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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민생은 절벽 앞까지 내몰렸습니다. '경제방역'을 통해 '예측 가능한' 재난의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우리 사회 안전망이 될 다섯 가지 정책을 제안합니다. [편집자말]
추석 연휴 이후 첫날인 5일 명동 한 건물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추석 연휴 이후 첫날인 5일 명동 한 건물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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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2018년부터 서울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A씨는 코로나19로 매출이 70% 가까이 줄자 파트타임 직원에게 무기한 무급휴직을 제안하고 저녁 10시까지 하던 마감시간을 3시간 앞당겼다. 3, 4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이미 가능한 대출을 거의 다 받아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지만 지난 5월 임대인이 임대료과 보증금을 각각 5%씩 올리자고 요구해 어쩔 수 없이 올려줄 수밖에 없었다. 이후 재난지원금 정책으로 반짝 매출이 늘기도 했지만 8월 이후 다시 한 번 매출이 급감하자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최근 한 부동산 관련 업체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가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에 서울에서만 2만1178개의 상가가 폐업했고, 음식업종에서 1만40개, 편의점·마트 등 소매업종과 인쇄소, 미용실 등의 업종에서 각각 3000개 이상의 매장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종로, 명동, 이태원 등 서울 시내 주요 상점가뿐만 아니라 지역 골목상권까지 줄줄이 붕괴되고 있는 셈이다.

임차인과 노동자만 고통분담하는 현실
   
정부는 코로나19로 경제적 위기에 직면한 중소상인들과 해당 업종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긴급재난지원금, 소상공인 긴급대출, 고용유지지원금, 폐업지원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가장 큰 고정비용 중 하나인 상가임대료 문제는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정부는 코로나19 초기부터 '착한임대인 지원 정책'을 통해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임대인에게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했지만, 7월 말 기준 착한임대인 운동에 참여한 임대인은 전국에서 3862명, 점포 3만1899곳이 참여하는 데 그쳤다.

독일의 경우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주택과 상가의 임대료를 연체하더라도 한시적으로 임대차 계약해지와 퇴거를 금지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제정해 시행했고 프랑스, 영국, 스페인, 미국 등의 국가에서도 주택 및 상가임대료와 관련하여 한시적인 긴급구제법을 시행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 주요국에 비해 주택 및 상가의 보증금 수준이 높아 임대료 납부를 6개월에서 1년 가량 한시적으로 유예하더라도 임대인 입장에서 임대료를 떼일 가능성이 비교적 적은 반면, 임차인 입장에서는 임대료가 연체되면 계약해지, 강제퇴거, 권리금 회수기회 박탈 등 중대한 불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임대료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국회는 지난 9월 24일 본회의에서 6개월간 임대료를 연체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계약해지나 계약갱신 거절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권리금 회수기회를 박탈하지 못하도록 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코로나19로 인해 3기에 달하는 임대료를 연체하더라도 권리금도 회수하지 못한 채 쫓겨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안전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지난 9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는 모습.
 지난 9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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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러 중소상인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은 해당 법안이 임대료를 '유예'하는 것에 불과하고 임대인 입장에서는 월 임대료의 수십 배에 달하는 보증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임대료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정부의 2단계,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해 직접적인 영업제한 조치를 받은 업종과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업종의 경우 임대료 감면을 위한 고통분담 차원에서 긴급구제입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역상 필요한 강제휴업과 단축영업의 결과로 발생한 매출감소를 모두 상가임차인과 해당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부담하고 정부와 상가임대인들은 아무런 고통분담을 하지 않는 상황이 사회정의의 관점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법개정이 상가임차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면 단순히 '임대료를 유예'하는 것을 넘어 '임대료를 인하'할 수 있는 비상한 추가입법과 행정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특히 중소상인단체들과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의 강제적인 영업제한 조치에 따라 손실을 입은 업종이나 코로나19로 인해 막대한 고통을 겪고있는 상가임차인들에게는 정부나 지자체가 긴급재정명령에 준하는 행정조치 등을 통해 임대인이 임대료를 감면하도록 하고 정부가 그 감면분의 일부를 분담하는 방식의 '고통분담 긴급입법'을 적극 검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고통분담의 당사자에 임대인과 정부뿐 아니라 해당 상가건물에 대한 담보대출 이자를 받고 있는 금융권이나 재난지원금으로 특수를 누린 대형카드사나 이동통신사를 포함해야 한다는 제안도 적지 않다. 만약 모두가 염려하듯이 코로나19가 내년까지 이어진다고 하면 이후에 어떤 지원대책을 펼치더라도 그 지원의 결과가 임대료로 흘러가 정책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높다. 임대료 감면 조치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입니다.


태그:#코로나19, #정책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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