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산후조리원> 배우 박하선 인터뷰 사진

ⓒ 키이스트

 
"모든 걸 소화할 수 있는 배우, '박하선이 연기하는 건 다 재미있더라'라는 평을 들을 수 있는 믿고 보는 배우, 다음이 기대되는 배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산후조리원>을 본 사람이라면, 배우 박하선의 이러한 바람은 이미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고 느낄 것이다. 드라마에서 박하선은 엄마로서의 고민을 표현하는 섬세한 내면 연기부터 우스꽝스러운 코미디 연기까지 모두 훌륭하게 소화하면서 '박하선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산후조리원>에 이어 카카오TV 웹 드라마 <며느라기>까지,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칭찬 받고 있을 때, 연기를 꾸준히 하고 있을 때가 감이 제일 좋은데 지금이 그 때라고 생각해서 계속 연기를 하고 싶고 저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전 아직도 보여드리지 않은 게 너무 많다"며 웃었다. 

여성들의 재난같은 출산과 산후조리원 적응기를 그려낸 <산후조리원>에서 미모, 육아 능력, 남편의 사랑까지 모두 갖춘 다둥이 전업 엄마 조은정으로 분한 박하선과 지난 4일 서면으로 만났다.

극 중에서 은정은 무통 마취도 거부하는 순수 자연주의 출산을 고집하며 아이 셋을 모두 자연분만으로 낳은 것은 물론, 며칠 전 출산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붓기 없는 얼굴과 화려한 옷차림을 고수한다. 조리원 동기들 사이에서 '산후조리원의 여왕벌'으로 불릴 정도.

그러나 너무 완벽해서 얄미울 정도였던 은정에게도 남모를 고통이 있었다. 무심하고 무뚝뚝한 남편, 작은 실수도 용납 못하는 강박관념, 공허한 독박 육아 등 드라마가 후반부를 향해 갈수록 시청자들이 점점 은정에게 빠져든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박하선은 "감독님과 캐릭터에 대해 계속 상의해가며 연기 톤을 조절했다"며 은정 캐릭터의 복합적인 면을 알아봐주신 시청자에게 감사했다고 털어놨다.

"은정이 얄밉지만은 않은 캐릭터여서 크게 걱정을 하진 않았지만, (연기하면서) 은정의 인간적인 모습들을 강조하고자 했다. 평소에는 풀메이크업이지만, 방 안이나 집에 있는 장면을 촬영할 때에는 화장을 거의 안 했다. 공간이나 상황에 따라 그런 디테일을 신경 썼다. 또 초반에는 조심스러워하다가 갈수록 거침없이 연기했는데, 제가 연기하면서 비춰지길 바랐던 부분이 다 이뤄진 것 같아 너무 감사하다. 처음에는 밉다가 점점 짠해지다가 가끔씩 사랑스럽기도 한 굉장히 복합적인 모습으로 봐주셔서 좋았다."
 
 tvN 드라마 <산후조리원> 배우 박하선 인터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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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선은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조은정 캐릭터를 "불쌍하다"고 표현했다. 이어 그는 "독박 육아를 하다 보면 산후우울증도 한 번씩들 온다. 저도 출산 후 회복기간이었던 2년여간 일을 하지 못했다. 남편이 워낙 바쁘기도 했다"며 은정 캐릭터에 실제 박하선의 모습이 담겼다고 고백했다.

"저 또한 독박육아를 해본 적이 있는데 그때의 제 모습이 (드라마에) 그대로 나왔던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기도 하고, 그런 인간적인 면들이 캐릭터에 녹아 있어서 치열하게 고민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제 모습이 반영됐다. 실제로 효린(박시연 분)처럼 (출산) 당시에 살도 많이 쪄서 집 밖을 나가는 데 부담이 크기도 했었다. 당시 지인의 결혼식에 간 적이 있는데 살이 쪄서 저를 못 알아보시는 분들도 있었다."

출산과 육아를 실제로 경험해봤기에 박하선은 더욱 드라마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엄마로서의 자신이 "오현진(엄지원)에 가장 가깝지 않나 싶다"고 했다. 극 중에서 오현진은 성공을 위해 달리던 커리어 우먼으로 불혹에 처음 임신을 하면서 상상도 못했던 출산의 고통과 산후조리원 적응기를 호되게 겪는 인물. 박하선은 "저도 엄마가 처음이었고, 누가 가르쳐준 적도 없었다. 한 번은 조리원에서 너무 힘들어서 친구에게 울면서 전화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출산과 육아를 그린 이번 작품을 통해 위로를 얻었다는 그는 김지수 작가에게도 개인적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보통 출산의 고통만 이야기하고, 애를 낳고 난 직후부터 회복할 때, 키울 때 등 과정에 대한 이야기들은 없는 것 같다. 엄마는 어떠한 희생도 감내해야 하는 것처럼 모성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복잡한 감정들이나 힘듦에 관해 이야기하는 게 금기시되지 않았나 싶더라. 이 작품은 이러한 이야기들을 풀어주는 드라마가 아닐까 생각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산후세계 이야기, 엄마로서 겪는 여러 감정과 마음 그 어느 것도 나쁜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서툴러도 괜찮다고. 방영되면서 정말 좋은 작품을 하게 되어 너무 좋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엄마로서 여자로서 사람으로서 작가님께 이런 이야기를 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연락했었다."

