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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26일,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가 시작되었습니다.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들 중 63명이 성인지 감수성 향상 교육 등 각종 교육과 직무훈련을 받고 목포교도소와 대전교도소에서 36개월 동안 대체복무 업무를 수행합니다. 그동안 병역거부권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해 활동해온 전쟁없는세상의 활동가들과 병역거부자들이 대체복무제의 시작에 맞춰 병역거부 문제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는 것들과 대체복무제의 문제점과 개선점, 대체복무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기자말]
 종교나 비폭력·평화주의 신념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가 처음 시행된 26일 오후 대전교도소 내 대체복무 교육센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63명의 입교식이 열린 가운데 입교생들이 입교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종교나 비폭력·평화주의 신념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가 처음 시행된 26일 오후 대전교도소 내 대체복무 교육센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63명의 입교식이 열린 가운데 입교생들이 입교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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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제도든지 수많은 개선점과 함께 출발하기 마련이다. 제도를 디자인 하는 과정에서 미처 파악하지 못한 변수가 발생해서, 입법 과정에서 타협이 제도의 도입 취지를 훼손해서 처음부터 개선점을 타고 나는 경우가 많다. 대체복무제 또한 마찬가지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 연재의 첫 번째 글 <총과 게임에 집착한 검사님, 그런 병역거부자는 없습니다>를 쓴 김형수씨를 비롯해 몇몇 병역거부자들이 재판과 대체복무 심사를 동시에 받는 경우가 입법 과정에서 미처 파악하지 못한 변수가 발생한 경우다.

두 번째 글 <2배의 복무기간, 이건 형평성과 아무 상관이 없다>에서 지적하는 징벌적인 요소들은 입법 과정에서의 타협이 제도 도입 취지를 훼손한 사례다. 그 밖에도 현역 군인에 대해서는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점처럼 근본적인 문제점이나 입영대상자에게 대체복무를 신청할 권리를 고지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것과 같은 여러 개선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하나씩 개선해 나간다면 한국 사회는 충분히 좋은 대체복무제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 글에서는 앞서 지적한 문제점을 개선한다는 것을 전제로 대체복무제가 우리 사회에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어떤 방향으로 대체복무제를 개선해 가야 할지를 짚어보려고 한다.
  
대체복무제는 병역거부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수십 명의 장애인 인권운동가들이 버스를 점거하고 지하철 선로를 막아서기를 여러 차례 했다. 장애인에게 이동권은 교육권이고, 생명권이고, 노동권이라며 저상버스 도입과 지하철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를 주장했다. 장애인 인권운동가들의 투쟁으로 서울시에는 저상버스가 늘어나고,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지하철역도 늘어났다. 저상버스와 지하철역 엘리베이터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 아픈 사람, 피곤한 사람들 등 다양한 교통 약자의 삶을 개선했다. 이처럼 어떤 제도의 도입 효과는 그 제도의 도입 취지를 넘어선 사회적 효과를 가져오고, 그 효과는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게 된다.

대체복무제 또한 마찬가지다. 이 제도는 양심에 따라 군대를 거부하는 청년들을 감옥에 보내지 않기 위해, 즉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국가가 보호하기 위해 생겨났다. 하지만 대체복무를 먼저 시행한 다른 나라를 보면 제도의 도입 효과는 병역거부자들의 양심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가장 성공적으로 대체복무제를 운영했던 국가 중 하나인 독일의 경우, 징병제를 중단하기 직전에는 현역 복무자와 대체복무자의 숫자가 같은 비율일 정도로 대체복무가 확대되었다.

물론 이는 독일의 국방 정책 변화 등 다른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지만, 독일 사회가 대체복무의 긍정적인 효과를 주목한 결과이기도 하다. 다양한 복지 영역에서 대체복무자들이 투입되면서 복지의 혜택을 받는 국민 모두가 대체복무제의 효과를 체험했다. 대체복무제 시행에 따른 사회복지 영역에서 비용 절감은 독일의 통일 비용 충당에도 큰 도움이 되었을 거로 추측할 수 있다.
 
