 그분이 그 맘을 알아주시려나 노심초사하던 중... 드디어 도착! 만세! 만세! 잊지 않으셨군요^^ 정성어린 편지와 장미 한송이! 노회찬 의원님! 짱!"

노회찬이 우리 곁을 떠난 뒤 그의 뜻을 잇기 위해 설립한 노회찬재단 후원회원이 된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재단 소식지 <민들레> 9호(2020.1.)에 '장미꽃 향기가 그리웠던 까닭은...'이란 제목의, 마음을 담은 글을 싣는다.

"노회찬. 그 이름을 떠올리면 코끝에서 장미향기가 느껴진다. 봄기운이 가득 퍼지는 3월이 되면 노회찬 의원님은 매년 빠짐없이 장미꽃 한 송이를 내게 보내주셨다.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특별 선물이었다. 3월이 시작되면 나는 늘 장미꽃을 기다렸고, 장미꽃은 어김없이 배달되었다. (…)

노회찬 의원님이 보내주신 장미꽃 한 송이는 승리의 상징이었다. (…) 노회찬 의원님은 뛰어난 젠더 감수성을 가지신 분이었고, 현실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미래에 대한 굳건한 비전을 가지고 계신 분이었다. 노회찬 의원님이 국회에 계시다는 것 자체만으로 나는 평등한 사회가 펼쳐질 우리나라의 내일을 낙관할 수 있었다. (…)

노회찬재단 후원회에 가입하게 된 것은 장미꽃 향기가 그리워서였다. 부드럽고도 따뜻한 그 향기는 노회찬이라는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내 코끝에 다시 맴돌았고, 노회찬 의원님의 부드럽고도 따뜻한 목소리가 내 귓가에 어른거리게 했다. 십여 년 전 호주제 위헌 소송을 준비하며 만나 뵈었던 노회찬 의원님, 내가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오자 불러내어 밥을 사주시며 격려해주시던 노회찬 의원님, 만나 뵐 때마다 잘했다고 그리고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던, 다정다감하셨던 그 분. 

노회찬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가슴에 새기고 나는 나에게 주어진 일터에 선다. 정치의 민낯은 노회찬 의원님께 비정하였지만, 노회찬 의원님이 꿈꾼 것은 따뜻한 정치였다는 것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정치의 힘을 노회찬 의원님은 아끼고 사랑했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리고 노회찬 의원님이 꿈꾸셨던 따뜻한 정치, 모두에게 평등한 세상, 그 날의 꿈을, 내 가슴 속에 새겨진 노회찬 의원님과 함께 꿈꾸어본다."


3월 8일 노회찬은 왜 장미꽃을 선물했을까?
 
노회찬과 장미.
 노회찬과 장미.
ⓒ 노회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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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은 왜 장미꽃을 선물했을까?'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2005년부터 14년간 노회찬이 장미꽃 선물을 시작하게 된 데에는 어떤 배경이 있었을까?' 이 기록 정리에서 내가 주목한 물음은 이처럼 단순했다. 2004년 3월 4일 노회찬은 <선대본 일기>에서 아쉬움을 토로하며 이렇게 글을 쓴다. 

"3.8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주말 당 행사는 준비부족으로 취소될 것 같다. 많은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창당 이래 제대로 된 3.8절을 민주노동당은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여성의 여성권한지수(GEM)가 세계 최하위를 기록하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통계만 문제의 심각성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다. 각 나라의 노동운동이 메이데이를 어떻게 기념하는가를 보면 그 나라의 노동운동의 상태와 수준을 알 수 있는 것처럼, 3.8절을 어떻게 기념하는가를 보면 그 나라의 여성운동과 민중운동의 여성관을 알 수 있다. (…) 

'민족·민주·민중과 함께하는 여성운동'이라는 주제로 1985년 3월 8일 제1회 한국여성대회를 개최한 것은 여성단체들이었다. 1987년부터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이 대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민주노조운동이 이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근래의 일이다. 민주노동당은 창당 4년 차에도 아직 이날을 제대로 기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3월 8일은 여성정치세력화의 날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발렌타인데이보다 이날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데 민주노동당이 앞장서야 한다. 일요일 저녁 아내에게 줄 붉은 장미를 사기로 한다."


2005년 한 인터뷰에서 노회찬은 아내인 김지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여성신문>, 2005.9.9.).

