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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매출이 급락해도 매월 꼬박꼬박 내야하는 임대료입니다. 한계에 처한 자영업자들은 이제 정부-건물주가 고통분담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정책적 대안을 모색해 봤습니다.  [편집자말]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처음 문을 연 라이브카페 '무아'는 내년 2월 철거를 앞두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처음 문을 연 라이브카페 "무아"는 내년 2월 철거를 앞두고 있다.
ⓒ 류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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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연신 담배를 입에 물었다. 자욱한 담배연기는 곧 벽을 따라 천장으로 피어올랐다. 

지난 7일 찾아간 서울 명동에 위치한 라이브카페 '무아'. 10평 남짓한 카페의 벽과 천장에는 추억을 담은 사진이 빼꼭히 붙어있었다. 카페지기 박현수(58)씨는 사진 하나하나를 직접 소개해주면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25년 전인 지난 1995년 처음 문을 연 뒤 가게를 제 집처럼 드나들었던 단골들의 흔적이 묻어있어서다. 사진에는 박씨의 청춘도 생생하게 박제돼 있었다. 통기타를 든 어린 시절의 그는 머리가 하얗게 센 지금의 박씨를 향해 환하게 웃어보였다.

하지만 지금 박씨의 입가에는 웃음기가 없다. 인생 절반의 시간을 쏟아부은 그의 라이브카페가 코로나19로 인해 존폐의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그의 가게가 있는 명동은 직장인들의 거리라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부터 매출 타격이 컸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때는 매출이 아예 '0'이었다. 그런데도 275만원의 월세는 변함이 없었고, 월세를 치르기 위해 그는 대리운전까지 뛰었다.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모두 견뎌왔지만 이번 코로나19와 비교하면 게임이 안 돼요. 특히나 2.5단계부터는 손님이 아예 없었어요.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지인들을 불러 장사를 했는데도 275만원의 월 임대료를 내기엔 턱 없어 부족해 일주일에 2~3번 대리운전도 했어요. 지금은 전시 상황이에요. 꼭 전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착한 임대인, 언론에선 있다는데 왜 내 주변엔 없나"

코로나19로 자영업자의 매출 피해가 커지면서 정부가 각종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자영업자들이 가장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임대료에 대해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재확산 후 실태조사에 응한 소상공인들의 약 70%가 가장 버거운 비용으로 임대료를 지목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마련한 대안은 크게 두 가지다.  지난 2월 정부는 자진해서 임대료를 인하하는 '착한 임대인'에 보상하겠다며 임차인과의 재계약 시 깎아준 금액의 절반을 정부가 부담하기로 했다. 또 지난달 24일 국회는 상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으로 피해를 입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임대료를 깎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대책 모두 실효성이 없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다. 우선 '착한 임대인 운동'은 어디까지나 임대인의 선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한계가 뚜렷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함께 이겨내자며 임대료를 자발적으로 깎아주는 건물주는 언론에나 나오는 이야기라는 냉소가 팽배하다.   

서울 강북구의 한 건물에서 지난 2016년부터 고시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우인(58, 가명)씨는 "착한 임대인은 정말 드물다, 주변에서 듣도 보지도 못했다"며 "언론에는 그렇게 많이 나오는 착한 임대인이 도대체 내 주변엔 왜 없는 것이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코로나19로 학생들이 학교나 학원에 다니지 않으면서 고시원 등록자의 3분의 1 가량 빠져나갔다"며 "추가 등록자를 받기 위해 30만원 받던 고시원비도 28만원으로 내렸고 매출 또한 30% 가까이 떨어졌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런데도 올해 7월 바뀐 건물주는 다가오는 재계약에서 직전 2년 간 올리지 않은 금액을 감안해 건물 임대료를 10% 올리자고 한다"고 답답해 했다.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한 노후 건물에서 10년 넘게 고시원을 운영하고 있는 황지훈(56, 가명)씨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는 "건물주가 올해 7월 보증금을 5000만원에서 1억원, 월 임대료는 396만원에서 599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황씨의 고시원은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39개실이 대부분 꽉 차 있었지만 지금 입주해 있는 사람은 29명으로 줄었다. 매출도 평소 대비 30%가 감소했지만 보증금과 월 임대료는 거의 두 배로 올라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는 게 황씨의 호소다. 

