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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정부 예산안 심의가 본격 시작됐다. 유례없는 코로나19 위기 속에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쓸 것인가가 정하는 일이 어느 해보다 중요한 때다. 그런데 전체 예산의 10%에 달하는 국방예산은 올해 처음 50조 원을 돌파한데 이어 내년 예산으로 52.9조 원이 편성됐다. 이에 국방예산 증액의 문제점과 대안을 네 차례 걸쳐 연재한다.[기자말]
미국 대선 이후 많은 전문가들과 한국 언론은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 부드러운 한미동맹을 추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방위비분담금, 전작권 전환, 사드 정식 배치, 대북제재와 유엔사를 활용한 남북교류통제 등 한미간 핵심 사안에서 한국 정부가 과감하게 달라지지 않는 한 미국은 달라질 이유가 없다. 방위비분담금 협상은 수월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데, 트럼프의 500% 인상안은 지나간 일일 뿐이다. 한국 정부가 이미 13%까지 물러선 상태라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

15년을 준비하고도 끝내 물거품이 된 전작권 환수
 
지난 10월 14일 서욱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미 워싱턴D.C. 인근 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진행하고 있다.
▲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 지난 10월 14일 서욱 국방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미 워싱턴D.C. 인근 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진행하고 있다.
ⓒ 워싱턴특파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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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조건을 채우지 못했다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2022년에 돌려주길 거부했다. 혹을 떼기는커녕 더 붙이기까지 한 셈인데 에스퍼 장관은 전작권 전환 조건을 채우기 위해 한국의 추가적인 무기획득을 요구했다. 이에 서욱 장관은 그 요구를 받아들이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무려 15년을 준비한 '전작권 환수'가 기약도 없이 무기구매만 강요당한 체 물거품이 되는 참담한 순간이다.

2012년 4월에 돌려받기로 합의한 전작권을 2015년 12월로 연기한 것은 이명박 정부다. 박근혜 정부는 아예 기한을 정하지 않고 '조건'에 의한 전환으로 만들어버렸다. 그 조건은 '한국군군사능력, 북핵·미사일대응능력, 적절한 안보환경' 등 계량이 불가능한 것들로 사실상 전작권 환수를 무산시킨 결정이었다. 전작권을 돌려받고 싶지 않았던 정부와 '전략적 유연성'에서 '아시아로의 회귀'로 전략이 바뀐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그런데 촛불로 당선된 문재인 정부는 이를 바로잡는 대신 트럼프 정부의 선의에 기대는 결정적인 우를 범하고 말았다. 그 결과는 오늘 우리 앞에 놓인 참담한 현실이다. 

'묻지마' 무기쇼핑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와 독립유공자유족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청년연대, 진보대학생넷, 주권자전국회의, 전국여성연대 대표 등 각계 인사들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기 증강과 국방예산 증액 반대를 요구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와 독립유공자유족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청년연대, 진보대학생넷, 주권자전국회의, 전국여성연대 대표 등 각계 인사들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기 증강과 국방예산 증액 반대를 요구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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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전환 무산이 더욱 참담한 것은 지난 15년 동안 전작권 전환을 명분으로 혈세를 100조 원 넘게 쏟아부었고, 앞으로 5년 동안 또다시 100조 원을 쏟아부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전작권이 중요한 이유는 군대를 운용하는 데서 작전기획 능력이 없으면 아무리 많은 병력과 첨단무기가 있어도 운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군은 15년 동안 전작권 전환을 준비하면서 작전기획능력을 키우는 대신 미국이 요구하는 작전계획에 따라 '묻지마 무기증강'에만 열을 올렸다. 국방부는 각종 첨단무기로 치장하고 있지만 그 무기가 왜 필요한지,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방비는 2025년에 67.6조에 이를 전망이다. GDP대비 국방비 지출은 OECD국가중 최상위권이다. 반면 복지비는 OECD국가중 최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 한국 국방예산 증가 추이 (2017~2025) 국방비는 2025년에 67.6조에 이를 전망이다. GDP대비 국방비 지출은 OECD국가중 최상위권이다. 반면 복지비는 OECD국가중 최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 한국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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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근혜-오바마 정부에서 수립된 선제공격용 작전계획은 지금까지

더 심각한 것은 어떤 무기인가 하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국방부는 2015년 이명박근혜 정부와 오바마 정부가 세운 대북선제공격용 작계5015에 따라 무기를 증강해왔다.

앞으로 5년간 총 300조 원 규모(방위력개선비 100조 원)의 국방중기계획(2021년~2025년)을 수립해 놓고 있어 차기정부의 발목까지 잡게 됐다. 작계5015는 방어 후 공격 개념의 기존의 작계5027을 대체해 북한의 핵심시설 700곳 이상을 선제타격하고 평양에 특수부대를 침투시키는 참수작전까지 포함한 선제공격 계획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 국방부는 박근혜 정부와 오바마 정부가 작계5015에 근거해 수립한 한국군 독자의 선제타격전략인 '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제(KAMD), 한국형대량응징보복계획'등 3축 체계를 이름만 바꾼 체 지속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2018년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 이후 전면 수정했어야 함에도 단 한 줄도 고치지 않고 작계5015와 3축 체계에 필요한 무기를 사고 있는 중이다.
  
한미관계를 변화시켜 평화로 나아갈 절호의 기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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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지난 3년 반 동안 트럼프 정부의 선의를 기대하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추구한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북선제공격용 무기를 샀고, 한반도 평화에 역행했다. 또한 전작권 전환을 완료해 수평적인 한미관계로 한 걸음 나아가려 했지만 전작권 전환은 기약도 없이 트럼프 정부로부터 더 많은 무기구입과 방위비분담금 증액만을 강요받고 있다. 

그런데 지난 3년 반 동안의 실수를 바로잡을 기회가 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상당 기간 대선 후폭풍을 수습하느라 정돈된 대외정책을 펼치기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와 바이든의 차이를 살피면서 시간을 낭비한 후 또다시 바이든 정부의 선의에 기대는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바로잡을 수 없다.

당장 미국 정부와 협의 없이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부터 과감하게 해 나가야 한다. 그 첫걸음은 '묻지마 무기증강의 중단'이다. 한국 국방비는 한국정부와 국회의 의지로 조정할 수 있는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김병규씨는 한국진보연대 자주통일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태그:#국방예산, #무기증강, #평화군축, #한반도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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