"아내는 여성의전화를 통해 노동문제에서 여성과 연관된 사회문제로 옮겨갔다. 본인은 이를 스스로 '발전'이라 말한다. 난 특히 아내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아내의 활동을 보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 실태를 알게 된다."

2005년 '3.8 노회찬 장미꽃'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것일까? 혹시 노동운동가 출신의 여성운동가 김지선의 영향은 없었을까? 여기저기 수소문하다 만난 것은 뜻밖의, 노회찬의 오랜 동지인 조승수 의원의 '막대 왕사탕'이었다. 

"제가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단 부대표였습니다. 챙겨야 할 일 가운데 하나로 당 보좌관협의회를 맡고 있었는데,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때 겸사겸사 막대왕사탕을 한 통 사서 당의 10개 의원실 별로 다 돌렸습니다. 돈이 여유가 좀 있었다면 초콜렛을 돌렸을 텐데요... 하하하." (2020.11.16. 전화통화)

발렌타인데이 막대왕사탕을 받은 노회찬, 그것을 3.8 장미꽃으로 연결시키는 '순간 재치'를 발휘한다. 조승수의 2.14 막대왕사탕이 노회찬의 3.8 장미꽃 선물에 작은 힌트가 된 것이다. 물론 힌트는 힌트일 뿐, 그 바닥에는 오랫동안 '아내의 활동을 보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은' 것과 함께 2004년 3월 민주노동당 사무총장 시절의 아쉬움도 분명 작동했으리라 짐작한다.

"일요일 저녁 아내에게 줄 붉은 장미를 사기로 한다." 

2004년 3월 7일 일요일 노회찬은 붉은 장미를 정말 사서 아내에게 선물했을까? 아쉽게도 선대본 일기나 여타의 기록을 통해서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 3월 6일부터 3월 14일까지 당시 진행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후보 선거운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일기를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보의 상징', 붉은 장미꽃의 등장
 
노회찬의 데스크탑 컴퓨터에 저장돼 있는 붉은 장미꽃 사진.
 노회찬의 데스크탑 컴퓨터에 저장돼 있는 붉은 장미꽃 사진.
ⓒ 노회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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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열정, 기쁨, 아름다움'을 꽃말로 하는 붉은 장미는 진보 또는 진보정당의 상징이기도 하다. 정당 정치의 역사가 오랜 서유럽의 진보 정당들은 붉은 장미를 당의 상징으로 삼고 있고, 총선 등에서 당선자에게 장미꽃을 선사하곤 한다.

붉은 장미가 노동자들의 꽃이자 진보의 상징이 된 역사적 기원과 관련해 두 개의 설이 있다. 서유럽설과 미국설이다. 서유럽설은 19세기 서유럽 노동자들의 시위에서 유래한다는 것이다. 당시 노동자들은 정부와 자본의 횡포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일 때면 가슴에 붉은 장미꽃을 달았다. 그들은 촘촘히 붙어있는 장미 꽃잎에서 단결을, 날카로운 가시에서 투쟁을, 붉은 빛깔에서는 노동자의 피라는 비유를 읽어냈다(경향신문, 2008.2.29.). 

다른 하나의 설은 19세기 미국에서 그 유래를 찾는다. 1886년 5월 미국 시카고에서는 하루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었다. 평화로웠던 집회는 5월 4일 폭력사태로 비화됐다. 해산을 명령한 경찰에게 누군가 폭탄을 던졌고, 이 사건으로 기소된 노동운동 지도자 8명 중 5명이 사형선고를 받았다. 메이데이(5월1일)의 기원이 된 '헤이마켓 사건'이다. 이에 노동자들은 8명에 대한 연대의식을 표시하기 위해 옷깃에 붉은 장미를 달았고, 이것은 세계 근대사에서 장미가 진보를 상징하는 기점이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붉은 장미의 상징은 관습적으로 차용되는 수준이었다. 붉은 장미의 정치적 지위가 공식화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난 뒤부터였다. 유럽 각국의 사회주의·사민주의 정당들이 당의 엠블럼으로 붉은 장미를 채택하기 시작했다. 붉은 장미가 사회주의와 사민주의의 상징이 된 것이다. 선발 주자는 1969년 출범한 프랑스 사회당이었다.

