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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해도 저물어가고 있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다사다난한 한 해'라고 하는데, 올해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특히, 올해는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보건의료분야 뿐만 아니라 모두가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연말이라 올해 정치권에도 훈훈한 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대하기도 했는데, 상황은 녹록지 않은 것 같다. 필자가 보기엔, 딱 한 가지를 제외하곤 전망이 답답하기만 하다. 한 가지 희망적인 소식은 내년도 예산안을 6년 만에 여야 합의로 법정시한을 넘기지 않고 통과시켰다는 점이다.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등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지난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등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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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정치권에서는 여러 가지 쟁점들이 있었지만, '검찰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 '윤석열-추미애 갈등'으로 온통 뒤덮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 개혁 입법 등 각종 민생현안은 국회 서랍 속에서 묻혀 있다가 정기국회 종료 시한을 앞두고 막판이 되어서야 더불어민주당 등의 '밀어붙이기' 통과로 마무리되는 모양이지만, 국민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형국이다.

개혁 입법에는 여러 가지 법안들이 있겠고 처리하는 과정에도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최소한 집권당이라면 대통령의 공약은 지키면서 개혁 입법을 완성하는 게 당연할 것이다. 그런데 작금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제 분야 개혁 입법 가운데 두드러진 것은 상법 개정안 통과, 공정거래법의 전속고발권 폐지 아닌 유지, 중대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법(약칭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미통과 등이다. 그런데, 이들 법안은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 관련이 있는 법안들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온택트 의원총회에서 휴대폰을 보며 대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온택트 의원총회에서 휴대폰을 보며 대화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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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상법 개정안은 문 대통령 재벌개혁 공약과 관계되는 것으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와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에 한 발짝 다가섰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지만,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 때 최대 주주와 일반 주주 모두 '개별 3%'로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후퇴하는 등 몇몇 핵심 조항이 정부 원안보다 후퇴한 건 실망스럽다고 하겠다.

재계 의견을 수용한 것이라는데, 애초 입법 취지와 실효성이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다음으로, 공정거래법상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는 대신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안건조정위에서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포함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넘어왔지만, 재계의 반발 등을 고려해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수정안으로 최종 의결됐다. 아쉬운 대목이다.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안전한 대한민국'과 직결되는 법안이다. '기업의 근로자 사망 사고 등 중대사고 발생 시, 기업 및 공공기관의 책임을 과실치사로 묻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은 이미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등 3당이 법안을 발의했고 이미 10만 국민입법 동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관련 기사] 
'약속 불발' 사과 없이... 이낙연 "중대재해법, 이른 시기에" 또 약속
이재명 "공정경제 3법에 난 구멍 반드시 메워야"

이 법에 대하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가 되기는 했으나, 단 15분 논의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공청회를 열지 않았다고 미적거리다가 정작 공청회가 열린 지 2일이 지난 뒤에도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은 법안소위원회 안건에 단 한 차례도 오르지 못했다(관련 기사: 256명 죽어간 176일 동안, 중대재해처벌법 국회 심사 단 15분).

그동안 산업재해 유족들은 중대재해법 제정에 힘을 쓸 수 있는 정치인이라면 여야를 막론하고 찾아가 만나서 법을 제정해달라고 호소했지만, 결국은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등은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 직결되는 법안들이지만, 원래의 취지에서 많이 후퇴한 것이다.

2020년 정기국회 마지막 개혁 입법 처리 과정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은 '역시 재벌의 힘이 세긴 세구나'라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과 '공수처 도입' 등 굵직한 이슈에만 매몰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재벌개혁과 같은 민생 개혁 입법을 등한시했다는 비판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검찰개혁'과 '공수처 도입'도 중요하지만, 재벌개혁도 중요하고 국민의 생명 및 안전과 직결되는 중대재해기업 처벌법도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제라도 집권여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이런 민심을 직시하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주인뉴스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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