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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지지자들이 보낸 수많은 화환이 놓여 있는 모습.
 지난 10월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지지자들이 보낸 수많은 화환이 놓여 있는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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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갈수록 '검찰 권력' 문제가 큰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검찰의 권력 남용과 인사권을 둘러싸고 매일 같이 논란의 연속이다.

검찰 권력이 처음부터 지금처럼 문제가 된 건 아니었다. 우리 사회에서 '검찰 권력'이 부각되는 시기는 이른바 '87 체제' 이후 들어선 문민정부부터였다. '법치'라는 명분을 앞세워 정치군인들이 차지하던 자리를 검찰조직이 점차 접수해나가면서 마침내 현재와 같은 '검찰 권력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 것이다.

검찰 기소독점주의, 반드시 견제돼야 한다

'검찰 권력'의 막강한 힘은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에 근거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검찰이 보유한 이 기소독점주의는 일제강점기인 1912년 <조선형사령>으로부터 비롯됐다. 말 그대로 일제잔재에 속한다.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는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전혀 보편적인 제도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민간인들로 구성되는 대배심(Grand Jury)이 기소를 결정한다. 그리해 시민들은 대배심 혹은 기소를 하지 않는 검사에 대한 직무집행명령제도(mandamus)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을 견제한다.

서구 여러 나라에서는 사인(私人) 소추주의가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국가 소추주의만이 관철되면, 범죄 피해자의 피해 배상과 정당한 응보 감정을 외면하기 쉽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형사소송 절차는 또한 범죄 피해자에게 직접소추를 할 수 있는 사소권(私訴權, Action civile)을 인정함으로써 검찰의 자의적 공소권 남용에 대한 제한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한편, '사법후진국'이라 평가되는 일본도 2차대전 패전 후 미군정 하에서 미국의 대배심(Grand Jury) 제도 대신 검찰심사회가 설치돼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하도록 했다. 검찰심사회는 각 관할 지역에서 무작위로 추첨된 주민 11명의 심사원으로 구성되며 이중 8명 이상의 동의로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에 대해 기소 의결을 하게 되면 기소를 강제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연간 약 7300명이 검찰심사원으로 선발되고 있다. 이밖에도 검찰심사회는 검찰 사무의 개선에 대한 건의, 권고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검찰에도 미국의 대배심과 일본의 검찰심사회를 참고했다는 명분으로 검찰시민위원회라는 제도가 설치됐다. 하지만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할 뿐이다.

'공적(公的) 옹호자'로서의 위상 지닌 독일 검찰

물론 '검사(檢事)'라는 명칭도 일본으로부터 유래했다. 그런데 독일에서 '검사'라는 용어에 대응하는 용어는 'Staatsanwalt'로서 '국가의 법률가' 혹은 '국가의 변호사'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렇게 하여 '체포'나 '검속'의 의미를 연상시키는 우리나라의 검사와 근본적으로 달리 '공적(公的)' 의미를 지닌다.

독일에서도 검찰 권력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의 문제는 오랜 시간의 논의 과정을 거쳤다. 그 논의의 주요한 결과 중의 하나는 바로 검사가 피의자에게 불리한 증거만이 아니라 유리한 증거도 수집해야 한다는 검사의 '객관 의무에 관한 규정'의 명문화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독일에서 검찰은 '공적 옹호자'로서의 위상을 갖게 됐다. 지금 우리 검찰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과는 상당히 다르다.

태그:#검찰, #기소독점주의, #일제잔재, #검찰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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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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