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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년의 사랑을 다룬 영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노년의 사랑을 다룬 영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 워너브라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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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웨덴에서 노년층의 성과 결혼 문제에 대한 흥미 있는 연구 하나가 발표되었다.

60세 이상의 노인 28명의 심층 인터뷰와 225명의 설문조사로 이뤄진 이 연구에 따르면, 노년층에서 새로운 만남과 결혼이 상당히 활발하다고 한다. 스웨덴 통계청에 의하면, 인구 천만 남짓한 스웨덴에서 2019년 60세 이상 노인 중 공식적으로 4434명이 이혼하고 5657명이 결혼했다.
 
늘어가는 노년층의 이혼과 결혼
 
 60대 이상 스웨덴 인구의 결혼과 이혼 실태
 60대 이상 스웨덴 인구의 결혼과 이혼 실태

노년층에서 이처럼 이혼과 결혼이 활발한 것은 의료 및 복지정책으로 점점 건강하게 오래 살고, 또 정년퇴직으로 시간이 많은 것과 동시에, 앞으로 살 날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시간 변수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느낌 때문에 젊은이들에 비해 짧은 시간에 깊은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다. 다시 새로운 배우자를 만나 관계 맺는 걸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이런 일이 일어나며, 일부는 젊었을 때 맺지 못한 인연을 나이 들어 다시 맺기도 한다.

나이 들어서의 사랑은 젊었을 때 중요하게 여긴 외모 등은 그리 중요하지 않고, 젊었을 때 쉽게 화를 내고 실망한 것들에 대해서도 이제는 훨씬 여유가 있고 관대하며, 그런 면에서 모든 것이 간단해졌다는 것이다. 지나간 삶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며 사는, 즉 삶에 대한 가치 변화와 성찰의 결과라고 이 연구는 전한다.

나이 들어 만나는 사랑은 대체로 육체적인 섹스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대신 같이 식사하고 영화나 연극을 보는 문화 활동을 하거나 여행을 하는 친구 같은 관계가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물론 그런 경우도 적지 않지만, 이번 연구는 성적 매력이 새로운 관계를 맺는 데 아주 중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섹스가 더 이상 결혼과 묶여 있는 게 아니라 사랑하면 가능하다는 섹스에 대한 뚜렷한 시각 변화도 보여주고 있다. 사랑 없는 부부 사이의 섹스가 아무나 만나 섹스를 하는 것과 똑같이 나쁘다고 인식하고 있다. 사랑이 모든 것이고 섹스로 발전하는 게 젊었을 때보다 빨랐다고 한다. 성 문제 치료제의 개발도 노년층의 성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봤다.

나이 들어 새로운 배우자를 만나고 결혼하는 데는 성인 자녀들이 부모의 때늦은 사랑을 긍정적으로 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이 연구는 지적했다. 특히 스웨덴은 부모의 이혼이나 결혼을 부정적으로 보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자녀가 데이트 사이트에 부모의 등록을 돕기도 하고, 나아가 이혼이나 사별로 인해 혼자 사는 부모가 새로운 배우자를 만나면 자녀의 부담이 줄어드는 게 긍정적 이유 중 하나다. 1인 가구(190만)가 많은 것도 노년층 결혼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다.

이것은 사회민주주의의 공동체적 경향 속 개인주의가 성숙한 스웨덴 특유의 사회문화로, 자녀의 결혼에 대해 부모가 개입하거나 반대하지 않는 것과 같이 부모의 이혼과 결혼에 대해서도 자녀가 왈가왈부하지 않고 존중한다. 자녀에게 모든 것을 걸고 매진하는 부모가 아니라, 부모도 자신의 삶과 사회생활이 있고 이것은 자녀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부모-자녀 관계 때문이다.

여자는 따로 살기, 남자는 같이 살기  
나이 들어 새로운 배우자를 만날 때 동거나 결혼으로 서로 합쳐 같이 살 것인지 아니면 따로 살 것인지는 남녀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이 연구는 전한다. 여자는 따로 살며 연인관계를 유지하는 걸 선호하고 남자는 합치는 걸 좋아한다. 즉 여자는 같이 외출할 동반자가 필요하고 남자는 누군가가 있는 집에 들어가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결혼이나 동거로 합치지 않는 데는 유산 문제도 걸려 있다. 결혼이나 동거의 경우 특별한 계약서가 없으면 두 사람의 전 재산은 서로 절반씩 소유하게 된다. 위 공식 결혼 통계에 나타나지 않은 노년층에서의 새로운 사랑과 결합은 더 많을 것이다.

나이 들어 이렇게 새로운 배우자를 만날 때 가장 두려운 것은 서로 위로하고 짐을 나누는 게 아니라 새 배우자가 병에 걸려 큰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 들어 새로운 배우자를 만난 것은 더 이상 '죽음의 대기실'에서 사는 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사는 대전환으로 받아들여진다. 갑자기 '미래가 있는 삶'으로 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많은 경향들이 스웨덴을 닮아가고 있다. 수명이 길어지며 (초)고령사회로 돌입하고 있고 1인가구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또 황혼이혼도 크게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나이 들어 새로운 배우자를 만나 같이 살거나 결혼하는 경우는 스웨덴만큼 활발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는 노년층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그렇게 관용적이거나 수용적이지 않고, 또 이런 부모를 보는 자녀들의 시각도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은 데 기인하지 싶다.

결혼에 실패했거나, 원하지 않으며 혼자 살거나,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사회적 이목으로 헤어지지 못하고 같은 지붕 밑에 사는 것은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생은 결코 망하지 않았고 그게 운명도 아니다. 다음 생은 없고 누구도 이 생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우리 사회가 노년층의 새로운 삶, 미래가 있는 삶에 대해 좀더 관대하고 수용적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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