황씨는 "코로나19 이전이었다면 비싼 월 임대료도 어떻게든 버텨냈을 텐데 지금은 공실률이 커 매달 100만원씩 적자가 나 재산을 까먹고 있다"며 "영등포 근처라 원래는 일용직 근로자분들이 많이 살았는데 코로나19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그들이 오지 않을 뿐더러 있는 사람들조차 한두 달씩 고시원비를 밀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명무실한 상가임대차법... "월세 인하 요구 쉽지 않아" 
 
 추석 연휴 이후 첫날인 5일 명동 한 건물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추석 연휴 이후 첫날인 5일 명동 한 건물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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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를 통과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도움이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라는 불만도 크다. 개정안 통과로 감염병으로 인해 경제적 피해를 입었을 때 임차인이 '임대료 감액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김우인씨는 '이번에 개정된 상가임대차법에 따라 건물주에게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면 되지 않냐'고 묻자, "임대인이 1년 후 월세를 얼마나 올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편하자고 월세를 낮춰달라고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상가임대차법에 따라 임대인이 임차인의 가격 인하 요구를 받아들이면, 다음 계약에서 월세 5% 상한 규정과 상관없이 임대료를 올려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상가 계약이 1년 주기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1년 후 임대인이 큰 폭의 임대료 인상을 밀어붙일 수도 있는 셈이다.

일부 건물주는 임대료를 그대로 두더라도 관리비를 올려받는 꼼수를 부리기도 한다. 상가임대차법에 따라 임차인 보호 기간인 10년 내에는 월세를 매년 5%씩밖에 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월세가 아닌 관리비 항목을 신설해 추가 비용을 받는다는 것이다. 김씨는 "건물주가 재계약을 할 때 이전에는 없던 관리비를 만들어 매달 50만원씩 달라고 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상가임대차법이 보장하는 10년의 임차인 보호 기간을 넘긴 자영업자에게는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황지훈씨의 경우가 그렇다. 그는 "바뀐 건물주가 하루 아침에 '건물에 고시원이 있는 게 마음에 안 든다'며 '임대료를 100% 올려줄 게 아니면 나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투자한 비용이나 생계를 생각하면 쉽게 나갈 수 없는데다, 어차피 소송을 해도 계약 기간 10년을 넘긴 상황이라 건물주에게 질 수밖에 없으니 무기력하게 임대료 인상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황씨는 또 "임차인들은 10년이 지나면 임대료와 관련한 어떠한 보호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한 자리에서 오래 장사한 임차인들은 7~8년쯤부터 두려움에 떤다"고 씁쓸해 했다. 

업종은 달라도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이 한 목소리로 요구한 건 공정하게 고통을 분담할 수 있게 하는 '임차인의 권한 강화'다. 

김씨는 "계약 시마다 임대인이 올릴 수 있는 월세(상한)를 5%로 정해두니까 천재지변이 일어나든 말든 임대인은 '합법적으로' 월세를 올릴 수 있게 됐다"며 "자영업을 통해 나는 수익을 총 10이라고 본다면, 임대인이 8할을 가져가고 2~3할만 임차인에게 떨어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코로나19가 끝나면 무엇이든 할 테니, 정부가 이 기간만이라도 매년 5%로 정해진 인상률을 완화해주면 좋겠다"며 "1년인 계약 갱신 기간 또한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황씨는 "임대인과의 계약서는 21세기 노비 문서와 다를 바 없다"며 "임대인과 임차인이 비슷한 수준에서 손익을 누릴 수 있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임대인이 장기 계약자인 임차인에게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려 한다면 그 자리를 오래 지키고 상권을 활성화한 임차인의 공 또한 인정해 적정 수준에서 인상률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물주 고통 분담, 정부 역할 해야"
 
 코로나19의 서울,경기 지역의 확산이 폭등하고 사회적거리두기 2 단계가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24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텅빈 거리에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이동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서울,경기 지역의 확산이 폭등하고 사회적거리두기 2 단계가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24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텅빈 거리에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이동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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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 단체들은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상가임대차법 개정안이 현실에서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건물주들이 고통 분담에 나설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부 대책은 일회성에 그치고 있다"며 "임차인이 임대인에 '임대료 감액 청구'를 할 수 있도록 상가임대차법이 개정됐지만, 괜히 건물주에 밉보여 '나가라'는 이야기를 듣게 될까봐 요청하기 쉽지 않은 임차인들이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사무총장은 "오히려 임대인쪽에서 나서 임차인의 임대료를 낮춰줄 수 있도록 정부가 건물주들에 세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라며 건물주들의 대출 이자 상환 유예나 감면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이 사무총장은 또 "정부와 각 지방정부가 지역별·상가 크기별로 표준 임대료를 정한다면 임대인·임차인 사이 의견 조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박지호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사무국장은 "건물주들이 투자보단 투기 목적으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그 이자를 갚으려고 임대료를 과하게 올리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며 "임차인 보호 기간 10년 이후에도 임대료 인상 폭을 매년 5% 이내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코로나 기간에 피해가 심한 자영업자 구제를 위해 집합금지 등 정부 행정조치로 영업을 하지 못한 상가에 대해 정부가 긴급행정명령으로 임대료를 감면하거나 감면분의 일부를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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