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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희생자 임경빈군의 어머니 전인숙씨는 16일 기준 400일 째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임경빈군의 어머니 전인숙씨는 16일 기준 400일 째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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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1도, 체감온도 영하 15도.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한파가 몰아쳤음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 임경빈군의 어머니 전인숙씨는 지난해(2019년) 11월 13일부터 이어온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400일째 진행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약속에 대한 답을 듣겠다'며 노숙농성을 병행한 지도 어느새 42일이 됐다. 

그사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은 '진실버스'를 타고 전국을 누비며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참위법) 개정'과 '세월호 참사 관련 대통령기록물 공개 결의'에 대한 국회 국민청원 10만 명 동의를 이끌어냈다. 지난 10일 국회는 '사참위법 개정안'과  '4·16 세월호 참사 증거자료의 조작·편집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국회 의결 요청안'을 통과시켰다. 국회 앞에서 관련 법안 통과를 외치며 농성을 하던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은 법안이 통과되자 농성을 풀었다. 

그러나 경빈엄마 전씨는 청와대 앞 노숙농성을 멈추지 않았다. 16일 청와대 앞 노숙농성장에서 경빈엄마를 만난 <오마이뉴스>가 "왜 농성을 풀지 않냐"라는 질문부터 던진 이유다.

경빈엄마는 "세월호 참사 1주기 때도, 2주기 때도, 6주기 때도 (정부는) 늘 '기다리면 해결될 것'이라는 말만 반복했다"면서 "더 이상 양보할 수 없어서, 진상규명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확실한 답을 듣기 위해서 이렇게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곳을 지키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날 경빈엄마는 '잊지 않으마! 했던 약속 꼭 지킬게요'라고 2016년 4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당대표 후 20대 총선 지원을 다니던 시절 진도 팽목항을 방문해 적은 글을 몸자보로 만들어 걸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임경빈군의 어머니 전인숙씨는 16일 기준 400일 째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임경빈군의 어머니 전인숙씨는 16일 기준 400일 째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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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2019년 10월 31일 사참위는 전씨의 아들 임경빈군이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응급처치로 맥박 등 바이털사인(활력 징후)이 돌아왔지만 헬기로 이송되지 못하고 끝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당시 경빈군은 헬기로 20분이면 갈 수 있었던 거리를 4시간 40여 분 동안 함정을 갈아타며 이동하던 중 사망했다. 

이후 검찰은 2019년 11월 6일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을 꾸렸다. 경빈엄마는 '내 아들을 왜 죽였는지 꼭 알고 싶다. 억울하고 분통해서 절대로 용서 못 하겠다"면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그러나 경빈엄마는 "특수단이 생긴 지 1년이 넘었는데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면서 "해경 11명 법원에 넘기고, 특조위 방해와 관련해 수사한다는 것 말고는 없다. 특수단 생기자마자 경빈이 건과 관련해 의지를 밝히고 수사한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검찰 특별수사단은 지난 2월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 11인을 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4월에는 대통령기록관과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를 압수수색 했고, 지난 5월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9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경빈군의 죽음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는 상황이다. 

1인 시위 400일간 쏟아진 막말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임경빈군의 어머니 전인숙씨는 16일 기준 400일 째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임경빈군의 어머니 전인숙씨는 16일 기준 400일 째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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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00일, 경빈엄마는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와 노숙농성을 이어가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많은 일을 겪었다. 지난여름 전광훈 목사와 지지자들이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하야 시위를 할 때는 "자식 팔아 팔자 고치려 한다"라는 막말을 들었다. 지난 11월 노숙농성으로 전환한 이후에는 일부 목사와 신도들이 밤마다 찾아와 농성장 앞에서 설교를 하고 찬송가를 부르며 힘들게 했다.

하지만 근래 경빈엄마를 가장 힘들게 만든 것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은 그것 밖에 못하냐'라는 지적이었다.

경빈엄마는 "아무리 답답해 보여도 가족들은 정말로 최대치의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끄집어 내고 있다"면서 "국회든, 법원이든, 청와대든 모든 상황을 고려하며 나아가는 거다. 우리라고 왜 들어엎고 싸우고 싶지 않겠나. 하지만 늘 아이들을 우선으로 했다. 그래서 저렇게 밖에 못하는 것이 아니라 때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빈엄마는 "목소리가 다르다고 내 성에 차지 않는다고 너무 선을 긋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서로 눈높이를 맞춰서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상규명을 위해 어깨를 맞대고 같이 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경빈엄마를 비롯해 4.16가족협의회, 4.16연대가 정부 및 국회, 사참위 등을 향해 '세월호 참사 7주기까지 성역 없는 진상규명 이행과 세월호 참사 관련 기록 공개, 대통령 기록물 공개 결의 및 특별법 개정안 원안 의결' 등을 요구할 때 세월호 생존자 김성묵씨 등 '세월호 진상규명 촉구 단식투쟁단'은 '대통령직속 특별수사단 설치 및 대통령 직접 수사 지시, 임기 내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단식투쟁을 했다. 

세월호 조사 문제 대신 가족들 비판하는 언론 
 
세월호 참사 희생자 임경빈군의 어머니 전인숙씨는 16일 기준 400일 째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경빈엄마의 핸드폰 뒷면에는 경빈군의 사진이 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임경빈군의 어머니 전인숙씨는 16일 기준 400일 째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경빈엄마의 핸드폰 뒷면에는 경빈군의 사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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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조선일보>를 비롯해 보수신문은 정기국회 때 통과된 사참위 특별법 개정안과 특검을 두고 '뭔지도 모를 세월호 9번째 조사'라는 제목의 사설 등을 써가며 "끝없이 정략 수단으로 삼는다.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을 되레 욕보이는 행태"라는 내용의 기사를 쏟아냈다.

경빈엄마는 "언론에서 9번째 숫자만 강조해 오히려 시민들을 일희일비하게 만들고 있지 않냐"면서 "진짜 가족들의 요구대로 처음부터 그대로 조사가 제대로 진행돼 진실이 밝혀졌다면 이렇게 7년째 가족들이 같은 요구를 하고 거리에서 농성을 하고 있겠나. 특조위 등에서 조사가 이뤄질 때마다 조건이 달렸다. 제대로 진척이 안돼 같은 이야기가 반복됐다. 언론은 제대로 조사가 안 된 걸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분란을 만들고 가족들이 욕을 먹게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경빈엄마는 "나는 정말로 추위를 싫어 한다. 밤에 너무 추워 청와대를 향해 욕을 하고 소리치기도 했다"면서 "이 한파에도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청와대 앞에 모였는지, 부모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문재인 대통령은 꼭 알아야 한다. 여러 의혹에 대해 대통령이 지금까지 했던 발언처럼 '진상규명을 하겠다'는 답을 다시 한번 직접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정원은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미진한 진상 규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위해 국정원이 보유한 관련 자료 목록 64만여 건을 조사위(사참위)에 열람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면서 "이번주 중 사참위 쪽과 구체적인 열람 일정과 방법 등을 정하기 위한 실무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3일 사참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에 '세월호'를 검색한 문건이 40만 건가량 있지만 국정원이 전체 (문건)목록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라고 발표한 바 있다.

태그:#세월호, #400일, #문재인, #사참위,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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