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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마지막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마지막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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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아이로서... 대한민국의 노인이 되어 이렇게 (법원에) 왔습니다. 판사님을 믿고, 우리 법을 믿고 저는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왜 (해결을) 못해줍니까? 왜 못해줍니까!"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가 법정에서 재판장을 향해 울분을 토해냈다. 여전히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사과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한 한탄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는 국가와 법을 향한 원망이었다. 

발언 내내 눈물을 수차례 훔치던 이 할머니는 "4년 전에 제가 이 법(소송)을 했는데, 그동안 바뀐 게 무엇이 있느냐"면서 "저는 얼마 남지 않았다. 시간이 기다려주나, 해가 기다려주나. 나이 90이 넘도록 이렇게 판사님 앞에서 호소를 해야 하는 건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수 할머니의 눈물 "지금은 그저 답답하고 절박하다"

이 할머니는 11일 오후 4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5부(재판장 민성철) 심리로 열린 일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판에서 당사자본인신문 차 법정에 참석했다. 해당 재판은 2016년 12월 28일 고 곽예남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이었는데, 꼬박 4년이 지난 후에야 선고를 목전에 둔 마지막 변론 기일을 맞게 된 것이다. 

재판이 4년여 동안이나 길어진 이유는 일본 정부 측의 '불응' 때문이었다. 일본 정부는 2016년 12월 소송이 제기된 이후 소장 송달을 계속 거부하면서 3년 동안 재판을 공전시켰다. 지난해 법원이 이를 공시송달로 처리하고 재판을 개시했지만, 현재까지도 일본은 단 한 번도 출석 요구에 응한 바가 없다.

이날 이 할머니는 이러한 일본 정부의 태도를 두고 "우리가 소송을 4년 전에 했는데도 아직까지(진행된 게 없다). 일본은 할머니들이 다 죽기를 기다린다"라며 분노를 드러냈다.

이어 이 할머니는 그 자리에서 국가와 법원을 향한 원망을 표출했다. 준비해 온 한 장의 편지는 두 줄만 읽고 내려놨다. 이 할머니는 "4년 전에 제가 이 법을(소송을) 했는데 지금까지 하시는 게 뭐가 있느냐. 법에 계신 분이 그렇게 해야겠느냐"면서 "판사님을 믿고, 법을 믿고, 우리 법을 믿고 저는 기대했는데 왜 못해주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 도중 눈물을 훔쳐내던 이 할머니는 답답함에 책상을 두 번 내려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면서 이 할머니는 재판장을 향해 "저희들은 직접적인 피해자다. 판사님도 여러분들도 간접적인 피해자다. 책임있다, 책임져라"면서 원통함을 드러냈다. 

이 할머니는 "너무 지금은, 참 답답하고 절박하다"면서 아래와 같은 호소를 덧붙였다.

"일본이 왜 우리를 끌고 간 건지... 저는 분명히 말하지만, 조선의 아이였다. 여자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대한민국의 늙은이로 이렇게 와서, 법원에 와서 제가... 나라대 나라로 해결한다고 해서 믿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너무 지금은... 참 답답하고 절박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마지막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마지막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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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할머니는 과거 본인이 겪은 위안부 피해 경험을 법정에서 생생하게 진술하기도 했다. 할머니는 "위안소에 있었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게 무엇이었나"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군인 방에 들어가는 게 제일 힘들었다. 그것보다 힘든 게 어딨나"라고 답했다. 이밖에도 이 할머니는 본인의 피해 사실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의 죽음과 당시의 처참한 생활상을 힘겹게 곱씹어냈다.

재판이 끝난 직후, 이 할머니는 취재진과 일문일답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도 이 할머니는 "(한국이 일본을 상대로) 얼마든지 나오게 해서, 끌어내서 사과도 하고 배상하게 할 수 있는데 이걸 못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 "(한국 정부는) 아직까지도 눈치만 보고 있다. 그래서 저는 법에 절박한 마음으로 호소하기 위해 오늘 (재판에) 왔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우리가 죽고 나면 일본이 누구에게 사죄와 배상을 하겠나"라며 "(이렇게되면) 일본은 영원히 전범 국가로 남을 것"이라는 비판을 덧붙였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은 이날 이 할머니의 진술을 끝으로 변론종결을 맞았다. 선고는 내년 1월 13일 오후 2시다.

태그:#이용수, #위안부, #일본, #손해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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