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SK 4번 로맥이 9회 초 무사 1, 2루 때 2루타로 동점을 만들고 더그아웃을 향해 세리머니하고 있다.

지난 1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SK 4번 로맥이 9회 초 무사 1, 2루 때 2루타로 동점을 만들고 더그아웃을 향해 세리머니하고 있다. ⓒ 연합뉴스

 
SK가 삼성과의 '그들만의 리그'에서 위닝시리즈를 만들었다.

박경완 감독대행이 이끄는 SK 와이번스는 1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5안타를 터트리며 10-3으로 승리했다. 이미 가을야구는 좌절됐지만 삼성을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만든 SK는 두산 베어스와의 3연전에서 스윕을 당한 최하위 한화 이글스와의 승차를 3경기로 벌리며 최하위 추락의 위험에서 멀어졌다(47승1무87패).

SK는 잠수함 선발 박종훈이 6이닝 4피안타 2사사구 7탈삼진 3실점(1자책)으로 시즌 11번째 승리를 따냈고 이태양과 신재웅, 윤희상이 1이닝씩 책임지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타선에서는 홈런이 빠진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한 최지훈이 4안타3득점으로 공격을 이끌었고 최정과 김강민, 고종욱도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SK가 자랑하는 거포 중 한 명인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이 최정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시즌 30홈런 고지를 밟았다.

다시 떠올리기 싫은 SK의 외국인 타자 잔혹사

지난 2014년부터 KBO리그에 외국인 선수 쿼터가 늘어나면서 각 구단들은 공격력 보강을 위한 좋은 기회를 맞았지만 SK는 유독 이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구단에서 나름 정성을 들여 영입한 외국인 타자들이 하나 같이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그 '불행의 씨앗'은 SK가 2014 시즌을 앞두고 야심차게 영입했지만 곧바로 SK팬들에게 금지어가 된 루크 스캇으로부터 시작된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35홈런을 기록했던 강타자 스캇은 역대 KBO리그에 진출했던 외국인 타자 중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화려한 빅리그 커리어를 자랑하던 선수다. 하지만 스캇은 33경기에서 타율 .267 6홈런17타점으로 부진했고 개막 4개월도 채 되지 않아 퇴출을 당했다. 스캇은 성적도 부진했지만 팀원들과도 제대로 어울리지 못했고 덕아웃에서 이만수 감독과 언쟁을 벌이는 등 돌출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2015년에 데려온 앤드류 브라운은 상대적으로 빅리그 경력은 초라하지만 트리플A에서 세 번이나 20홈런을 넘긴 검증된 거포였다. 여기에 스캇과는 비교할 수 없는 성실함을 갖춘 선수로 2015년 137경기에 출전했다. 하지만 타율 .261 28홈런 76타점의 성적은 리그 전체 평균 타율이 .280에 달했던 타고투저의 KBO리그에서 전혀 돋보이지 못했다. 무엇보다 득점권 타율이 .232에 그치면서 외국인 타자로서 큰 아쉬움을 남겼다.

2016년에 영입한 헥터 고메즈는 빅리그 데뷔 홈런을 클레이튼 커쇼(LA다저스)로부터 뽑아내며 주목을 받았던 내야수다. 고메즈는 타율 .283 21홈런 62타점 16도루로 겉으로는 꽤 준수해 보이는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테이블 세터로서 볼넷과 삼진 비율(25:87)은 창피한 수준이었고 수비에서도 리그에서 가장 많은 25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메이저리그급 수비를 보여준다더니 한국 관광만 하다 3경기 만에 퇴출된 대니 워스는 언급할 가치도 없다.

워스의 대체 선수로 2017년 5월 SK 유니폼을 입은 로맥도 SK팬들과 트레이 힐만 감독(마이애미 말린스 주루코치)의 기대에 100% 부응하는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2017년 102경기에서 31홈런을 폭발한 장타력은 나무랄 데가 없었지만 .215의 득점권 타율은 오히려 2015년에 뛰었던 브라운보다 낮았다. 한 마디로 모 아니면 도 스타일의 효율이 떨어지는, 나쁘게 표현하면 '공갈포' 유형의 타자였던 셈이다.

전반기 부진 씻고 후반기 17홈런50타점 맹타

하지만 매년 외국인 타자 문제로 골치가 아팠던 SK는 검증된 장타력을 갖춘 로맥을 포기하기 쉽지 않았다. 결국 SK는 고민 끝에 보장 연봉 50만 달러에 옵션 35만 달러를 더해 총액 85만 달러에 로맥과 재계약했다. 기본연봉이 많지 않은 대신 옵션으로 안전장치를 뒀을 만큼 로맥에 대한 믿음이 크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로맥은 2018년 대폭발을 통해 SK의 재계약 결정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2018 시즌 141경기에 출전한 로맥은 타율 .316 43홈런 107타점 102득점을 기록하며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 다린 러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함께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외국인 타자로 맹활약했다. 특히 가을야구 10경기에서 4홈런10타점을 폭발하며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1년 만에 귀하신 몸으로 신분이 상승한 로맥의 2019년 연봉은 총액 130만 달러로 급상승했다.

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는 작년 시즌 수 년 째 이어진 타고투저 현상을 줄이기 위해 공인구의 반발력을 줄였고 대부분의 거포들이 홈런수가 줄어들며 피해를 봤다. 로맥 역시 43개였던 홈런이 29개로 줄어들었고 .316였던 타율도 .276로 뚝 떨어졌다. 홈런 29개가 줄어든 한동민에 가려지긴 했지만 로맥 역시 공인구 교체의 피해(?)를 적지 않게 입은 셈이다. 그럼에도 SK는 '검증된 거포' 로맥과 125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KBO리그 4년째를 맞아 상대 투수들로부터 약점을 많이 간파 당한 로맥은 올 시즌 전반기 타율 .252 13홈런 36타점으로 부진했다. 2018년 SK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이었던 거포 로맥도 30대 중반의 나이와 함께 한계가 찾아온 듯했다. 하지만 로맥의 타격감은 후반기가 시작되면서 무섭게 살아나기 시작했다. 후반기 59경기에 출전한 로맥은 타율 .325 17홈런 50타점의 성적으로 1년 만에 다시 30홈런을 돌파하며 외국인 거포로서 자존심을 지켰다.

사실 염경엽 감독이 건강 문제로 팀을 지휘하지 못하고 있는 올 시즌 SK는 '창단 후 최악'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타자 로맥은 최정에 이어 팀 내 2번째, 리그에서는 6번째로 30홈런 고지를 밟으며 우울한 SK팬들의 마음을 달랬다. 로맥의 대안이 될 수 있었던 타일러 화이트가 9경기 만에 손가락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만큼 SK는 내년에도 '30홈런 외국인 타자' 로맥을 외면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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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SK 와이번스 제이미 로맥 외국인 타자 30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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