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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확산을 맞은 올 연말은 유독 더 몸과 마음이 시립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향상되고 경기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자영업자, 프리랜서, 직장인, 취준생 등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의 터널 속에서 어떻게 버티고 있을까요. 그 이야기를 들어봅니다.[편집자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폭증하고 있다. 11월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폭증하고 있다. 11월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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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가게에 혼자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는 마음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지 못할 것이다.

처음에는 나쁘지만은 않았다. 가게 안 이것저것 정리도 하고 내 할 일도 하니 이런 시간이 고맙기까지 했다. 그러나 조금씩 시간이 흘러 1년 가까이 이렇게 보내고 있으려니 자꾸만 속이 타들어 간다. 기다리면 다시 괜찮아지기는 할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디 나뿐만이겠는가. 코로나로 모든 사람들의 일상이 무너졌다.  

나는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상가에서 작은 가게를 하고 있다. 이 가게를 한 지 벌써 6년째 접어들었다. 7평쯤 되는 가게에서는 커피와 함께 여성복도 판매한다. 가게를 들어오는 사람들은 종종 "여긴 카페예요? 옷가게예요?" 하고 묻는다. 그러면 나는 늘 같은 대답을 해준다. "카페도 맞고, 옷가게도 맞아요!"

내가 꾸려간 7평짜리 동네 사랑방 

동네에 있는 작은 가게들이 다 그렇듯이 매출이 대단히 크지는 않지만, 집이 바로 옆이라 아이들을 돌보며 일할 수 있다는 큰 장점 때문에 이 자리를 선택했다.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가 바로 옆에 있어서 가게를 시작할 때 즈음 입학을 한 아이를 보살피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아이도 언제나 그 자리에 엄마가 있으니 한결 편안해했다.  

"커피 한 잔만 주세요."
"제가 이사 온 지 얼마 안돼서 그러는데요, 여기 태권도 학원은 어때요?"
"애들 영어학원은 어디로 보낸대요?"
"요즘 장염이 유행이라면서?"
"여기 이런 카페가 있었네요? 어머, 옷도 판매하나 봐요?"
"혹시, 우리 OO봤어? 여기 안 지나갔어?"
"이거 좀 여기에 잠시 둘게. 일보고 들어 가면서 가져갈게."
"OO엄마가 여기로 온다고 했는데? 아직 안 왔어요?"


시간이 흐르며 우리 가게는 동네 사람들에게 다양한 쓰임터로 자리를 잡아갔다. 불이 꺼져 있으면 뭔가 서운한 가게, 오가다가 얼굴이라고 빼꼼 비추고 가는 가게. 이곳에서 나는 큰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월세 한 번 밀린 적 없고, 얼마간은 벌이가 되었으니 다행이라 생각했다. 더구나 나에게는 점점 즐겁고 재미있는 공간이 되었다. 

사람들에게 잘 쓰지 않는 물건들을 가지고 나오라고 해서 벼룩시장을 열고 벼룩시장 수익금 중 일부는 기부를 하기도 했고, 손재주가 많은 동네사람이 만든 작은 소품을 가져오라고 해서 가게에 놓고 팔아 주기도 했다. 집에 있는 책을 몽땅 가지고 나와서 원하는 사람에게 빌려 주기도 했으며, 함께 기타를 치는 모임을 갖기도 했다. 그리고 마음 맞는 사람들 몇몇이 모여 독서토론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7평짜리 가게가 이토록 많은 쓰임이 있을 줄이야. 

매일 아침 일찍 가게에 나와 문을 열고, 가게 앞 청소를 하면서 학교에 가는 아이들과 손 흔들며 인사를 나눌 때면 '여기가 아파트가 즐비한 신도시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하는 하루하루가 아주 고마운 일이 었다는 걸, 코로나가 시작되고서 알게 되었다. 가게 앞 청소를 할 때도 이젠 아이들 얼굴 보기가 힘들어졌고, 늘 북적이던 가게가 썰렁하게 비어있다. 더구나 요즘은 커피도 포장만 가능하니 더 그렇다.  

그때 그 선택은, 과연 잘한 일이었을까 
 
코로나로 지나가는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 가게 앞 도로
 코로나로 지나가는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 가게 앞 도로
ⓒ 김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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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렇다 보니 요즘 나는 머릿속이 복잡하다. 바로 얼마 전 가게 임대를 1년 연장하는 재계약을 했는데, 그게 잘한 일인지 못한 일인지 헷갈리는 거다. 사실, 2년 전 10월 재계약을 할 때 임대인은 나에게 말했다.

"지금까지 3년 하셨죠? 지금 2년 계약하고 나면 이제 계약 안 하려고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저희가 직접 가게를 하려고요."
"그럼 2년 후에는 나가야 한다는 말씀이세요?"
"네. 그래 주셨으면 합니다."


그때는 참 난감했다. 이제야 자리를 잡았고 동네사람들과도 잘 지내고 있는데 나가라니 눈앞이 깜깜했다. 그냥 나가게 되면 내가 내고 들어온 소위 '권리금'도 받지  못한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날짜가 되면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2년은 쉼 없이 빨리 지나갔고 그 만기일이 바로 지난 10월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임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떻게 하실 건지 해서요."
"네? 나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계속 하실 거면 더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아 그래요? 그럼 더 할게요."


감지덕지해서 덥석 더 하겠다고 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조금 걱정스러웠다. '이 코로나가 금방 잠잠해질까' 하는 생각이 그제야 든 거다. 계약서를 쓸 때, 조심스레 1년간만 월세를 좀 감면해 주면 안 되겠냐고 부탁했는데 정중히 거절당했다. 임대인도 임대인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겠지만 조금 섭섭했다.

가게에 앉아 텅 빈 거리를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 한편이 답답해진다. 나처럼 영세한 자영업자는 작은 변화에도 타격이 크다. 또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격상이 되고 모든 사람들이 집 앞도 나오지 않으니 커피 한 잔 파는 게 쉽지 않다. 조용하고 좋다고 여유를 부리기엔 상황이 심각하다. 당장 이번 달 월세는 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덧붙이는 글 | 오랜 자영업자로 살아오고 있지만, 이번처럼 힘든 적은 없었던 것 같네요. 빨리 코로나가 사라지고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태그:#자영업자,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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