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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 심장선씨의 유가족이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주최측 요청으로 유가족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
 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 심장선씨의 유가족이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주최측 요청으로 유가족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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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마지막 카드 결제 내역을 봤다. 저녁으로 3000원짜리 빵 하나 사드셨더라. 따뜻한 밥 한 공기라도 드시고 갔으면 이렇게까지 마음 아프지 않을 텐데. 저랑 동생 키우려고 고생만 하다 떠났다."

지난 11월 28일 인천광역시 옹진군에 위치한 한국남동발전 영흥발전본부에서 석탄회 상차작업을 하다 추락해 사망한 심장선씨의 아들이 4일 청와대 분수대 앞 기자회견에서 "편하게 못 떠난 아버지의 장례를 빨리 치르고 싶다"면서 한 말이다.

아들 심씨는 "회사(남동발전 영흥화력)에서는 계속 아버지가 사고를 당한 후 신속한 응급조치와 구조를 했다고 말하는데 전부 다 거짓말이다. 아버지는 사고를 당하고 십몇 분이 흐르는 동안 머리에서 피가 나고 손발이 떨리는 상태로 방치됐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들은 "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는 회사가 갖고 있는 CCTV를 전부 공개하면 정확히 알 수 있다"면서 "회사는 감추고 있는 CCTV 자료를 모두 공개해야 된다"라고 요구했다.

3일 한국남동발전은 보도자료를 내고 "사고는 지난 11월 28일 오후 1시 1분에 발생했으며 오후 1시 6분과 7분에 후속 차량 운전자와 설비 운전원이 현장에 도착해 119에 신고한 뒤 오후 1시 14분부터 119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면서 아들의 주장에 반박했다.

사망한 고 심장선씨는 한국남동발전 영흥발전본부 재하청 업체 소속의 화물노동자로 일했다. 원청인 한국남동발전 영흥화력발전소는 석탄회를 처리하는 공정을 금화PSC 업체에 맡겼고, 이 업체가 심씨가 속했던 고려FA라는 운송업체에 해당 석탄회 운송 업무를 위탁했다.

"왜 직접 사과하지 않나?"  
 
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고 심장선씨의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주최측 요청으로 유가족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
 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고 심장선씨의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주최측 요청으로 유가족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
ⓒ 공공운수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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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아들 심씨는 "남동발전이 유가족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우리는 사과를 받은 적도 없고, 사과한 것을 본 적도 없다"라고 말했다.

앞서 남동발전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재해자 분과 가족을 잃은 유가족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현재 진행 중인 경찰과 고용노동부 조사에도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라고 밝혔다.

아들 심씨는 "(유항렬 한국남동발전) 사장이라는 분이 장례식장에 와서 '우리는 잘못 없다'고 말했다. 함께 온 본부장이라는 사람은 '하청업체에 압박 넣어줄 테니 그쪽과 합의 보라'고 했다"면서 "회사는 끝까지 아무 잘못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사고 현장에 아버지는 혼자 계셨고, 감독하던 사람도 없었다. 사고가 난 다음에 확인하러 온 사람도 없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남동발전은 4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장님이 장례식장에 가서 유족을 만나 직접 '죄송하다'라는 말을 했다"면서 "공개적으로도 말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족이 요구하는 CCTV 공개'에 대해 "차주 월요일(7일) 유가족과 국회에서 회사를 방문한다. 그때 CCTV는 공개될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에는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사망한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도 참석했다. 

김 대표는 "업체가 노동자에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과 아빠를 잃은 끔찍한 아픔에도 아들이 사건진상을 파헤치고 있는 모습은 제가 겪은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죽은 것도 억울한데 노동자에게 사고를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기가 막히고 참을 수가 없다. 사고 당시 고인은 방치돼 골든타임을 놓쳤다. 사측의 행태는 산재가 발생하면 처벌이 미약해서 그런 것 아니냐. 법적으로 강력한 처벌이 있으면 어떻게든 살리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후 고 심장선씨의 자녀들을 직접 챙기며 위로했다.
 
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 심장선씨의 유가족이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주최측 요청으로 유가족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
 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 심장선씨의 유가족이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주최측 요청으로 유가족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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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공공운수노조는 '한국남동발전 영흥화력본부 회정제설비 운전지침서'라고 명명된 문건 일부를 공개했다. 문건에는 영흥화력발전이 심씨 등 화물노동자들에게 어떻게 상차 업무를 시켰는지 그 절차가 자세히 기록됐다.

"출하 버튼을 누른 후 35톤 상부에 올라가서 (석탄회가) 넘치는지 만차 시까지 위에서 지켜봐야 한다. 기사님의 실수로 석탄재가 탱크를 넘치는 경우 계근대 주변을 청소해야 한다. 석탄재가 넘칠 경우에는 모든 계근대 주변 청소를 해야 한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지난 11월 30일 남동발전은 '상차 업무를 화물노동자들에게 떠넘겨 사고가 났다'라는 지적이 일자 "상차 업무는 기계설비에 의해 자동으로 이뤄지며, 차량운전자의 업무가 아니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 이후 구성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권고에 따라 진행된 정부 연구용역조사에서 석탄재 처리 노동자들은 "운전책임자의 업무가 과중해 직원 안전관리 공백이 발생한다"면서 "위험 설비 근처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2인 1조 도입이 필요하다"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들의 요청은 심씨가 사망한 현장에 반영되지 않았다.

태그:#영흥화력, #남동발전, #김용균, #심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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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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