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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 지역"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2호기, 3호기, 4호기. 최근 태풍으로 고리원전 3, 4호기가 잇따라 셧다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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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하는 자회사 노동자들이 경고파업, 퇴근 거부 투쟁에 들어간 데 이어 청소업무도 무기한 중단하기로 했다. 이들은 한국수력원자력의 자회사인 퍼스트키퍼스(주) 소속으로 "사측의 합의사항 불이행, 불성실 교섭"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전국 원자력발전소에서 쟁의행위 나선 자회사 노동자들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발전분과위원회는 2일 한수원 자회사 퍼스트키퍼스 소속 조합원 800명이 원전 전체 시설 화장실 청소와 개보수 업무를 무기한 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기는 오는 4일부터다.

이들 조합원은 한빛, 고리, 새울, 월성, 한울 5개 원전을 포함해 사택 등에 대한 청소와 시설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6일에도 사흘간 퇴근을 거부하고 농성을 벌인 바 있다. 원전은 국가중요시설 가급으로 우리나라에서 보안등급이 가장 높은 곳이다. 노조는 "이런 장소에서 조합원들이 사측을 상대로 싸움에 나선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조합원 대부분은 고령의 여성 청소노동자다.

이번 노사 갈등의 배경에는 올해 임금단체협상이 있다. 퍼스트키퍼스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설립한 한수원의 자회사로 청소, 시설 개보수 등을 맡는다. 자회사 설립 이후 소속 노동자들은 하나의 노조 뭉쳐 사측과 교섭에 나섰다. 그러나 올해 3월부터 시작된 교섭은 17번에 걸친 대화에도 서로 끝내 입장을 좁히지 못했다.

합의에 이르지 못한 주요 쟁점은 ▲ 매년 시중노임단가 변동분 기본급 반영 ▲ 한수원과 합의대로 낙찰률 94% 이행 ▲ 정년 2년 연장 등이다. 노조는 현행 88%인 낙찰률을 높이고, 노임단가 변동분 반영, 정년 연장 문제 등을 해결해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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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리원전 1~4호기, 신고리 1~2호기를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고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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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사측은 노조의 요구가 무리하다고 판단한다. 사측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자회사 전환 과정에서 평균 14~16% 임금 인상으로 이 부분을 이미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낙찰률 94% 보장도 우리가 들어줄 수 있는 내용의 범위를 넘어섰다"면서 "교섭을 불성실하게 하거나 불참한 경우도 없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은 합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회사인 한수원도 '개입불가' 태도를 분명히 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자회사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에 대해서 우리는 관여하지 않는다. 별다른 의견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고, 보안이나 방호 등의 문제는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살펴보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박용규 발전분과 위원장은 "미합의 쟁점이 32개나 남아있다. 인내심을 갖고 양보교섭 의사를 밝혔지만, 사측은 우리의 일방적 양보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7월 중앙노동위에서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졌다. 8월에는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쳤다"며 "10월 경고성 부분파업과 퇴근거부, 청소업무 거부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수원의 입장에 대해선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사실과 다르다. 자회사는 이사회 구성, 예산과 집행 인력, 모회사가 다관장한다. 자회사라고 하나 자율적 권한이 없다"면서 "교섭자리에도 한수원에서 파견된 관계자가 들어와 있다"고 발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