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LG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잡으며 5강 희망을 이어가게 됐다.

맷 윌리엄스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 5안타와 함께 볼넷 8개를 얻어내며 4-0으로 승리했다. KIA는 이날 5위 두산 베어스가 키움 히어로즈를 8-2로 꺾으면서 두산과의 승차를 좁히는 데는 실패했지만 플레이오프 직행을 노리는 LG의 덜미를 잡으며 상위권 경쟁에 더욱 큰 혼란을 안겼다(69승65패).

KIA는 최원준이 4회 2사 만루에서 결승타가 된 중전 중전 적시타를 기록하는 등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공격을 이끌었고 외국인 타자 프레스턴 터커도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마운드에서는 프로 14년 차의 베테랑 투수가 LG의 고졸 신인을 상대로 '투구강좌'을 열었다. 통산 147승을 기록하며 '국보' 선동열을 넘어 KBO리그 통산 다승 단독 4위에 등극한 KIA의 에이스 양현종이 그 주인공이다.

80~90년대 전성기 보낸 선수들이 차지한 통산 다승 순위

KBO리그에는 출범 초기 팀의 에이스 투수가 등판 간격에 상관없이 팀이 승리하는 경기에는 최대한 자주 등판하는 경우가 잦았다. 1983년 고 장명부의 30승, 1984년 고 최동원의 27승, 1985년 김시진, 김일융의 동반 25승 같은 기록은 팀 당 경기수가 144경기로 늘어나고 5인 로테이션이 자리 잡힌 현대야구에서는 감히 상상하기 힘든 기록이다. 그만큼 초창기 각 팀의 에이스들에게 '혹사'는 일상이었다.

그 중에서도 두 번의 다승왕 경력을 가지고 있는 김시진은 1983년 17승을 시작으로 1987년까지 무려 5년 연속 15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특히 1987년에는 KBO리그 역대 최초이자 최단기간 100승을 달성하는 등 현역 시절 통산 124승을 올렸다. 다만 화려한 정규리그 성적에 비해 포스트시즌에서 9패 평균자책점 5.14로 부진해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선동열이나 최동원에 비해 다소 저평가되고 있다.

김시진의 다승기록을 깬 선수는 '국보' 선동열이었다. 루키 시즌이었던 1985년부터 1991년까지 무려 7년 연속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한 선동열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연 평균 19.3승을 기록했다. 1992년 김시진의 기록을 넘어 역대 최다승 투수로 올라선 선동열은 1995시즌을 끝으로 일본에 진출할 때까지 통산 146승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 기록은 다시 해태 타이거즈의 빨간 유니폼을 입은 이강철(kt위즈 감독)에 의해 경신됐다.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4년 연속 15승을 기록한 이강철 감독은 KBO리그에서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10년 연속 두 자리 승수와 10년 연속 100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해태에서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했다가 1년 만에 다시 친정팀으로 돌아와 불펜투수로 변신한 이강철은 2004 시즌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던 선동열의 146승을 넘어섰다. KBO리그 최초로 통산150승을 돌파한 이강철은 2005 시즌이 끝나고 152승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하지만 현재 KBO리그 통산 최다승 기록을 가지고 있는 선수는 한화 이글스의 투수코치로 재직하고 있는 송진우다. 비록 송진우는 성동열처럼 화려한 커리어로 오랜 기간 리그를 지배하진 못했지만 11번이나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하며 통산 210승이라는 위대한 성적을 남겼다. 현재 많은 투수들이 '전설'들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지만 송진우는커녕 작년까지 선동열의 기록을 넘은 선수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선동열 기록 넘은 양현종, 빅리그 도전?
 
 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프로야구 LG 트윈스 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선발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

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프로야구 LG 트윈스 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선발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송진우의 기록이 점점 '불멸'로 여겨지고 있을 때 훗날 송진우의 기록에 도전할 수 있는 선수로 KIA의 에이스 양현종이 급부상했다. 2016 시즌이 끝난 후 메이저리그 도전을 포기하고 KIA에 잔류한 양현종은 2017 시즌 20승 6패 3.44의 성적으로 KIA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투수가 받을 수 있는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상이란 상은 모조리 휩쓸었다. 바야흐로 KBO리그에 '양현종 천하'가 활짝 열린 것이다.

양현종은 11번째 우승 이후 소속팀 KIA의 성적이 다소 떨어졌음에도 2018년 13승, 작년 16승을 기록하며 리그 최고 좌완의 자존심을 지켰다. 특히 작년 시즌에는 2.29의 평균자책점으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조쉬 린드블럼(밀워키 브루어스)의 투수 4관왕을 막아 세우기도 했다. 작년까지 통산 136승을 기록한 양현종은 대부분의 야구팬들로부터 송진우의 210승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선수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올 시즌이 끝나면 생애 두 번째 FA 자격을 얻는 양현종의 올 시즌은 2017년이나 작년에 비하면 아쉽다 못해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코로나19로 시즌 개막이 늦어지면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은 양현종은 7월까지 6승6패5.88로 전혀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작년처럼 8월부터 투구내용이 한결 나아지긴 했지만 23억 원의 연봉을 받는 '슈퍼 에이스'의 활약이라고 보긴 힘들었다.

하지만 양현종은 시즌 막판 최고 연봉투수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켰다. 지난 13일 정규리그 1위 팀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5.1이닝1자책으로 7년 연속 10승을 달성한 양현종은 18일 LG를 상대로 8이닝4피안타1볼넷 무실점 호투로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탈삼진은 4개에 불과했지만 5개의 사사구를 기록한 LG의 루키 이민호를 상대로 마치 '투구 강좌'하듯 노련하게 24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 나갔다.

통산 147승을 기록한 양현종은 선동열을 넘어 역대 다승 단독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양현종은 이강철, 정민철(한화 단장) 등 양현종 위에 있는 다음 전설들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을 자제했다. 야구팬들은 양현종이 올 시즌 후 다시 한 번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전망을 하고 있다. 만약 양현종이 올 시즌이 끝난 뒤 해외 진출을 선택한다면 역대 다승 순위가 바뀔 때까지는 또 다시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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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 타이거즈 양현종 통산 다승 4위 선동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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