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 사람, 10만인’은 오마이뉴스를 후원하는 10만인클럽 회원들을 찾아나서는 코너입니다. 이번 글은 10만인클럽 회원이기도 한 (사)세상과함께 이사장인 유연 스님이 희귀병에 걸려 투병 생활을 하던 반려견 ‘나모’를 극진히 간호하면서 쓴 글(‘한 시간마다 7~8번 발작, 제가 더 고통스러운 건...’)에 이어지는 ‘나모 추모글’입니다.?[편집자말]
 건강했을 때의 나모의 모습
 건강했을 때의 나모의 모습
ⓒ 유연 스님

관련사진보기

 
                                     [추모시] 나모 영전에
                                        彼門出永不來家
                                        心中溫身行在天
                                        作夜月滿金仙臺
                                        悽形象何必南母


                                        아,
                                        저 문으로 나가더니
                                        영영 집으로 못 돌아오는구나
                                        가슴에 너희 따뜻함이
                                        아직 남아있는데
                                        몸은 하늘로 가서 있는가
                                        어젯밤 달빛은 금선대에 가득한데
                                        왜 하필 나모인가?
                                        슬프고 차가운 몸


                                          - 유연 합장

나모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먼저 첫 글을 통해 나모의 힘겨운 투병 생활을 애타게 지켜보신 많은 분들이 치료비라도 거들기 위해 십시일반 '좋은 기사 원고료'로 응원해주셨습니다. 우선 나모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고, 모든 생명체가 공생하는 세계에 대한 저의 염원에 공감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부터 드립니다.

[첫 기사] 한 시간마다 7~8번 발작, 제가 더 고통스러운 건... http://omn.kr/1qucg

[서러운 달빛] 나모가 뛰놀던 산길에 그윽
 
 (사)세상과함께 이사장 유연 스님이 반려견 '나모'의 영정 앞에서 추도하고 있다.
 (사)세상과함께 이사장 유연 스님이 반려견 "나모"의 영정 앞에서 추도하고 있다.
ⓒ 유연 스님

관련사진보기

 
음력 16일 달이 창백하게 밝았습니다. 그날, 늦은 오후 충남대 동물병원에서 싸늘하게 식어가는 시신을 인도받아 금선대로 오니 나모가 뛰어놀던 산길에도 달빛이 그윽했습니다.

땡감을 먹고 캑캑거리던 감나무 밑에 나모는 없었습니다. 애달프고 서러웠습니다. 그곳에서 길냥이들이 들어올까 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웅크려 있던 사랑스러운 나모는 갔습니다.

평소에 나모가 물을 먹던 그릇에 향을 넣었습니다. 나모의 파리한 몸을 씻고 소창으로 감아 주었습니다. 두 손과 두 발은 주사를 맞은 흔적으로 울긋불긋했습니다. 등과 다리, 배, 콧줄을 끼웠던 곳은 털을 바짝 밀어 볼품없는 모습 그대로입니다. 멋진 나모는 온데 간데없고 병사한 견공입니다.

그 몸을 미얀마에서 수행할 때 입었던 가사로 덮어주고 염불을 해주었습니다. 나모가 산책하던 산길에 재를 뿌리고 자애경을 진심으로 독송했습니다.

"그 나라의 국격은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 달려있다."(간디

일 년에 6억 마리의 소가 도축되고, 660억 마리의 닭들이 우리의 먹을거리가 되기 위해 처참한 생존을 마감한다는 뉴스를 언젠가 본 적이 있습니다. 물질문명은 빛의 속도로 발달하고 있지만 우리는 주변을 둘러볼 여유 없이 더 바빠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인간의 이기심으로 죽어가는 뭇생명들에 대한 연민을 회복하는 게 마음의 여유를 찾고 지친 삶을 치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채식하는 날로 정해서 몸과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듯합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채식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으면 좋겠고요.

[연민의 회복] 다음 생을 위하여
 
 유연 스님은 나모가 파상풍이 걸리기 전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유연 스님은 나모가 파상풍이 걸리기 전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유연 스님

관련사진보기

 
모든 생명은 전생부모라고 합니다. 불교에서 육도문중 다생부모(六道門中多生父母)라고 합니다. 윤회하는 여섯 개의 세계에 자신의 업보대로 태어나서 얽힌 인연들이 만나고 헤어진다고 합니다. 생명의 모습은 다양해서 나모도, 당신도, 저도 지금 이 모습이지만 전생과 다음 생에 어떤 인연으로 만나는 것은 금생의 공덕과 행위에서 결정된다고 합니다.

지금의 행복과 불행은 과거 전생의 행위에서 결정된다고 하지요. 그러나 인과응보도 수행의 의지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의지와 선행, 긍정적인 마음으로 자신을 개선하면 이웃과 함께 행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와 제 주변을 즐겁게 해주다가 한 달여 동안 병마와 사투를 벌였던 나모를 떠나보내며 떠올린 생각입니다.

어찌 보면 대단치 않는 반려견의 죽음입니다. 하지만 한 생명의 주검을 지켜보면서 '반려견의 시대'에 한 목숨을 지키는 데 많은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는 열악한 동물병원의 현실을 목격했습니다. 나모는 사투를 벌이다 세상을 떠났지만, 비싼 병원비 때문에 애지중지하던 애완동물을 안락사를 시킬 수밖에 없는 냉혹한 현실도 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뭇생명체들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말합니다. 이는 멀리 있는 게 아닙니다. 당장 우리 주변만 둘러봐도 한발씩 그런 세상으로 내디딜 수 있는 연민의 공간이 널려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생명 파괴의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목소리를 외쳐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 주변의 다른 삶에 대해 연민의 시선을 보내고, 발걸음을 한발씩 내딛는 것도 공동체를 살리는 위대한 일의 시작입니다. 나모의 사투, 한 견공의 죽음을 통해 제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나모 잘 가라! 너도 우리 어머니처럼 좋은 날에 와서 아름답게 살다 갔구나.

양평에서 나모의 소식을 듣고 소국 한 다발을 안고 오신 임순례 감독님은 나모와 나의 친구입니다. 병실까지 찾아와 의료진들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후원금과 맛있는 빵을 내놓으셨습니다. 병실을 찾아주셨던 모든 분들, 충남대동물병원 나모의 주치의와 내외과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마이뉴스>와 나모를 응원해주셨던 독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 나모의 벗 유연 합장
 
 (사)세상과함께 이사장 유연 스님
 (사)세상과함께 이사장 유연 스님
ⓒ 유연 스님

관련사진보기

 
*추모글의 하단에 있는 '좋은 기사 원고료 주기'로 십시일반 격려해주신 후원금은 '나모'가 남긴 병원비로 사용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환옥 기자는 (사)세상과함께 이사장인 유연 스님의 속명입니다. (사)세상과함께는 2015년 창립해서 국내 소외계층과 해외 빈곤층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자립기반을 마련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특히 미얀마 학교 건립, 국내외  장애인, 어린이 돕기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였습니다. 올해에는 제1회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을 제정했습니다.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