한국에서 장미꽃 이벤트의 원조는 민주노동당의 전신인 '국민승리21'이다. 1997년 11월 21일 국민승리21은 권영길 후보의 선거운동을 위해 사용할 심벌 로고를 장미꽃으로 정했다. 이와 함께 상징마크를 '웃음꽃 한반도'로 정하고 이를 장미로고와 함께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한국일보 1997.11.22.) 국민승리21의 언론부장을 지냈던 박용진(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유럽 사민주의 정당에서 상징을 빌려왔다"며 "한국 정당사에서 장미를 상징물로 채택한 것은 국민승리21이 최초"라고 말했다. 

권영길 후보는 유세를 마친 뒤 시민들에게 장미꽃을 나눠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재영(중앙선본 정책실장)에 따르면 "97년 대선 당시 유권자에게 그냥 다가가기 밋밋해서 유럽 좌파 정당의 사례를 떠올려 나눠주게 된 것"(<진보정치>, 169호, 2004.3.8.~3.14)이라고 한다. 매일 아침 보도자료와 붉은 장미 한송이를 들고 언론사를 방문하는 '아침장미팀'이 당 내에 꾸려지기도 했다.

당시 대통령 선거는 김대중과 이회창, 이인제의 소위 말하는 빅3의 대결 속에서 군소 후보였던 국민승리21의 권영길 후보에 대한 신문의 소개는 한 줄도 소개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아침장미팀이 맡은 일은 매일 아침 각 신문, 방송사의 정치부장 데스크에 권영길 후보의 보도자료와 함께 장미꽃 한 송이씩 가져다주는 것이었다. 이 작업은 어느 정도 효과를 얻었고 전혀 움직일 것 같지 않았던 정치부가 조금씩 권영길 후보에 대한 동향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1999년 1월 국민승리21이 진보정당 창당 제안 원탁회의(1.25.)를 알리면서 장미꽃 언론홍보를 재개해 또 한 번의 눈길을 모았다. 상대방의 얼굴도 제대로 모른 채 팩스로 보내거나 직접 찾아 가더라도 일방적으로 부탁하고 보도자료만 건네주는 무성의한 홍보가 일반적인 관행인 점에 비쳐볼 때 국민승리21의 이같은 홍보전략은 신선한 느낌을 줬던 것이다.

김현일(중앙일보 정치부장)은 "지금까지 개발된 홍보 전략 중에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꽃을 볼 때마다 생각이 난다. 기사에도 신경을 써줘야 하는데 지면 한정 때문에 오히려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며 국민승리21의 장미꽃 홍보를 칭찬했다. 한 정치부 기자도 "정치부장이 언제 한번 장미꽃을 받아보겠느냐"며 "삭막한 편집국에 장미꽃이 놓여 있으니 다른 기자들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윤성한, 국민승리21 시들지 않는 장미 홍보: 대선 이어 진보정당 원탁회의 관련 장미꽃 홍보 재개, 미디어오늘, 1999.2.10.).

'당선 축하', 열 송이 빨간 장미꽃이 활짝 피다
 
2004년 4월 15일 밤 11시 30분, 17대 총선 당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후보 당선자가 최소 7명 정도가 될 것이라는 윤곽이 잡히기 시작하자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이 비례대표 후보 16명의 얼굴을 새긴 상황판에 붉은 장미 한 송이씩을 붙이고 있다. 당선예상자들에게는 축하를, 낙선예상자들에게는 격려의 뜻을 담아 비례대표 후보 모두의 얼굴에 장미를 달아주고 있다.
 2004년 4월 15일 밤 11시 30분, 17대 총선 당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후보 당선자가 최소 7명 정도가 될 것이라는 윤곽이 잡히기 시작하자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이 비례대표 후보 16명의 얼굴을 새긴 상황판에 붉은 장미 한 송이씩을 붙이고 있다. 당선예상자들에게는 축하를, 낙선예상자들에게는 격려의 뜻을 담아 비례대표 후보 모두의 얼굴에 장미를 달아주고 있다.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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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 정치에서 장미꽃이, 그것도 열 송이가 한꺼번에 피어난 것은 2004년 4월 15일 실시된 제17대 총선에서였다. 당시 민주노동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10석을 획득했다. 