대만의 대체복무  2001년 대만의 대체복무 시찰 때 찍은 대체복무 요원 사진. 대만은 시민사회의 요구가 아니라 정부의 필요에 따라 대체복무를 만들었다. 대체복무 도입 시에 한국처럼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막상 시행해보니 걱정했던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고, 군인 인권 개선 등 예상하지도 못한 여러 효과를 누렸다.
▲ 대만의 대체복무  2001년 대만의 대체복무 시찰 때 찍은 대체복무 요원 사진. 대만은 시민사회의 요구가 아니라 정부의 필요에 따라 대체복무를 만들었다. 대체복무 도입 시에 한국처럼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막상 시행해보니 걱정했던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고, 군인 인권 개선 등 예상하지도 못한 여러 효과를 누렸다.
ⓒ 전쟁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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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대체복무는 병역거부 운동 활동가들도 예측하지 못한 중요한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사회복지 영역에서 대체복무 요원들이 담당했던 일은 주로 이른바 돌봄 노동이었다. 혼자 생활하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활동 보조인이 필요한 장애인, 의료 돌봄이 필요한 환자들을 돌보는 일은 독일 사회에서도 '여성적'이라 여겨지는 분야였다. 이런 분야들에 젊은 남성 병역거부자들이 대거 투입되어 돌봄노동을 수행했다.

성별화된 돌봄노동에 대체복무제가 서서히 균열을 냈다. 병역거부자들은 돌봄노동을 하면서 자기 안에 내재되어 있는 성별화 된 노동 인식을 깨닫게 되었고 이는 독일 사회도 마찬가지였다. 전통적인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고민을 사회 전체가 함께하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에도 여러 차례 방문했던 평화활동가 안드레아스 스펙은 독일의 병역거부 운동이 반군사주의적인 관점에서는 아무런 정치적 성과도 얻지 못했다고 혹평하는데, 그조차도 독일 사회의 젠더 관계를 변화시키는 데 대체복무제가 기여 했다는 것은 인정할 정도다. (병역거부: 변화를 위한 안내서에서 안드레아스 스펙이 쓴 '민간 대체복무: 독일의 교훈으로 본 탈정치화의 위험' 참고)
  
대안적인 평화와 안보에 대한 비전 속 대체복무의 가치가 살아난다

  
병역거부는 한국 사회에서 처음에는 인권의 문제로 인식되었다. 대체복무제가 없는 징병제도 아래에서는 자신의 양심에 따라 군대를 거부하는 병역거부자는 필연적으로 감옥에 수감되는데 이것이 헌법 18조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 병역거부자들도, 한국 사회도 이 문제를 인권이 침해당한 문제로 인식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병역거부 이슈는 인권의 문제에 더해 평화의 문제를 포함하기 시작했다. 병역거부자들은 감옥 대신 대체복무제를 요구하는 한편, 자신이 왜 군대를 거부하는지 이야기했고, 평화를 위한 군대는 없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대체복무제 또한 인권의 문제인 동시에 어떤 평화를 지향할지, 어떻게 평화를 구성할지를 보여주는 평화의 문제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안보는 총칼을 들고 국경선에서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21세기에는 국경선이 총칼로 지켜지지 않을 뿐더러, 적군의 총칼보다 더 심하게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들이 많다. 휴전선 철통 방어가 코로나바이러스를 막지 못하고, 사드 미사일 기지가 50일 장마를 예상하지 못한다. 북한의 미사일보다 폭염이나 미세먼지가 국민들의 삶에 더 현실적인 위협을 가한다.

전통적인 의미의 군사 안보 수단만을 부여잡고 있는 정부는 지금 상황에서는 안보에 무능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다양하게 안보를 위협하는 요소들을 파악하고 이 위험으로부터 국민들의 일상을 보호해야 한다. 앞으로는 어떤 안보 영역에 사회적 재원을 얼마만큼 투여할지가 그 사회의 안보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에 따라 안보 역량이 결정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9월 24일에 열린 74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칼이 쟁기로 바뀌는 기적이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군사 안보 중심에서 대안적인 안보로 옮겨가야 한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이해한다. 하지만 선언만으로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선언을 현실화해 갈 구체적인 계획이다. 대안적인 안보를 실현해가는 과정은 대체복무제를 통해 어느 정도 구현될 수 있다. 한 해에 수백 명에 달하는 병역거부자들을 국가가 먼저 어떤 영역에 투입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병역거부에 대한 반감을 무마시키는 것이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어떤 평화와 안보를 지향하고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대체복무제를 통해 드러나야 한다. 그럴 때야 비로소 대체복무제는 현역병의 박탈감에 대한 반대급부 같은 1차원적이고 감정적인 문제를 넘어서서, 병역거부자들의 양심의 자유 보호 등 사회 전체의 인권 향상과 함께 평화와 안보의 참된 의미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기획-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
① 총과 게임에 집착한 검사님, 그런 병역거부자는 없습니다 http://omn.kr/1q1cf
② 2배의 복무기간, 이건 형평성과 아무 상관이 없다 http://omn.kr/1q31d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전쟁없는세상 운영위원입니다. 이 글은 전쟁없는세상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http://www.withoutwar.org/?p=16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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