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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케아 노동자들이 세계 다른 나라 매장과 동등한 처우를 요구하며 오는 24일부터 파업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한국 진출 초기 높은 시급과 정규직 채용 등으로 주목 받았던 이케아에서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스웨덴에서는 선명했던 '이케아의 가치'가 한국에서는 사라져버린 이유를 들여다 보았습니다.[편집자말]
이케아 노조 조합원이 25일 오후 경기도 용인 이케아 기흥점에서 근무 시간 내내 서서 일하는 고충을 토로하며 의자 비치 등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이케아 노조 조합원이 25일 오후 경기도 용인 이케아 기흥점에서 근무 시간 내내 서서 일하는 고충을 토로하며 의자 비치 등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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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회사는 프랑스 회사고 점장도 프랑스인인데 왜 노조를 거부하는 걸까요?"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지난 2015년 방영된 드라마 <송곳>의 한 장면이다.

지난 12월 초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이케아 코리아 노동자들의 업무 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15분 단위로 빽빽하게 짜여진 스케줄 속에서 노동자들은 쉴 틈 없이 움직였다. 별도 쉬는 시간 없이, 이케아 코리아 노동자들에게는 법정 휴게시간만 주어졌다. 이들은 8시간 근무 시 나오는 1시간을 30분씩 두 번으로 쪼개 휴식시간으로 썼고, 쉬기 위해 밥까지 굶었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파트 타임(Part-time)으로 근무하고 있어 실질 연봉도 업계 최저 수준이었다. 

현재 이케아 코리아는 '우리는 모든 국내 법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각 나라의 경제 지표나 물가, 최저임금과 기타 법 규정에 따라 다르게 결정된다"며 "해외 이케아 매장에서는 지급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지급하지 않는 수당이나 복지후생은 없다"고 주장한다. 이케아 코리아의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일까?

스웨덴 이케아 노조에 물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오마이뉴스>는 지난 8일과 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스웨덴 상업노동조합(Swedish Trade Union for Commercial Employees) 소속 이케아 스웨덴 '블루칼라' 노조 대표 요제핀 룬드마크(Josefin Lundmark)와 노조 임원 헨리크 브롤린(Henrik Brolin)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웨덴을 콕 집은 건 이케아가 스웨덴 기업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네덜란드로 본사를 이전했지만, 스웨덴 현실에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출발한 기업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케아 스웨덴 노조는 직급이나 업무별로 세분화 돼 있다. 매장직 노동자와 같은 블루칼라 노조와 관리자 등 화이트칼라 노조가 구분돼 있었고 영업, 물류 등 직무별 노조도 따로 존재한다. 헨리크는 "스웨덴에는 총 20개의 지점이 있는데 각 지점에는 근무 시간이나 급여·혜택를 규율하는 자체 단체 협약을 만들 자유가 있다"며 "중앙이 정하고 있는 단체 협약보다 나쁘지 않은 한 그 규칙들은 허용된다"고 강조했다. 중앙의 표준 단체협약 내용은 이케아 스웨덴에서 '최저 수준'으로 여겨진다는 말이다. 

앞선 질문에 대해 답을 하자면, 이케아의 말이 맞았다. 하지만 법과 사회적 제도가 달라지면서 스웨덴에서의 '좋은 제도'는 한국에서 '나쁜 제도'로 돌변했다. 성 평등과 노동자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탄생한 북유럽식 탄력근로제는 우리나라에서 관련 법과 노동자 협상력이 부재한 틈을 타 비탄력적으로 변했고 노동자들의 생활을 옭아맸다. 

[차이점 ①] 탄력적인 탄력근무제 vs. 비탄력적인 탄력근무제
 
이케아코리아가 노동자 채용 시 안내한 지원 절차 매뉴얼. 탄력근무제임을 고려해 노동자들에 근무 가능한 요일·시간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케아코리아가 노동자 채용 시 안내한 지원 절차 매뉴얼. 탄력근무제임을 고려해 노동자들에 근무 가능한 요일·시간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 이케아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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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근무 형태 중 가장 두드러지는 차별점은 '탄력근무제'다. 탄력근무제란 일이 많은 날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일이 적을 때 추가 근무한 만큼 적게 일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같은 탄력근무제는 북유럽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근로 방식 중 하나다. 특히 스웨덴은 여성들에게 집안일을 병행하면서도 사회로 진출할 통로를 만들어줄 목적으로 탄력근무제를 실시했다. 출발점이 기업의 효율성이 아니라 성 평등 구현에 있었던 것이다.

또 노동자의 건강이 악화될 경우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회복 후에 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등 노동친화적 요소가 크다. 헨리크는 "스웨덴에서는 오랫동안 성 평등에 대한 정치적 논의가 이뤄져 왔다"며 "스웨덴 이케아 노동 조합은 이 아이디어를 조기에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케아코리아는 주 16·20·25·28·32시간 등 5가지 시간제 근무형태를 마련해두고 있다. 주 16시간 근무하는 노동자라면 주 2회를 8시간씩 일할 수도, 주 3회로 이틀은 6시간, 하루는 4시간 일할 수도 있다.

