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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3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혐의 14가지에 대한 1심 법원 판단이 나온다. <오마이뉴스>는 정 교수의 선고를 앞두고 1년 간의 재판에서 드러난 쟁점을 입시비리 혐의, 사모펀드·증거인멸 혐의 두 편으로 나눠 정리했다. 이 기사는 그 두 번째다.[편집자말]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증거인멸교사 관련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1월 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증거인멸교사 관련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1월 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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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억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공범일까? 법원은 오는 23일 열리는 정 교수의 첫 선고 공판에서 이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린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5일 결심 공판에서 정 교수에게 징역 7년에 벌금 9억원, 추징금 약 1억 6462만 원을 구형했다. 당시 검찰은 정 교수의 사모펀드 관련 범행을 언급하며 "국정농단과 유사한 성격의 사건"이라며 "이 사건이야말로 고위층이 법을 지키지 않은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정 교수에게 적용한 혐의는 총 14가지다. 크게 ▲자녀 입시비리 ▲사모펀드 투자 의혹 ▲증거인멸교사로 나뉜다. 이 가운데 사모펀드 관련 혐의로는 코링크 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와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고 회삿돈 1억 5000여 만 원을 횡령, 공직자윤리법을 피하기 위해 타인 명의 주식계좌를 이용해 이윤 창출, 금융위원회에 특정 펀드의 출자약정금액을 거짓으로 변경 보고한 것 등이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증거인멸교사로는 지난해 8월 조국 전 장관이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후 사모펀드 의혹 관련 자료를 은폐할 것을 지시하고 관련 문서를 조작한 혐의 등이다.

<오마이뉴스>는 재판부가 법정에서 남긴 주요 단서들을 토대로 사모펀드·증거인멸 혐의의 쟁점을 살펴봤다. (관련기사 : 정경심-검찰 모두의 운명 가를, 결정적 장면 3가지 http://omn.kr/1r0dg)

[사모펀드 횡령 혐의] 이미 내려진 잠정 결론... 재판부가 남긴 단서

강백신 검사 : "7월 30일 경에 정○○씨 명의로 허위 컨설팅 자료 만들어 피고인에게 교부했던 것 맞죠?"
조범동 : "네, 사실입니다."


조국 전 장관의 5촌 조카이자 코링크PE 실소유주로 알려진 조범동씨는 지난 6월 11일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와 정경심 교수 동생 정아무개씨 명의로 '허위 컨설팅 증빙자료'를 만들었다고 시인했다.

허위 컨설팅 자료를 교부한 사실은 정 교수의 횡령 혐의에 있어 주요한 근거가 된다. 검찰은 조씨가 정 교수 남매와 허위컨설팅계약을 맺고, 2017년 3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이들에게 수수료 목적으로 회삿돈 1억 5795만여 원을 줬다고 보기 때문이다. 검찰은 조씨와 정 교수를 회삿돈 횡령 공범으로 보고 있다.

관련 내용은 지난 6월 30일 조씨의 1심 판결에서 일부 판단이 내려진 바 있다. 재판부은 "일부 비난 받을 수 있는 지점도 있지만, (정 교수가) 횡령 행위 자체에는 적극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공범(정 교수)의 가담 정도가 소극적이라 죄가 성립하지 않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정 교수를 언급한 부분을 두고 "제한적이고 잠정적 판단"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조씨 재판부가 정 교수 혐의를 심리한 게 아닌 만큼, 해당 판단이 전부가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결국 정 교수 횡령 혐의에 대한 판단은 오롯이 정 교수 재판부에 달린 셈이다.

횡령 혐의에 대해 정경심 재판부는 한 가지 단서를 남겼다. "정 교수가 조씨의 회삿돈 횡령 사실을 사전에 알았는지 여부가 혐의 유무죄를 가르는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언급한 부분이다. 즉, 정 교수가 조씨의 횡령 사실을 알고도 수수료 목적의 돈을 받았을 경우 유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차명거래 의혹] 판단하기 힘든 증인의 진술들

사모펀드 의혹의 또 다른 쟁점은 '차명거래 의혹'이다. 정 교수는 2017년 5월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취임한 이후 공직자윤리법상 재산 등록의무를 회피하고자 동생, 지인 미용사, 친구에게 차명계좌 총 6개를 빌려 790회에 걸쳐 입출금을 하는 등의 금융거래를 한 혐의를 받는다. 금융실명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탈법 행위 등을 목적으로 한 차명거래는 금지된다. 정 교수가 공직자윤리법을 피하기 위해 차명거래를 한 것이 입증될 경우, 유죄를 피하기 힘들 수 있다.

정 교수 재판 증인으로 참석한 차명거래 명의인들의 증언은 정 교수에게 마냥 유리하지도, 그렇다고 불리하지도 않았다. 먼저 정 교수의 단골 미용실 미용사 구아무개씨는 지난 5월 28일 법정에서 "정 교수가 계좌를 빌려달라면서 '민정수석의 배우자라서 주식거래를 못 한다'고 말한 게 사실이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에 유리한 답을 내놓은 것이다.

반면 정 교수에게 증권계좌 2개를 빌려줬다는 이아무개씨는 "선물 투자 교육을 위해 빌려준 것"이라며 정 교수는 교육에 따라 버튼 누르는 역할만 했을 뿐, 탈법 목적이 없었다고 했다. 정 교수 동생 정아무개씨도 차명투자 의혹을 대부분 부인했다. 실제 해당 계좌를 운용한 것은 자신이며, 이 계좌에서 오간 돈은 자신이 정 교수에게 빌린 돈이거나 이자였다고 설명했다.

[증거인멸] 재판부가 검찰에 던진 숙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9년 8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건물로 들어서며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9년 8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건물로 들어서며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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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는 지난해 8월 조 전 장관 관련 수사가 착수될 당시 코링크PE 관련 펀드 투자 자료 및 동양대 강사휴게실에 있었던 PC의 증거인멸 등을 지시(교사)한 혐의도 받는다. 지난해 8월 15일부터 21일까지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이 코링크PE 관련 해명자료를 준비·작성·배포하는 과정에서 '2018년 2분기 펀드운용현황보고서'를 위조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있다.

정 교수에게 증거인멸 교사를 받은 두 명의 관계자들은 현재 1심에서 유죄를 받은 상태다. 조 전 장관 일가의 자산관리인 김경록씨는 정 교수의 지시를 받고 동양대 강사휴게실 컴퓨터의 본체와 하드디스크를 은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조범동씨의 1심 재판부도 조씨가 코링크PE 직원들을 통해 사모펀드 관련 자료들을 삭제하게 한 혐의를 유죄로 보고, 정 교수와의 공범 관계를 인정했다.

한편, 정경심 재판부는 지난 6월 18일 열린 재판에서 정 교수의 증거인멸 혐의와 관련해 한 가지 숙제를 던졌다.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이 코링크PE 펀드운용현황보고서를 위조했다는 혐의 내용을 두고 "조 전 장관이 교사범이면 처벌이 가능한데, 공범이면 처벌이 안 될 수 있다"면서 "두 사람이 교사범인지, 공동정범인지 설명하라"고 검찰에 요구했다.

형법 155조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한 경우에만 증거인멸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일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공동범행을 한 것이라면 자신의 사건에 대한 증거를 삭제한 것이므로 처벌이 불가능해진다.
 

태그:#정경심, #선고, #조국, #사모펀드, #증거인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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