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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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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말고는 대안이 없다."
"안철수는 안 된다. 이미 검증이 끝난 사람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에 대한 국민의힘 내부의 평가가 정반대로 엇갈린다(관련 기사: 안철수가 대선 포기하고 서울시장 출마선언 한 이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코로나19 정국에서 그만한 인지도나 중도 확장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없지 않느냐"라며 "경쟁력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안철수만한 사람이 없다"라고 높게 평가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안철수가 언제 보수를 자처한 사람이었나?"라고 되물으며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한테도 밀렸던 사람이고, 지난 대통령 선거 때도 3등한 사람이다. 개인 브랜드 가치가 옛날 같지 않다"라고 잘라 말했다.

안철수 대표의 갑작스러운 서울시장 출마선언으로 인해 국민의힘의 계산이 복잡해졌다. 국민의힘은 선거승리를 위해 제1야당이자 보수야권의 대표로서 여권과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야만 한다. 즉, 연대든 통합이든 안 대표 측과 후보 단일화 논의를 해야 한다. 보수 야권의 대표주자 자리를 쉽게 넘겨주기 싫은 국민의힘 입장에서 안 대표는 '양날의 검'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입당 요구하는 국민의힘 vs 통합·입당에 거리 두는 국민의당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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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은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안철수 대표의 출마 자체에는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별도의 단일화 경선은 어렵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흡수통합 형태의 합당이든, 개별입당이든,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들어와서 함께 경쟁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역시 <뉴스1>과의 전화에서 "우리 당에서도 출마하겠다는 사람이 5명이나 되는데 안 대표도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는 사람 중 한 명"이라고만 평가했다. 지난 20일 화상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도 "우리 당이 너무 앞서나가서 반응할 필요 없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필요하면 입당해서 경선을 치러야지, 굳이 안 대표를 '특별대우' 할 필요성은 못 느낀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안철수 대표는 21일 오전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음 서울시 집행부는 범야권 연립 지방정부가 돼야 한다"라며 "'연립 서울시 정부'를 통해 야권의 유능함을 보여주고,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놓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립 정부'는 야권이 통합되지 않았다는 걸 전제한다. 안 대표는 야권연대의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국민의당에서는 단일화가 우선이며 합당 등 야권 재편은 그 이후의 일이라는 쪽으로 얘기한다. 

권은희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시민들의 인식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고, (여론조사 등을 반영해 시민참여를 높이는 게) 그래서 보다 나은 방법"이라며 "선거를 준비하는 측에서 보다 나은 방법이 아니라, 선거를 실제 함께할 시민들이 가장 좋은, 가장 최상의 후보를 받을 수 있는 과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원 중심보다는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처럼 시민 참여를 중시하는 경선을 선호한다는 뉘앙스이다.

안 대표의 측근인 이태규 의원(비례대표) 역시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안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현재 그런 부분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안철수 대표가 지금 소수정당 당대표이긴 하지만, 어쨌든 지금 서울시장 필승조건은 기존에 있는 자기당세가 아니고 본체 야권을 하나로 묶어갔을 때 확장성"이라며 당세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당의 일대일 협상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후보 단일화) 과정들 속에서 안 대표가 제안했던 야권 혁신 플랫폼이나 이런 부분들이 좀 더 진전된 형태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야권후보 단일화가 무난하게 이뤄진다면 그것이 추후 야권의 혁신적인 재편에 큰 동력이 될 것이다. 안철수 대표가 야권의 단일후보로 출마하게 된다면 그건 야권재편에 결정적인 촉발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단일화 이후의 합당이나 입당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것.

"혁신 마인드 녹슬지 않아" vs "정권 교체 동력 있나?" 

