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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었고, 그는 답했다 -동성애에 대한 고민

20.10.24 00:56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천주교 신자인 나는 우리 종교가 동성애를 옹호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우연히 알게 된 천주교의 공식 입장은 그것이 아니었다. 천주교의 입장은 '동성애자라고 차별하면 안 되지만, 동성애는 명백히 죄'였던 것이다. 심지어 동성애를 옹호하는 것도 신부님 앞에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성사인 고해성사를 치루어야하는 중죄였으며 가톨릭 신자라면 동성애에 반대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차별금지법'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나는 동성애를 지지하기에 무엇이 바른 관점인지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종교와 신념 사이에 갈등 속에서 목사가 꿈인 친구와 대화를 나누었다. 장로교회를 믿는 그와 나는 종교도 관점도 달랐지만 그는 항상 나의 생각을 존중해주었다. 당연히 보수적인 성향의 개신교인 그 친구는 당연히 동성애에 반대하는 입장이었고 나의 고민은 깊어져갔다.

 그러나 그 고민은 길게 가진 않았다.  그날 저녁 뉴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2,000년 교회 역사상 최초로 법적 동성 결합 , 즉 동성 간의 결혼을 지지한다고 하셨다는 것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마 우연의 일치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기적처럼 느껴졌다. 그렇다고 천주교회의 공식 입장이 바로 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공개적으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주교님도 계셨고 많은 신자들과 신부님들이 우려를 드러내실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공식 입장엔 변화가 없을지라도 천주교가 빅뱅과 진화론을 받아 들였듯이 이제 변화의 첫 걸음을 뗀 셈이었다.

 여기서, 왜 내가 동성애를 지지할까?
 
 왜냐하면 동성애를 반대할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데 동성애자들을 혐오하는 시선이 한국사회에 만연하기 때문이다. 또한 여기서 '지지한다'는 표현을 두고 동성애를 권장한다고 생각하는 오해는 없길 바란다. 단지 '나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1. 동성애는 자연의 이치에 어긋난다?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성(性)의 목적은 자손을 생산하여 후세에 유전자를 남기는 것인데 동성 커플은 그렇게 할 수 없으므로 잘 못 되었다고 말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성적 관계는 자손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만약 자손을 번식할 수 없는 관계라는 점에서 동성애가 부적절하다면 이성관계에서의 피임 기구의 사용도 부적절한가?
 또한 동물에서도 대부분의 종에서 동성애가 발견된다. 캐나다의 생물학자 브루스 바제밀(bruce bagemihl)의 책 생물학적 과잉(biological exuberance)에 의하면 약 470종의 동물에서 동성애적 행동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하였으며 현재는 그 종류가 점점 늘어 1500여 종에 이른다. 동성애와 관련된 유전자들도 속속 연구되고 있으며 이는 동성애가 과학적으로, 자연적으로 이상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2. 동성애는 에이즈의 원인이다?
 한 때 동성애가 에이즈를 퍼뜨린다는 말이 돌았었다. 그러나 동성애는 에이즈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다. 에이즈는 비위생적인 성관계에 의해 나타나므로 이성애나 동성애나 위생만 잘 지키면 상관이 없다.

3. 동성애는 신이 금지했다?
 분명 불교 경전에도 성경에도 동성애를 금지하고 있긴하다. 그리고 이런 말씀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여 동성애에 반대하는 입장을 지닌 종교인들에 대해서는 그들이 동성애자를 차별하지만 않는다면 존중해주고 싶다.
 다만 나는 종교 경전을 문자 그대로 받아 들이는 것이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극단적인 예가 IS와 같은 테러단체들이다. 우리는 종교 경전을 해석할 때 그것이 신의 사랑을 실천하는 길이 맞는지 신의 법칙을 그대로 보여주는 자연과 과학에 위배되지 않는지 살펴보아야한다. 물론 이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고 위에 언급했듯 나와 다르게 생각해도 내 개신교 친구처럼 존중과 사랑이 있는 한 나도 존중하고 싶다.

4, 동성애는 병이다?
 동성애가 오랫동안 정신질환 취급을 받아왔던 것은사실이나 세계보건기구(WHO)는 동성애를 질병 목록에서 삭제했으며 동성애가 질병이라는 것은 과학적 근거를 잃었다.

나는 동성애가 과연 옳은 것인지 스스로, 그리고 하느님께 물었고 그는 교황님의 입을 통해 답하셨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낀다.

 물론 동성애자들이 사회에 완전히 받아들여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우리는 동성애를 오랜시간동안 '더럽다'고 여기며 웃음의 소재로 사용해 왔고 우리 동성애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는건 교과서의 몇 줄에 불과하다. 나도 만약 친구 중 한명이 내게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 한다면 그냥 대수롭지 않게 '그렇구나'하고 넘어갈 자신이 없는데 오랜 세월 동안 동성애가 나쁘다고 생각해온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바뀐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그래도 조금만 이해해보려고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단지 성적 취향만 조금 다른 인간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는 그들과 함께 살아가려고 노력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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