비례대표 후보 당선자가 최소 7명 정도가 될 것이라는 윤곽이 잡히기 시작한 밤 11시 30분.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이 비례대표 후보 16명의 얼굴을 새긴 상황판에 붉은 장미 한 송이씩을 붙이기 시작했다. 당선 예상자들에게는 축하를, 낙선 예상자들에게는 격려의 뜻을 담아 비례대표 후보 모두의 얼굴에 장미를 달아준 것이다. 진보정당이 44년 만에 원내에 진입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총선 이틀 전인 2004년 4월 13일 울산북구 현대자동차 앞에는 4월 15일 선거일을 알리며 투표를 독려하는 4만1500송이 장미꽃이 물결쳤다. 민주노동당 조승수 후보 승리의 1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자동차 노조가 투표일 직전 대규모 '물량전'을 진행한 것이다. 
 
현자노조는 13일 '행복한 정치! 깨끗한 정치! 현대자동차 노조의 힘으로 만들겠습니다'란 문구가 직한 장미꽃 4만1500송이를 퇴근하는 조합원들에게 나눠줬다. 이상욱 위원장을 비롯한 상집간부, 대의원 등이 총출동한 이 행사로 인해 주부층 지지는 더더욱 확고해질 수 있었다.

"원래 경상도 남자들이 무뚝뚝하잖아요. 부인한테 그냥 '민주노동당 찍어라'는 말밖엔 하지 못한데요. '와 찍어야 하는데?' 그러면 '기냥 찍어라, 가시나야' 이러기나 하고... 그래서 반발심 때문에 '역효과'도 나고 그랬거든요. 하지만 장미꽃을 '선물'하며 자연스럽게 한마디 하니까 분위기가 달랐죠. 최소 5000표는 넘어왔을 겁니다." 현자노조 상집간부, 대의원 등 150여 명의 활동가들은 장미꽃 4만 송이를 다듬고 포장하기 위해 전날 밤을 꼬박 지새우기도 했다.(<진보정치>, 174호, 2004.4.20.~4.25.).
 
2007년 8월 11일 마포구 합정동 '풀로 엮은 집'에서 '노회찬과 함께 집권을 꿈꾸는 당당한 언니들'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회찬 중앙여성선거대책본부' 출범식이 열렸을 당시 모습.
 2007년 8월 11일 마포구 합정동 "풀로 엮은 집"에서 "노회찬과 함께 집권을 꿈꾸는 당당한 언니들"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회찬 중앙여성선거대책본부" 출범식이 열렸을 당시 모습.
ⓒ 노회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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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11일 마포구 합정동 '풀로 엮은 집'에서 '노회찬과 함께 집권을 꿈꾸는 당당한 언니들'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회찬 중앙여성선거대책본부' 출범식이 열렸을 당시 모습.
 2007년 8월 11일 마포구 합정동 "풀로 엮은 집"에서 "노회찬과 함께 집권을 꿈꾸는 당당한 언니들"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회찬 중앙여성선거대책본부" 출범식이 열렸을 당시 모습.
ⓒ 노회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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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7대 대선 민주노동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노회찬. 2007년 8월 11일 마포구 합정동 '풀로 엮은 집'에서 '노회찬과 함께 집권을 꿈꾸는 당당한 언니들'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회찬 중앙여성선거대책본부' 출범식이 있었다. 노회찬 후보의 선거본부는 민주노동당 다른 후보들의 선본과 달리 여성의 참여와 활약이 돋보였다. 민주노동당 첫 여성 대표인 김혜경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을 맡았고, 공동 본부장 또한 50%가 여성으로 여성할당제 50%를 선거공약으로 내건 노회찬 후보의 정치적 공약과 소신을 선거과정에서도 그대로 구현하며 실천했다.

이날 자리에서는 노회찬의 여성 감성지수를 묻는 '스펀지'와 참석자들이 직접 참여해 만드는 '여성이 꿈꾸는 세상' 등 즐거운 분위기로 출범식 행사가 이어졌다. 대부분의 행사에서 대통령 후보가 주인공인데 반해 이날 노회찬 여성선대본 출범식은 참석자들이 주인공이었다. 노 후보가 참석한 여성들에게 장미 꽃 한 송이를 전달했고, 또 이날 참석자들이 여성선대본의 이름을 직접 지었다.

기록연재 | 조현연 노회찬재단 특임이사

[노회찬하면 떠오르는 것, 여덟 장면: 기록으로 톺아보기 ⑥-2]로 이어집니다(바로 읽기 클릭)

태그:#노회찬, #장미꽃, #3.8여성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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