탄력근무제의 핵심은 노동자가 원하는 시간을 직접 선택해 근무할 수 있느냐다. 노동자가 시간을 선택할 수 없는 탄력근무제라면 '가사일을 하는 여성이 원하는 시간만이라도 일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당초 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케아코리아 역시 채용하는 과정에서 근무할 수 있는 요일과 시간을 선택하도록 했다. 이케아코리아 측은 "모든 코워커(노동자)가 일과 가정의 양립 및 균형 있는 삶을 영위 할 수 있도록 코워커의 희망 휴무일 뿐만 아니라, 개인 상황에 따라 변동 될 수 있는 휴가 일정 등을 스케줄에 최대한 반영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지난 12월 초 만난 노동자들은 이케아코리아가 몇 년 전부터 노동자들이 '일할 수 없다'고 정해둔 고정휴무일(락인, Lock-in)을 풀려고 했다고 입을 모았다. 세일즈팀에서 근무하는 한우리(가명)씨는 "어느 날 관리자로부터 노동자 한 명이 고정휴무일을 정해두면 다른 동료들이 힘들어진다는 이유로 고정휴무를 풀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결국 고정휴무일에 다니던 학원을 그만뒀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주 16·20·25·28·32시간 등 5가지 시간제 안에서 일을 더 하고 싶어도 시간을 늘리는 건 쉽지 않았다. 푸드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주희(가명)씨는 "근무시간을 늘리는 건 승진 개념으로 여겨져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윤택 이케아코리아 노조 지회장 역시 "회사쪽에 시간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이 많다"며 "하지만 기회가 별로 없고 합격한다는 보장도 없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의 사정은 다르다. 처음부터 노동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스케줄은 짤 수 없다. '스웨덴에서는 이케아가 노동자들의 고정휴무 일정을 고려해 업무 스케줄을 짜고 있냐'는 질문에 헨리크는 "스웨덴 이케아 블루칼라 노조가 맺고 있는 단체 협약에 따라, 회사는 각 지점의 노조와 직원 스케줄을 논의한 뒤 일정을 확정한다"며 "만약 일정이 이미 정해졌는데 회사에서 이 계획을 바꾸려 한다면 최소한 한 달이 지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파트 타임 노동자와 풀 타임 노동자가 서로 자유롭게 오갈 수 있냐'는 질문에는 "시간제 직원이 근무 시간을 연장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회사가 신입 직원을 고용할 예정일 때 회사는 외부에서 사람을 채용하기 전 각 지점 노조와 먼저 협상할 '의무'가 있다"며 "이케아에서 가장 오래 일했던 사람이 우선권을 갖는다"고 했다. 이어 "이는 스웨덴 노동법과 단체 협약이 동시에 보장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차이점 ②] 한국에서는 사라진 피카타임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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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휴무일 외에도 노동자들이 입사 당시 회사로부터 들었던 약속과 현실이 다른 점이 하나 더 있다. 북유럽식 피카타임이다. 이케아코리아 노동자들은 취업이 결정된 뒤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회사로부터 '우리는 스웨덴 기업이고 스웨덴에는 오후에 머리를 식힐 겸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는 피카타임(fika-time) 문화가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피카타임이 우리나라 법이 보장하는 휴게시간과는 별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업무에 투입된 뒤 회사가 제공한 스케줄표에 피카타임은 없었다. 4시간 일하면 30분, 8시간 일하면 1시간 주어지는 법정 휴게시간이 전부였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하던 업무를 정리하고 밥을 먹고 화장실을 다녀오는 모든 과정을 30분 내 분 단위로 쪼개 사용했다. 이와 관련해 이케아 코리아는 "피카는 근무 중 업무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코워커 재량으로 함께 일하는 동료와 개인적인 담소 또는 현재 부서의 방향이나 상황 등을 이야기하는 티타임"이라며 "복지제도가 아닌 이케아 문화 중 하나"라고 해명했다.

스웨덴에서는 5시간 근무에 최소 3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보통 스웨덴 기업들은 40~45분의 휴게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노동자들에게 피카타임이 보장된다. 헨리크는 "근무 교대 시간에 따라 10~15분 정도 무급 휴식 시간, 피카타임을 보장한다"며 "또 노동자들은 업무 중간중간에 화장실을 가거나 물을 마시고,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생각할 시간을 갖는 등 짧은 휴식을 취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유급으로 보장된다"고도 덧붙였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케아 스웨덴 노동자들의 근무표는 노동 시간과 휴게 시간으로 번갈아 채워져 있다. 최소한 2시간에 한 번씩은 쉬었다. 하루 8시간을 근무하는 전일제 노동자의 경우라면, 근무(2시간)와 피카(10분), 이후 근무(2시간)와 점심 시간(40분), 근무(2시간)와 피카(10분) 다시 근무(2시간) 순이었다.