<산후조리원>은 여성의 출산과 육아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톡톡 튀는 신선하고 유쾌한 연출로 눈길을 끌었다. 산후 세계에 존재하는 엄마들의 계급을 영화 <설국열차>의 일등칸과 꼬리칸에 비유해 패러디하는가 하면, 베이비시터를 두고 경쟁을 펼치는 장면에서는 무협 액션 영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재현하기도 했다. 박하선 역시 <산후조리원>에서 다양한 분장을 하며 실감나는 코믹 연기를 펼쳤다.

그는 "사실 코믹 연기가 많이 고팠다. 주변 사람들을 웃기는 것도 좋아한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6회 무협 액션 신을 꼽았다. 특히 한여름에 촬영하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박하선은 "바주카포 신을 찍을 때는 굉장히 더웠고 힘들었다. 사람들은 제가 힘들수록 더 재미있어 하시는 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 좋아하고 즐기는 데에 당할 재간이 없는 걸까 싶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칼싸움을 해볼 수 있어서 너무 재미있었고, 쌍권총(공포탄)을 쏘는 장면에서도 희열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천녀유혼> 팬이라 왕조현 배우를 너무 좋아하는데 닮았다는 반응을 들어서 너무 좋았다"고 덧붙였다.
 
 tvN 드라마 <산후조리원> 배우 박하선 인터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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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은정 캐릭터를 통해 '인생캐릭터'를 경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박하선은 스스로도 "마지막 촬영을 하기 싫을 정도로 조은정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고 고백했다. 많은 시청자들이 호평을 쏟아냈던 표정 연기에 대해서도 "제가 봐 온 많은 작품들을 떠올리며 연기했다"며 재미있는 현장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저는 평소에 영화나 드라마를 장르 불문하고 많이 보는 편이다. 거기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 예를 들면 바주카포 신에서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하비에르바르뎀과, <홀리데이>의 최민수 선배님, <조커> 등 나도 모르게 그들을 떠올리며 연기하게 됐다. 감독님이 현장에서 제 표정연기를 보고 너무 웃겨서 '컷'도 제대로 못 외쳤다. 평소에 잘 웃지 않으시는 분인데 재미있어해 줘서 즐기면서 했던 것 같다. 이제는 즐기면서 할 수 있어서 앞으로도 더 (코믹 연기를)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시트콤도 로코도 또 해보고 싶다. 저는 '한국의 짐캐리'가 되는 게 목표다(웃음)."
 
 tvN 드라마 <산후조리원> 배우 박하선 인터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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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박하선은 지난 11월 공개된 카카오TV 웹 예능 <톡이나 할까>에서 작사가 김이나와 대화를 나누던 도중 열애설 및 결혼으로 경력 단절을 겪어야 했던 고민을 털어놔 화제를 모았다. 결혼했다는 이유로 캐스팅 순위에서 밀리기도 하고, 상대 배우가 미혼 배우를 고집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박하선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배우를 능력이 아닌 다른 요소로 평가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해보고 싶은 역할들을 늘어놓는 그에게서 아직도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역할이 무궁무진한 배우로서의 열정이 느껴졌다.

"기혼, 미혼, 애가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한 사람의 능력을 봐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저 또한 능력에 있어서 뒤처지지 않으려 많이 노력하고 있다. 능력이 아닌 결혼 유무, 자녀 유무가 왜 핸디캡이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 핸디캡이 아니고 그냥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경력 단절'과 같은 말은 없어져야 하는 게 아닐까. 우리 인식이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생각되어 용기를 내서 얘기했다.

하고 싶은 역할이 아직 너무 많다. 저는 이성적인 면이 있어서 장르물에 잘 맞다고 생각하고 또 좋아한다. <쓰리데이즈>에서 액션을 해보긴 했지만 액션 연기도 더 해보고 싶고, 사극, 시대물도 도전해 보고 싶다. 국내 첫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이라는 역사적 인물도 한번 연기해 보고 싶다. 역사상 최초로 이혼에 대한 자기 생각을 쓴 여류 화가이신 걸로 알고 있는데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캐릭터다. 의사도 해본 적이 없어서 한번 연기해 보고 싶다."
산후조리원 박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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