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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국회의사당.
 여의도 국회의사당.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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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국회 예산심사 기간이다. 우리 국회의 경우, 예산 심사에는 두 달이 주어진다. 심지어 그 두 달도 사실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역대 국회의 행정부 예산안 수정은 겨우 1%에 그치고 있다. 99%가 그대로 통과된다. 국가 재정통제의 중요한 수단으로서의 국정감사는 모두가 인정하듯 그 실효성이 심각하게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는 예산 감액 권한밖에 없다

사실 우리 국회는 예산 조정의 권한이 없다. 오직 감액만 가능하다. 왜냐면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는 헌법 제57조의 규정 때문이다. 국회가 예산 조정을 할 수 없고, 기재부가 내놓은 예산안을 감액하는 것이 고작이니 기재부의 힘이 막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국회는 감액한 그 예산으로 '쪽지 예산'이라는 편법을 관행화해왔다. 

결국 근본적으로 국회에 의한 재정통제가 불가능한 현실이다.

다른 나라 의회는 어떻게 예산심의를 하는가?

미국의 의회는 행정부 소속의 예산국에 비견되는 의회 소속의 의회예산처(CBO)의 뒷받침에 의해 충실한 예산심의를 수행한다. 의회예산처는 의회 예산위원회에 경제 및 예산 전망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며, 각 상임위원회도 예산위원회에 예산 관련 입장과 추정치를 제출한다. 의회의 예산 심사 기간은 약 8개월에 이른다.

독일에서 예산안은 매년 9월 1일 의회에 제출되어 연방의회의 제1독회를 거쳐 (정당 소속의 정책위원을 포함하여) 전문성을 갖춘 예산위원회의 심사만 꼬박 3개월이 소요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본 회의에 회부되어 제2독회와 제3독회를 통해 의결된다. 프랑스 그리고 영국 등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최소한 3개월 이상의 심사 기간을 거치도록 되어 있다.

중요한 점은 이들 나라도 행정부가 예산안을 작성하기는 하지만, 반드시 회계감사원(혹은 검사원)에 의한 사실상의 '사전 감사' 과정을 거쳐야 예산안이 작성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우리처럼 행정부가 독주하는 예산안이 아니라 의회와 회계감사원의 통제가 가능하게 된다.

결산 심사는 미국의 경우 별도의 심사제도가 없이 의회에 설치된 회계감사원에서 연중 상시적으로 실시하며, 프랑스나 독일 그리고 영국은 독립된 회계검사원의 회계감사 보고서를 제출받아 시행한다.

재정민주주의, 주권자인 국민이 국가 재정을 통제해야 한다

국가 재정에 대한 통제는 당연히 국가의 주권자인 국민이 통제해야 한다. 이는 국민주권주의 정신의 실현이고, 재정민주주의의 내용이다.

본래 의회의 형성 자체가 행정부에 대한 재정통제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미국 독립전쟁 당시의 "대표 없이 세금 없다"는 말은 이를 한 마디로 웅변하고 있다. 특히 의회의 재정통제 기능을 정상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회계검사 기관을 설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국회의 예산 심사 기간은 지금보다 훨씬 확대되어야 하고, 예·결산 상임위원회의 위원 임기는 4년 임기로 전문화되어야 한다. 동시에 국회에 설치되어 있는 예산정책처가 명실상부한 예산 전문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함으로써 의원들의 예·결산 심사 활동을 효율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나아가 국회 소속의 회계감사원 혹은 국회와 긴밀히 연결되는 회계감사원을 기초로 국가 재정 통제라는 중차대한 임무를 "국민의 이름으로"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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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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