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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적정한 기후환경에서만 살 수 있다. 기후조건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변하면 지금의 기후조건에서 번창한 모든 생명체는 멸종을 피할 수 없다. 기후변화를 모르면 그 변화를 조절할 힘(기술)도 가질 수 없다. 제대로 모르는 자연을 다 안다고 착각하는 데서 비극이 싹튼다. 이미 시작된 기후변화에 우리는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을까? 그럴 시간이 남아있기나 한 것일까? 기후변화가 브레이크 없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어떤 기후재난을 겪게 될까? '김해동의 투모로우'에서 이런 문제를 다뤄본다.[편집자말]
 
  집중호우가 내린 8일 오전 광주 북구 신안교 부근 도로를 지나던 차량이 침수로 멈춰서 있다.
  집중호우가 내린 8일 오전 광주 북구 신안교 부근 도로를 지나던 차량이 침수로 멈춰서 있다. 2020.8.8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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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기후변화의 위협을 실감하게 된 것은 근래 재앙 수준의 이상 기후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여름에도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긴 장마와 집중호우 그리고 8월의 저온현상으로 많은 인적·물적 피해를 입었는데, 이러한 기후 재난이 기승을 부리는 원인으로 사람들은 기후변화를 꼽는다. 그렇다면 이상기후란 무엇이며 기후변화가 어떻게 이상기후를 일으킬까?

사람들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종종 이상한 사람, 이상한 사건과 만난다. 이상하다는 것은 반드시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라 흔히 경험하는 상황(normal)에서 벗어난 특이한 상황(abnormal)을 말한다. 기후학에서 사용하는 이상도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이상(abnormal)'의 판단과 다르지 않다.

이상기후란 과거 30년 동안에 1회 정도의 빈도로 발생하는 특이한 것을 말하는데, 30년은 사람이 교육을 마치고 사회에 진출해 생산 활동에 종사한 후 퇴직할 때까지의 시간으로 한 세대의 활동 시간에 해당한다.

일기예보에서 오늘의 기온은 평년에 비하여 어떠하다는 표현을 많이 듣는데, 이 평년이라는 것은 지난 30년 동안의 평균값을 말한다. 다만 이 30년이라는 것은 그해를 기준으로 직전 30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10년 전 30년을 말한다. 예를 들어 2019년 10월 30일의 평년기온은 1981~2010년 동안의 30년 평균값을 말한다.

기후통계학적으로는 지난 30년 동안의 평균 상태에서 표준편차의 2배를 벗어난 현상을 이상기후로 간주한다. 표준편차의 2배를 벗어난다는 것은 정상 분포(평균 부근에서 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하고 평균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사건 발생이 감소하는 분포)로 발생하는 사건에서 100번에 1번 이하로 발생하는 경우(발생빈도가 1% 이하)를 말한다.

오늘날 이상기후라고 생각하는 것도 30년 정도 이어진다면 정상이 된다. 기상청의 계절 전망에서 올해 여름이 평년 수준이라고 한다면 최근 30년간 여름이 고온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이제는 고온의 여름을 정상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결국 기후를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는 것도 당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주관적인 경험에 불과한 셈이다.

그럼 최근에 발생한 대표적인 이상기후 현상으로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

기후변화 속도 못 따라가는 기후학
 
 올해에는 미국 덴버에서 초가을에 폭염이 사흘간 이어진 다음날 돌연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고 눈이 내려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미국 덴버에서 초가을에 폭염이 사흘간 이어진 다음날 돌연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고 눈이 내려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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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여름 북위 60도 부근에 위치한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 국가들이 30도를 훌쩍 뛰어넘었는데 이것은 260년 전에 온도계가 발견된 이래로 가장 극심한 폭염이었다. 최근에는 겨울철에 종종 모스크바의 기온이 서울보다 더 고온이 되기도 하고, 아열대 지역인 플로리다 지역에 폭설이 내리기도 한다. 올해에는 미국 덴버에서 초가을에 폭염이 사흘간 이어진 다음날 돌연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고 눈이 내려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사실 지구상에 나타나는 이상기후는 지구온난화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훨씬 전부터 있던 현상으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지금의 이상기후는 과거에 비해 발생 빈도가 너무 높고 그 규모가 훨씬 크다는 점이 이전과 다르다.

