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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발표한 유통규제 글로벌 비교 및 유통법 개정안 관련 경제계 의견인 '해외, 경제위기 극복위해 유통규제 완화할 때 한국, 나홀로 규제강화'.
 지난 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발표한 유통규제 글로벌 비교 및 유통법 개정안 관련 경제계 의견인 "해외, 경제위기 극복위해 유통규제 완화할 때 한국, 나홀로 규제강화".
ⓒ 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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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 7일 "국내 대규모 유통업 관련 규제는 글로벌 추세에 역행"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 등 해외 각국이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출점·영업 등 규제 폐지 및 완화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그 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언론이 이를 그대로 받아썼다.

전경련 발표 내용 가운데 '미국과 일본은 실질적으로 출점규제와 유통규제가 없다'는 부분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사실과 부합한다. 일본은 1970년대 대규모점포법을 폐지했고, 프랑스는 소매점 출점 규제 대상 면적 기준을 완화했다. 일요일 영업 가능 일수를 늘린 것도 사실이다. 독일과 영국 사례도 마찬가지로 사실과 같다.

전경련이 이러한 사례를 인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 정책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려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조치라는 주장일 것이다. 그렇다면 전경련 의견에 적극 찬성한다. 더불어 프랑스 수준에 유통업 환경을 조성하는 데 전경련이 앞장선다면 적극 지원하겠다. 그러나.

프랑스가 부럽나? 그러면 프랑스처럼 하자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1회 한미 디지털경제 협력 포럼'에 참석해 인사말 하고 있는 모습.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1회 한미 디지털경제 협력 포럼"에 참석해 인사말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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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전경련을 흉내내봤다. 참으로 한심하다. 아무리 재벌대기업의 이익만을 쫓는다고 해도 나름 엘리트들의 집단인데 어찌 이런 소리를 할 수 있을까. 아마 알고도 그랬으리라. 선진국 사례를 나열하면 언론은 무비판적으로 받아쓰고, 그걸로 국민을 속일 수 있다고 확신했을 것이다.

전경련이 주장한 각 사례들 속에 숨어 있는 진실을 알아보자. 역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프랑스 2008년 소매점의 출점이나 확장시 시 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점포의 매장면적 기준을 300㎡에서 1000㎡로 상향했다. 이는 이번뿐 아니라 그동안 국내 유통법 규제 논쟁에서 빠지지 않고 나왔던 내용이다.

좀 더 들여다보자. 그러니까 프랑스에서는 1000㎡ 미만의 점포는 허가가 필요 없다. 우리나라는? 유통산업발전법에서 '등록규제'를 받는 점포의 최소면적은 3000㎡다. SSM과 같은 준대규모점포의 면적 기준이다. 프랑스가 규제를 완화했다 한들, 지금 우리 규제보다 훨씬 강력하다. 우리도 프랑스 기준으로 하자.

면적 기준만 그럴까? 좀 더 디테일하게 보자. 프랑스는 1000㎡ 이상의 점포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프랑스는 GATS, 즉 세계무역기구 서비스협정 가입하며 허가제를 유지했다. 우리는? 상권영향평가와 지역협력계획만 제출하면 되는 '등록제'다. 프랑스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한 것처럼 우리도 허가제로 바꾸자.

전경련 설명대로 프랑스는 종교활동 보장과 근로자 건강권 보호를 목적으로 노동법을 통해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까지 영업을 규제하고 일요일 영업을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1년 중 일요일 영업 가능 일수를 5일에서 12일로 확대하고 관광지구, 핵심 역사 내 상점은 일요일 영업이 가능하게 완화했다고 한다.

우리는 어떨까? 복합쇼핑몰, 백화점, 아울렛 모두 전혀 휴무 의무가 없다. 365일 영업이 가능하다. 대형마트만 월 2회 휴무다. 대형마트의 일요일 영업 가능일 수는 연간 28일이다. 프랑스보다 일요일에 2배 이상 더 영업할 수 있다. 프랑스 근로자만 종교활동과 건강을 보호받아야 하는가. 우리도 프랑스처럼 하자.