국민의힘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속내가 복잡하다. 한때 안철수 대표와 한 배를 탔었다가 불화를 일으킨 적도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1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라며 "의외로 이번에 스타트는 매우 좋다. 안철수 대표가 지금까지 큰 선거 뛰시면서 메시지로 이렇게 주목을 받고 이런 적은 적었는데 이번에는 적어도 메시지가 굉장히 간결하고 좋았다"라고 평했다. "약간 달라진 안철수 대표의 모습을 기대한다"라는 것.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통합된 야권의 서울시장 보선 필승이 나라를 되살리는 초석이 될 것"이라며 "안 대표의 보선참여가 야권단결의 시발점이 돼 정권탈환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환영했다. 그는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내년도 보선 그리고 대선승리로 가는 야권대통합과 단결의 큰 밑그림이 마련돼 나갈 것"이라며 "저도 안철수 후보의 말씀처럼 보선이 야권전체의 승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어떠한 역할이라도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아직 국민의힘에 복당하지 않은 홍준표 의원 역시 20일 "안철수 후보의 서울시장 출마는 참으로 시의 적절한 조치"라며 "야권을 더 큰 판으로 만들어 정권교체를 앞당기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 의원은 "탄핵 이후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든 야권을 반문 연대로 크게 뭉칠 계기를 마련하고, 야권이 뭉쳐 서울 시정을 탈환하고, 정권 교체의 시발점으로 만들 절호의 기회를 안철수 대표가 마련했다"라며 "승부사 기질 없이 착하고 순하게만 보이던 안 대표에게 그런 강단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변신"이라고까지 추켜세웠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서울시를 혁신해야 하는데, 안철수 대표의 혁신 마인드는 아직 녹슬지 않았다"라며 "이번에 안철수 대표가 현 정부 심판론에다가 비전과 혁신의 대안까지 제시하지 않았느냐"라고 긍정평가했다. 그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야권 단일화가 필수적이고, 야권 단일화의 가장 중요한 축 중 하나가 안철수 대표"라며 "안철수 대표가 지금까지 정치 여정에서 실기한 적은 분명 있지만, 이제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 때가 됐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반대하는 기류도 만만치 않다. 한 초선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그동안에 안철수 대표가 거쳐 왔던 정치적 행보를 보면, 과연 믿을 수 있는 정치인인지 우려된다"라며 "결정적인 순간에 오판을 한다든가, 감정에 쉽게 휘둘린다든가 아쉬운 부분이 많지 않았느냐"라고 꼬집었다. 그는 "(선거는) 마라톤 완주와는 다르다. 출사표를 던졌지만, 정말 정권교체에까지 기여할 수 있는 동력이 안철수 대표에게 있을지 의문"이라고 걱정했다.

국민의힘의 또다른 관계자는 "야권 연대는 명분도 있어야 하고 실리도 있어야 하는데, 안철수 대표의 명분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라며 "안 대표 측에서 새로운 플랫폼을 내세우는데, 그 플랫폼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면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전혀 증명된 바 없지 않느냐"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정말 안 대표가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겠다면, 출마를 선언하면서 본인 중심의 야권연대를 이야기해서는 안 됐다"라며 "국민의당을 국민의힘과 일대일 동일선상에 놓고,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포지션을 가져가려는 데서 어떤 진정성이 있느냐"라고 되물었다.

문제는 재보궐선거 이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사진은 지난 9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야권의 혁신과제’를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는 모습.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사진은 지난 9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야권의 혁신과제’를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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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안철수 대표의 일련의 발언들을 종합해보면, 재보궐선거 이후 벌어질 야권 재편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가 스며들어 있다"라며 "국민의힘과 통합이나 합당이 아닌 방식을 통해 야권 단일 후보가 되겠다는 것인데, 이는 다시 말해 야권의 집권이나 서울시장 승리를 위해서는 국민의힘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엄 소장은 "서울시장의 보수야권 단일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안철수 대표한테 내준다는 건, 재보궐선거 이후 야권 재편의 국민의힘 지분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의 쇄신과 변화를 요구했던 쪽에서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이고, 김종인 대표를 비롯해 자강론을 주장했던 이들은 떨떠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안 대표에 대한 국민의힘 내 호불호는 거시적인 관점이 아니라 안 대표 캐릭터에 대한 미시적인 접근에 의한 것으로 봤다. 그는 "안철수 대표에 대한 호불호는 이념적 차이도 아니고 정책적 차이도 아니다"라며 "그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평가라고 봐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보수 야권의 판을 키우고 보태는 데 좋다고 보는 이들이 있을 것이고, 안 대표의 스타일이나 정치적 시야에 대한 불신이 그 반대편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안철수 대표가 아니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나 나경원 전 의원이 대표주자로 나서면, 국민의힘이 정통보수를 이어받아서 잘 되겠느냐?"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안철수 대표가 입당 문제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판단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매일 말이 달라진다"라며 개인에 대한 신뢰도 문제를 지적했다.

장 소장은 "처음에는 '어떤 방식이든 좋다'며 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다고 했는데, 오늘 범야권 연립 시정을 하겠다는 건 입당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라며 "결국 유불리를 따지겠다는 것이다. 말이 계속 바뀌는 사람을 국민의힘에서 믿을 수 있겠느냐"라고 물음표를 던졌다.

태그:#안철수, #야권단일후보, #국민의힘, #국민의당,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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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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