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홈런 포함 2안타 4타점으로 13-3의 대승을 이끈 NC 양의지가 이동욱 감독 등 코치진과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20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홈런 포함 2안타 4타점으로 13-3의 대승을 이끈 NC 양의지가 이동욱 감독 등 코치진과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가 대망의 창단 첫 정규리그 제패를 눈앞에 두고 있다. NC는 20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원정경기에서 기아를 13-3으로 대파하며 81승 52패 4무(승률 .609)로 선두를 지켰다. 3경기를 더 치른 2위 LG 트윈스(78승 59패 3무)와는 5게임 차이를 유지했다. NC는 앞으로 자력으로 1승만을 더 추가하면 잔여경기나 다른 팀의 성적과 상관없이 2020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하게 된다.

NC가 우승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진 그날, '낙동강 라이벌' 롯데 자이언츠는 가을야구에서 한 걸음 더 멀어졌다. 롯데는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1-6으로 완패하며 68승 1무 66패(.507)로 7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9경기를 남겨둔 현재 5위 kt와는 6.5게임차다. 사실상 기적이 없는 한 롯데의 가을야구는 올해도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NC와 롯데의 역사를 지켜봐온 야구팬들 입장에선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두 팀은 NC가 프로야구 제 9구단으로 등장하던 시점부터 미묘한 관계를 형성해왔다. 프로 원년부터 부산-경남을 범연고지로 삼아왔던 '터줏대감' 롯데로서는 텃밭을 떼어가는 NC의 등장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다.

당시 롯데의 대표이사였던 장병수 전 사장이 남긴 어록은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장병수 사장은 10개구단 확대를 추진하던 KBO와 야구계의 계획에 반발하며 "한국 프로야구시장에서는 6개구단이면 충분하다", "(NC같이) 준비 안 된 신생구단들이 1군에 진입할 경우, 프로야구가 질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악담에 가까운 발언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우승 갈증에 시달리던 롯데에 대해 "20년간 우승하지 못하면 프로구단으로서 존재 이유가 없다"라고 한 발언도 유명하다.

빠르게 성장해 신흥명문 반열에 접어든 NC

그로부터 8년여가 지난 지금, 양팀의 처지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NC는 2011년 창단 이후 빠르게 성장하며 신흥명문의 반열에 접어들었다. 반면 롯데는 20년을 훌쩍 넘어 벌써 40년째에 가까워진 현재도 우승권과는 거리가 멀다.

NC는 1군 진입 첫해인 2013년 7위에 그쳤지만 2년차인 2014년부터 3위로 첫 가을야구에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8년 동안 6번이나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2016년에는 1군 진입 4시즌 만에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반면 NC의 등장 이후로 롯데가 같은 기간 가을야구에 진출한 것은 2017시즌 단 1번에 불과했다. 롯데는 최근 8년간 5번이나 NC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양팀의 격차는 맞대결 전적에서 더 두드지는데, 롯데는 NC의 1군 첫 해인 2013시즌 8승 2무 6패로 우위를 점했으나 신생팀이었음을 감안하면 NC가 박빙에 가깝게 선전한 쪽에 가까웠다.

NC는 2014시즌부터 3년 연속으로 롯데와의 상대 전적에서 우위를 점하며 본격적으로 격차를 벌려가기 시작했다. 2014년에 9승 7패, 2015년 11승 5패를 기록한 데 이어, 2016년에는 15승 1패라는 압도적인 우세를 기록하며 형님 격인 롯데를 찍어눌렀다. 분통이 터진 롯데 팬들 사이에서 그 유명한 '느그가 프로가'라는 현수막까지 등장하게 만든 시즌에,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한 것이 바로 NC전 열세였다.

2017년과 2018년 반격에 나선 롯데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경기에서 롯데 선수들이 6-1로 패한 후 머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경기에서 롯데 선수들이 6-1로 패한 후 머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7년과 2018년은 롯데에게 반격의 시기였다. 롯데는 2년연속 NC에 9승 7패로 근소한 우위를 점하며 어느 정도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특히 2017년은 두 팀이 창단 이후 최초로 가을야구에 동반진출한 시즌이기도 했는데, 정작 준플레이오프에서는 NC가 3승 2패로 정규시즌의 열세를 설욕하며 또 롯데의 발목을 잡았다.

NC는 2019시즌에 다시 11승 5패로 우위를 확보했다. 해당 시즌엔 롯데가 최하위로 추락하면서 5위를 기록한 NC와는 양팀간 승차가 역대 최고인 '24.5게임차'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올시즌에도 2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NC가 롯데에 8승 6패로 앞서고 있으며 두 팀간 승차는 무려 13.5게임이다. 8년간 양팀의 정규리그 상대 전적 합산은 74승 2무 50패로 NC의 일방적인 우위다.

NC는 올시즌 유일한 6할대 승률을 유지하며 초반부터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몇 차례 고비도 있었지만 LG-kt-키움 등 2위권의 끈질힌 추격을 따돌리며 끝내 수성을 이뤄냈다. 반면 롯데는 올시즌 성민규 단장과 허문회 감독 체제로 구단을 재편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지만 고질적인 뒷심 부족의 한계를 드러내며 여름 이후 5강권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NC가 만일 올시즌 정규리그 우승까지 확정짓는다면 양팀의 희비는 더욱 엇갈리게 된다. 프로 출범 원년(1982년)부터 역사를 이어온 롯데는 2020년 현재까지 정규리그 우승을 아직 단 한 번도 못 해봤단 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와 함께 프로야구 무대에 뛰어든 팀들은 사라진 삼미를 제외하면 삼성-KIA(해태)-두산(OB)-LG(MBC청룡) 등은 모두 최소 2회 이상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있다.

형님격인 거인이 무려 39년째 이루지 못하고 있는 정규리그 제패의 꿈을, 공룡 동생은 불과 8년 만에 눈앞에 두고 있는 현실은 아이러니하다. 롯데는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도 1992년으로 28년 전인데, 이는 정규리그를 포함하여 'KBO리그 최장기간 무관 기록'에 해당한다. 올해도 롯데의 가을야구 탈락이 유력해지면서 덩달아 이 기록도 다시 내년으로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NC의 정규리그 제패만이 아니라 프로야구 10번째 '막내 구단'인 kt도 올시즌 창단 첫 가을야구 진출을 거의 예약해놓은 상태다. 전통의 명문이라는 KIA(6위)나 삼성(8위), SK(9위)도 올시즌 부진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이 팀들은 불과 몇 년 전까지 우승을 다투던 호시절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롯데는 우승은 고사하고 최근 8년간 가을야구 진출도 고작 한 번에 불과할만큼 오랜 세월을 그저 그런 팀으로만 머물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NC와 롯데를 라이벌이라는 단어로 묶기가 무색할 정도다.

8년 전만 해도 NC와 롯데의 위상이 이렇게까지 역전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이 얼마나 될까. 성찰과 혁신이 없는 개인이나 조직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에 도태되기 쉽다. 이제는 형이 동생을 본받고 쫓아가야할 위치에 놓였다. NC와 롯데의 경쟁이 앞으로도 계속 서로에게 건강한 자극이 되어야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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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롯데전적 프로야구순위 매직넘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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