지구시스템 내에서 발생하는 유체(공기, 해수)의 이동은 열의 공간적 불균등을 해소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 유체의 이동 양상이 평상시와 달라질 때에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한다. 대기운동은 중위도 상공에 존재하는 제트 기류의 양상(위치, 모양, 풍속)에 지배받는다. 제트 기류가 평상시와 다른 양상을 보이면 유체의 이동 양상이 달라진다. 즉, 이상기후 현상의 직접 원인은 제트 기류의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 것에 있다.

그러면 무엇이 제트 기류의 양상을 바꿀까? 바로 고위도와 저위도 간의 대기 열 분포의 변화다. 고위도와 저위도 간 대기 열 분포를 바꾸어 제트 기류 양상에 변화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다음의 2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극 증폭현상(polar amplification,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상승이 극 지역에서 훨씬 크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인해 중위도 상공의 제트 기류가 약화하는 경우다. 제트 기류는 고위도와 저위도 간의 기온 차가 감소할수록 세력이 약해져 남북 방향으로 더 크게 파동을 일으키며 흐르기 때문에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상기후가 발생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극지방의 고온화는 이상기후 발생의 원인이 된다.

둘째, 해양의 수온 변화가 제트 기류의 변화를 유발한다. 해양은 대기보다 400배 이상의 많은 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양의 열 분포 변동은 곧바로 고위도와 저위도 대기에 열 분포 차이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해양에서 엘니뇨나 라니냐 현상이 발생해 적도 태평양상의 수온이 평상시와 달라지면 그 영향이 대기로 전달되고, 이윽고 편서풍 파동(제트 기류)에 이상을 유발하게 된다.

편서풍 파동은 뱀처럼 남북 방향으로 오르내리면서 지구를 일주하기 때문에, 편서풍 파동이 평상시와 달라지면 지구 곳곳에서 상반되는 이상 기후를 만들어낸다. 올해 여름 북미 대륙에서는 제트 기류가 북쪽으로 치우쳐 남쪽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내습해 열파(폭염)가 닥쳤다. 그런데 동아시아에서는 그와 반대로 제트 기류가 남쪽으로 치우치면서 북극권 찬 공기가 남하해 저온의 여름이 되어 농작물에 냉해 피해가 나타났다.

엘니뇨와 라니냐의 발생 빈도와 강도가 지구온난화로 더욱 강화되고 그에 따라서 적도 해역의 해수 온도 분포가 해에 따라서 변동이 증폭된다는 사실은 관측과 기후모델 실험을 통해서 입증되고 있다.

지구 여러 지역에 나타나는 기후를 장기간에 걸쳐서 모니터해 보면 여러 지역들 간에 양이나 음의 상관관계에 놓여 있는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 또 어떤 지역에 특정의 이상기후가 나타날 전조 현상을 다른 지역에서 찾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필리핀 앞바다와 같은 특정 열대 해상의 수온 분포나 북극권의 설빙 면적 및 티베트고원의 겨울철 적설량 등은 우리나라의 계절 기후 전망에 좋은 전조 현상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 간에 발견되는 기후상관 관계를 원격상관(tele-connection)이라고 부른다.

오랜 옛날부터 기후학자들은 원격 상관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 과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에 원격 상관은 기후학의 주류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 후 지구온난화의 심화로 전 세계적으로 기후 재난을 유발하는 이상기후 현상이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1980년대 이후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전히 이상기후 현상을 만드는 과정의 시작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다. 대기의 변동과 해양의 변동이 연결되어 있어서(해양의 열 공간분포가 기류를 만들어 내지만, 기류가 다시 해류를 만들어 해양의 열 분포 변화를 만든다) 어느 것이 최초의 변화를 만든 요인(trigger)인지를 단정하기 어렵다. 해양과 대기는 서로 상승작용(feed-back)을 하는 관계에 있어서 한쪽의 변화가 다른 쪽에 영향을 미치고 그 변화가 다시 다른 쪽에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기후현상을 만들어간다.

기후변화는 고위도와 저위도 간 열적 분포에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변화를 끊임없이 강화해 가기 때문에 이상기후 현상 자체도 과거의 경험에 기초하여 파악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기후변화는 기상청이 여름철 폭우 예측에서 곤욕을 치르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후변화 속도를 현대의 기후학적 지식이 따라가지 못하는 셈이다.

덧붙이는 글 | 김해동 기자는 계명대학교 지구환경학과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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