이상의 내용은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프랑스 대규모점포 관련 규제 현황과 시사점, 2019)에 잘 담겨 있다. 전경련은 프랑스가 규제를 완화한 '추세'만을 강조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우리나라에서 상상할 수도 없는 아주 강력한 규제가 작동 중이다. 전경련 입장에서 프랑스 사례를 언급하는 건 자기무덤 파는 꼴이다.

선진국들의 강력한 규제들

다른 나라들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서울시가 2018년 작성한 '대규모점포 도시계획적 입지규제방안 연구보고서'에 각국의 유통규제를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전경련은 '미국과 일본은 실질적으로 출점규제와 유통규제가 없다'고 했지만, 서울시 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 너무 띄엄띄엄 본 것이다.

일본은 1990년대 '대규모점포에 관한 법률'을 폐지했다. 당시 법안은 500㎡(약 151평) 이상의 매장은 도심에 진입하지 못하게 막는 강력한 규제였다. 이 법안은 폐지됐지만, 이후에도 대규모점포는 일정 제한을 받고 있다. 대규모점포 사업자는 지역의 소상공인이 주도하는 상업활동조정협의회에 동의를 받아야 한다.

미국 최대 도시이자 쇼핑 중심지인 뉴욕 맨해튼은 아예 소매점의 최대 크기를 1만ft²(약 281평)로 제한하고 있다. 더 큰 매장을 짓기 위해서는 도시토지이용에 관한 평가절차(ULURP)를 거쳐야 하고, 도시계획위원회와 시의회의 승인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 실제 월마트가 시도했지만, 시의회 승인을 받지 못했다.

영국에 대규모점포를 세우려면 매장면적 1만㎡(약 3030평·도심지역 기준), 2만㎡(약 6060평, 시 외곽지역 기준)를 넘을 경우, 사업자는 입점이 예정된 지방당국에 '환경영향평가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1만 ㎡는 우리나라 대형마트의 면적 기준이다. 스타필드 같은 복합쇼핑몰은 10만~20만 ㎡ 규모다. 영국이라면 모두 규제를 받는다.

'주변 중소상공인들의 매출액이 기존보다 10% 미만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면 출점을 허용'한다는 독일 사례도 거꾸로 말하면 10% 이상 감소가 추정되면 출점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또 독일에선 매장면적 1200㎡(약 363평) 이상의 점포는 특별지구 내에서만 출점할 수 있다. 독일 건축법에 따른 규제다.

재벌유통대기업에 한없이 관대한 나라 
 
지난 6일 명동거리 모습.
 지난 6일 명동거리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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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이 언급한 어떤 나라보다 우리나라는 재벌유통대기업들에게 유리한 환경이다. 1년에 수십 개씩 대형마트를 늘려도, 365일 24시간 영업을 해도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 그러다 겨우 전통상업보호구역과 '월 2회 의무휴업'이 생겼다. 그러자 점포 크기를 줄인 SSM(외국에서는 대규모점포)으로 작은 골목골목까지 침투했다.

우리와 비슷한 인구와 국토면적,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 가운데 우리만큼 재벌유통대기업들이 거대하고 수많은 대형매장을 보유한 국가가 있을까? 장담컨대 지구상에서 대한민국은 재벌유통대기업에 가장 관대한 나라다. 소상공인의 고혈을 쥐어짜내며 성장한 재벌유통대기업들에게 무엇을 더 받쳐야 한단 말인가.

전경련 말대로 다른 선진국처럼 하자. 독일처럼 일정면적 이상의 건축물은 짓지 못하게 하자. 프랑스처럼 1년 공휴일 중 절반 이상은 문을 닫자. 미국 뉴욕처럼 도심에는 아예 대형매장을 내지 못하게 하자. 일본처럼 주변 상인들의 동의를 받게 하자. 모처럼 전경련과 소상공인이 손잡고 함께 선진 유통 환경을 만들어 보자.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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