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예능 <온앤오프>의 한 장면

tvN 예능 <온앤오프>의 한 장면 ⓒ tvN

 
tvN <온앤오프>는 유명인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프로그램 제목은 바쁜 사회적 일상 속의 나를 의미하는 온(ON)과, 자신만의 시간을 의미하는 오프(OFF)를 합쳐서 출연자의 입체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준다는 의미를 담았다. 올해 5월 첫 방영을 시작한 <온앤오프>는 지난 5일 방송을 끝으로 7개월간에 걸쳐 방영된 시즌1을 마감하고 잠시 재정비 기간에 돌입했다.

최근에는 관찰예능이라는 장르가 지나칠만큼 범람하고 있어서 차별화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온앤오프>도 방영 초기부터 비슷한 장르의 선구자 격인 MBC <나혼자 산다>나 <전지적 참견 시점>의 '아류'라는 이미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주로 연예인이나 셀럽 '싱글' 남녀들의 일상을 잔잔하게 관찰한다는 포맷은 실제로 <나혼자 산다>의 초창기 모습과도 흡사한 구성이었다.

<나혼자산다>는 최근에는 '무지개' 모임의 고정멤버들을 중심으로 한 '팀플레이 위주의 인맥예능'으로 프로그램의 방향성이 다소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에 비하여 <온앤오프>는 성시경-조세호-김민아같은 MC들도 외부 촬영에 참여하지만, 출연자들간의 친목질이나 공동 프로젝트보다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삶'을 보여주는데 더 주력한다는 방향성을 끝까지 유지했다.
 
 tvN 예능 <온앤오프>의 한 장면

tvN 예능 <온앤오프>의 한 장면 ⓒ tvN

 
<온앤오프>가 보여준 차별화 요소는 뛰어난 섭외력과 '내 삶의 만족도'라는 관전포인트에서 나왔다. <온앤오프>에는 마마무 솔라, 소녀시대 출신 임윤아, 김새론, 안지영(볼빨간 사춘기) 최여진, 홍수현, 김완선, 스테파니 미초바, 구준엽, 장우혁, 손연재, 이지아 등 수많은 유명인들이 출연했다. 최근 관찰 다큐가 많아졌지만, 이런 종류의 사생활 예능은 물론이고 방송에서 자주 보기 힘든 인물들도 <온앤오프>에 출연하여 자신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공개하는 모습은 큰 화제가 됐다.

남성보다 여성 출연자들의 비중이 훨씬 더 높았다는 점도 <온앤오프>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개인의 집이나 인간관계 등 내밀한 사생활을 있는 그대로 공개해야하는 리얼리티 방송은 아무래도 출연자들 입장에서는 다소 꺼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뭔가 웃기거나 튀는 모습을 보여줘야할 것 같은 강박감이 느껴지는 다른 관찰예능과 달리 <온앤오프>는 출연자의 취향이나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극적인 요소를 부각시키거나 과도한 편집을 줄이고 출연자의 삶 자체에서 공감포인트를 찾는데 집중한다. 출연자 입장에서는 괜히 방송에서 일상을 공개했다가 이상한 이미지로 비쳐지는 게 아니냐는 부담이 적다.

<나혼자산다>의 '무지개 라이브'가 친근하고 서민적인 모습, 어찌보면 '짠내'나는 순간까지 포착하여 예능포인트로 부각시켰다면, <온앤오프>의 화면 구성이나 연출은 출연자가 '보여주고 싶은' 가장 즐겁고 행복한 모습을 표현하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연예인도 일상에서는 우리와 다를 게 없구나'하는 공감대를 추구할 것이냐, '나도 한 번쯤은 저런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대리만족을 주느냐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온앤오프>는 모든 출연자들을 아울러 '자신을 먼저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궤적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끊임없이 강조했다. 국제커플로 화제를 모은 래퍼 빈지노와 독일출신 모델 미초바는 오래된 커플 특유의 신뢰와 존중이 느껴지는 훈훈한 러브스토리를 보여줬고, 아이돌 출신 배우 김동완은 전원생활과 공연활동을 이어가는 바쁜 스케줄 속에서 항상 유쾌하면서도 프로폐셔널적인 책임감도 잊지 않는 일상을 보여줬다.

또한 푸근하고 친근한 캐릭터로 인기를 얻었지만 자신과의 약속을 위하여 30kg 감량에 성공하고 눈물을 흘린 조세호의 이야기, 인기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통하여 주목받았지만 배우라는 직업이 주는 불안정한 현실에 고뇌하고 요가를 통하여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는 배우 심은우의 모습 등은 특히 많은 공감을 자아냈다. 
 
 tvN 예능 <온앤오프>의 한 장면

tvN 예능 <온앤오프>의 한 장면 ⓒ tvN

 
온(ON)의 삶 속에서 유명인 출연자들은 항상 누군가와 경쟁하거나 평가받는 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여야하지만, 오프(OFF)된 일상에서는 타인의 눈치나 간섭에 연연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하여 스스로의 행복을 찾아간다. 바쁜 일상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자기 개발'에 열중하는 출연자들의 부지런한 모습은 행복은 노력없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공감대를 전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진짜의 나'는 따로 존재할수 있음을 부각시키며 주체적인 삶의 가치를 환기시켰다는 것은 <온앤오프>가 마니아층으로부터 호평을 받을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이었다.

물론 대부분 연예인이나 유명 셀럽이었던 출연자들의 긍정적인 모습만 부각시키려다보니, 자연스럽게 특정 출연자에 대한 과도한 개인 홍보나 미화 논란은 피할 수 없기도 했다. '풀소유' 논란으로 언행불일치와 위화감만 조장했다는 지적을 받았던 혜민 승려나, 미성년자 성희롱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던 김민아가 등장한 에피소드들이 대표적이다. 출연자에 대한 사전 검증 문제나 라이프스타일의 대중적 공감대 측면에서 제작진에도 많은 고민을 남긴 장면이다.

방송 후반부로 갈수록 '온'보다는 점점 '오프' 위주의 내용에 집중되면서 출연자들의 인맥자랑이나 '보여주기'식의 부자연스러운 내용이 늘어났다는 지적도 생각해봐야할 부분이다. 이는 <나혼자산다>와 같은 전작들도 장수 예능의 반열에 접어들면서 필연적으로 겪은 시행착오이기도 하다.

<온앤오프>는 재단장을 거쳐 내년 초 시즌2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개인의 삶을 다루는 관찰 예능들이 반드시 독하고 자극적인 맛이기만 할 필요는 없음을 증명한 <온앤오프>식 힐링이 다음 시즌에도 공감대를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관찰예능 온앤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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