국내 대형마트들도 노동 강도를 감안해 노동자들에게 법정 휴게시간 이외 별도 10~20분 유급 휴게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차이점 ③] 스웨덴에는 있고 한국에는 없는 야간·주말근로 수당
 
쟁의행위에 나선 이케아 노조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경기도 용인 이케아 기흥점 계산대 앞에서 사측은 말로는 글로벌 기준을 제시하며 현실은 차별 대우를 일삼고 있다며 임금 현실화와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쟁의행위에 나선 이케아 노조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경기도 용인 이케아 기흥점 계산대 앞에서 사측은 말로는 글로벌 기준을 제시하며 현실은 차별 대우를 일삼고 있다며 임금 현실화와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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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는 법정 최저임금이 없기 때문에 노사가 합의를 통해 적정 수준의 임금을 정한다. 취재 결과, 이케아 스웨덴의 1년차 노동자들은 시간당 139.13 스웨덴 크로나(SEK), 우리 돈 1만7862원을 받고 있었다.

반면 이케아 코리아는 지난해 경기도 기흥에 새 지점을 내면서 노동자들에게 주휴수당을 포함해 총 1만1040의 시급을 주겠다고 밝혔다. 1년차를 기준으로 한국 노동자들은 스웨덴 노동자 임금의 약 61%를 받고 있었던 셈. 물론 이를 이케아 코리아 노동자 임금과 단순히 비교하긴 어렵다. 물가 차이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 물가나 임대료 등으로 각 나라의 물가를 계산해 타국 물가와 비교할 수 있게 하는 글로벌 데이터베이스 웹사이트 '넘비오(NUMBEO)'에 따르면 스웨덴 스톡홀름과 서울의 생활비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스톡홀름에서 필요한 45000 SEK(575만8650원)로 영위할 수 있는 동일한 수준의 생활을 서울에서 하기 위해서는 551만9438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물가 수준은 스톡홀름의 95%를 넘어서면서 그 차이가 24만원 정도에 그쳤다.

또 지점 1개당 매출과 임금을 비교했을 때도 이케아 코리아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버는 것 대비 스웨덴 노동자들보다 적은 임금을 받았다. 이케아 스웨덴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총 180억 크로나, 우리 돈 2조3018억여원 벌어 들였다. 이케아 스웨덴 20개 매장과 레스토랑 전용 1개 매장, 유통센터 2개와 온라인상의 매출이 전부 포함된 수치다. 계산의 편의를 위해 20개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나온 매출이라고 가정하면, 1개 매장당 1150억9200만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지난 8월 이케아 코리아는 같은 기간 6634억원을 벌어들였다고 밝혔다. 이케아는 현재 국내에서 4개 지점과 1개의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4개 매장에서만 매출이 발생했다고 가정할 경우 지점당 1658억5000만원 수준이다. 스웨덴의 경우 부수 매장에서 발생한 매출도 모두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로 계산했음에도 매장 1개당 매출액은 한국이 500억원 더 많았다.

특히 이케아 스웨덴 노동자들의 임금에는 노동조합이 회사 쪽과 맺은 단체협약에 따라 각종 수당이 추가된다. 평일 오후 6~8시 사이 근무에는 시간당 임금의 50%, 평일 오후 8~12시 사이에는 시간당 임금의 70%의 수당이 붙는다. 주말엔 그 폭이 더 커져 토요일 정오 12시부터 자정까지 일할 경우 임금은 시간당 100%가, 일요일에는 시간과 상관 없이 임금의 100%가 가산된다. 이를 고려하면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이 전부인 우리나라 노동자 임금과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하지만 이케아코리아에는 추가 수당이 없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대체휴일을 지정하는 경우 초과근로나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할 법적인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이케아 코리아는 이에 대해 "우리는 직무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각 개인의 직무에 따라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따라서 급여 등의 근로조건과 관련된 부분은 개별 근로계약의 특성에 따라 각각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케아 고양점 오픈을 앞두고 있었던 지난 2017년. 이케아코리아는 광명점 노동자들에 이메일을 보내고 매출액이 세계 1위인데도 노동자들에 자체 성과급(ONE IKEA BONUS)을 지급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케아 고양점 오픈을 앞두고 있었던 지난 2017년. 이케아코리아는 광명점 노동자들에 이메일을 보내고 매출액이 세계 1위인데도 노동자들에 자체 성과급(ONE IKEA BONUS)을 지급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 이케아 노동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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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케아, #이케아코리아, #IKEA, #스웨덴, #이케아 스웨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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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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