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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오후 태국 방콕의 쁘라윳 짠오차 총리실 길목에서 반정부 집회 참석자들이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태국 방콕의 쁘라윳 짠오차 총리실 길목에서 반정부 집회 참석자들이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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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손가락 경례'로 상징되는 태국 반정부 시위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다고 딱 잘라 말하긴 쉽지 않다. 2016년 촛불항쟁이 세월호 사태와 박근혜 정부의 실책과 국가폭력의 결과가 축적돼 오다가 '최순실 게이트'로 터진 것처럼, 현재 태국의 민주화 운동도 하나의 사건으로 촉발됐을 뿐, 수많은 태국사회의 모순과 기득권의 횡포가 축적된 것이 터지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2006년부터 계속 이어지는 군부와 탁신계의 갈등

2014년,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여동생이자 당시 태국 총리였던 잉락 친나왓 전 총리가 쿠데타로 실각한다. 그의 오빠인 탁신 친나왓도 해외 방문 중이었던 2006년에 쿠데타가 일어나 실각하게 된다. 태국 정치는 2006년부터 탁신을 지지하는 탁신계와 탁신을 반대하는 반탁신계로 나뉘어 싸우고 있는 실정이다.

탁신은 신자유주의자에 부패한 인물이었지만 농민과 빈민들이 지지하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나름 지지를 받고 있던 인물이기도 했다. 특히 그는 집권 기간 중 2002년에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보험 'UC'를 만들기도 하였다. 이 보편적인 의료보험 성격을 가진 정책에 대해 기득권층에서 큰 반발이 있었으며, 그래서 군부가 2006년 쿠데타를 일으킨 이유로 이 의료보험 정책이 지적되기도 한다.

2014년 쿠데타 이후 태국 군부는 탁신이 만든 의료보험 정책을 폐기하고 그 돈으로 무기를 사겠다고 하면서 반발을 일으켰고, 이후 독단적인 개헌을 추진하게 됐다. 국회를 양원제로 바꾸고, 상원의 대다수를 군부에서 임명하는 식으로 바꿨다. 총리 선출 또한 하원 독자 선출에서 양원 협력 선출으로 변경해버렸다. 즉 군부의 입맛에 맞는 사람이 총리로 선출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2006년 쿠데타 이후에도 탁신계가 계속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을 봤기 때문에 이런 조치를 한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2014년부터 군부에 반대하는 집회를 탄압하였으며,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태국 내 대표적인 반군부 인사였던 수라차이와 그 측근들이 실종됐고 일부는 변사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대표적인 예이다.

거기에다가 왕실은 2014년 쿠데타를 승인하는 모습을 보여주며서 태국인들의 정신적 지주로서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모습만 보여줬다. 오히려 태국 왕실은 왕실 모욕죄를 적용하며 군주제에 대한 모든 비판을 차단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현 국왕 라마 10세는 2014년 쿠데타를 승인한 뒤에도 끝없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군부는 지역구 당선자가 많을 경우 비례대표를 그만큼 삭감시키는 선거제도를 도입해서 도입해서 탁신계가 하원 과반을 얻는 것을 차단시켰다. 쿠데타가 일어난 뒤 5년 후에 열린 2019년 총선은 말 그대로 군부의 손에 놀아나는 선거였다.

군부, 진보정당 퓨쳐포워드당을 해산시키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새로운 선거제도를 통해 원내 진입에 성공한 정당이 등장한다. 번역하면 미래전진당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퓨쳐포워드당이다. 진보주의, 사민주의, 군부 반대를 내세운 이 정당은 탁신계와 친군부계로 나뉘어 싸우는 태국 정치판에 혐오감을 가진 청년층 사이에서 큰 돌풍을 일으켰다. 게다가 지금까지 우파정당들 간의 암투만 있었던 태국에서 진보정당이 등장한 것은 그 만큼 태국의 현체제에 사람들이 염증을 느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군부는 이 당을 2020년 2월에 해산시킨다. 이 당 대표 타나톤 중룽르앙낏 대표가 당에 거액을 대출해줬다는 것을 빌미로 삼았다. 군부는 이를 정당법을 어긴 것으로 헌법재판소에 제소해 당을 해산시키는 데 성공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 수 많은 논란이 많은 데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군부에 대한 반감이 컸기 때문에 반발에 직면하게 된다.

퓨처포워드당 당원들과 지지자들은 이에 불복하면서 시위를 할 때마다 세 손가락 경례를 하게 된다. 이 경례는 2014년 쿠데타 반대 시위에서도 나타났던 경례로, 퓨처포워드당 해산을 반대하는 집회를 통해 다시 시위 전면에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태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으로 굳어지고 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당을 매우 짧은 기간에 해산시켜버린 사건은 군부의 개입에 의한 사건인 것을 태국인들 중 모르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이에 대하 분노로 2월부터 반군부 반정부 시위가 시작됐고,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가 레드불 창업자의 손자가 뺑소니를 일으켜 놓고 불기소 될 뻔한 사건에 사람들이 분노하게 됐다. 코로나로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다시 8월부터 반정부 시위가 학생 청년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게 된다.

세 손가락을 들며 체제 자체에 저항하다

태국인들의 분노는 그저 군부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군부의 횡포에 눈 감아오며 부를 축적해온 왕실에 대한 분노도 기층으로부터 올라오기 시작했다. 태국에서 왕실은 언제나 존경의 대상이자 신성불가침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현 국왕 라마 10세 이후 왕실에 대한 민심은 극악해질 뿐 전혀 나아지질 않았다. 결국 그동안 금기시 돼 온 군주제 폐지가 시위대 구호로 나오기 시작했다. 왕실은 존재 자체가 비민주적이었다. 수 많은 부를 추적하고 그것을 세습할 뿐 아니라 왕실에 대한 비판을 모조리 차단하고 처벌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군부의 쿠데타와 폭력 또한 매우 기득권층 다운 '레드 콤플레스'적 행태를 보인다. 탁신의 의료보험 정책과 사민주의 정당에 대한 해산까지 그들은 모두 조금이라도 '왼쪽'으로 보인다 싶으면 그것이 부패한 신자유주의자든 온건한 사민주의자든 닥치는대로 공격하기 때문이다. 이번 태국 민주화 운동은 이러한 기존 태국 체제 자체에 대한 반발이자 저항이다.

태국은 과연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수 있을것인가? 세손가락 경례가 가르키는 방향은 어디일까. 중요한 것은 지금 태국은 세 손가락을 들며 싸우는 태국인들의 분노를 더 이상 군부-왕실 카르텔이 막을 수 없는 지점까지 왔다는 것이다. 세 손가락들의 행진에 적폐가 청산될 태국의 미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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