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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에게 '어느 계절이 가장 좋아?'라고 묻는다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처럼 참으로 어리석은 질문처럼 느껴진다. 봄은 꽃이 피어 좋고 따스한 햇살의 눈부심이 좋고, 여름은 푸른 나무의 젊음과 열정이 좋고, 가을은 가을 분위기와 풍성함이 좋고, 겨울은 하얀 눈에 난로를 피울 수 있는 추운 날이 좋다. 모든 계절이 다 좋으니 참으로 난감한 질문이다.

그래도, 그래도 꼭 골라야한다면, 소심하게 가을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다른 계절과 다르게 가을은 가을만의 향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벼 익는 냄새와 갈색으로 익어가는 나뭇잎 냄새, 추석을 맞이해 마을을 단장하며 깎는 풀냄새까지 합쳐져 가을 냄새가 완성돼 들판에 퍼지기 시작하면 그 순간 나는 시간여행을 시작한다. 가족들과 함께 하던 추수의 즐거움, 추석에 온 가족이 도란도란 모여 만들던 송편, 친구들과 함께 밤이며, 호두 등을 줍던 순간 등 과거의 어느 가을날로 나를 데려다 주니 가을향기는 타임머신이다. 그 가을 문턱에 지금 서 있다.

가을 코스모스, 우주를 품은 꽃
 
 가을 들녘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
 가을 들녘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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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낙엽과 단풍과 풍요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지만 봄꽃 향연 못지않게 가을에도 꽃잔치가 벌어진다. 가을꽃의 대표주자인 코스모스는 물론이고,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이 가을 숲의 주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코스모스'는 그리스어로 질서 조화, 영어로 우주를 뜻한다. 어릴 적엔 너무나 가녀리고 바람에 쉬이 흔들리는 코스모스를 보면서 우주라는 이름은 가당치 않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꽃 색깔도 분홍색이나 흰색 등 거대한 우주를 품을 만한 강렬한 색깔이 전혀 아니었으니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이름이었다. 여덟 개의 꽃잎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뤄 그런 거창한 이름이 붙었을 거라는 설명은 어린 필자에게 쉽게 설득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몇 년 전에 코스모스 꽃을 자세히 살펴 본 적이 있었다. 참으로 놀라웠다. 우주가 코스모스 속에 펼쳐져 있었다. 무수히 많은 별들이 꽃 안에 감춰져 있었고, 수정이 된 암술은 별똥별처럼 튀어나와 있었다.

신이 세상을 창조하며 처음으로 만든 꽃이 코스모스라는 것도 이해가 갔다. 진정 그 꽃에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처음으로 만들어 볼품 없지만 앞으로 만들어질 우주를 품고 있는 꽃. 장미나 국화처럼 화려하고 아름답진 않아도 '함께' 어울려 있음에 조화를 이루고, 아름다움이 배가 되니 이제는 코스모스라는 이름이 참으로 잘 어울리는 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눈높이를 낮춰 보면 또 다른 세상이 보인다. 땅바닥에 붙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꽃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여귀' 꽃이 진분홍 카펫을 깔아놓은 것처럼 낮게 숲 가장자리에 깔려 있었다. 2~3mm정도 되는 작은 꽃들이 포도 알처럼 모여서 피어 있었다.

고마운 꽃, 고마리
 
 진분홍 카펫을 깔아놓은 듯 핀 여귀
 진분홍 카펫을 깔아놓은 듯 핀 여귀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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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꽃들이 모여 한 덩어리를 이뤄 피는 고마리
 작은 꽃들이 모여 한 덩어리를 이뤄 피는 고마리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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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가 함께 피어있을 때 진가를 발휘하는 것처럼 여귀 또한 함께 모여 피면서 존재를 잘 드러낸다. 봄, 여름 내내 잡초로 푸대접 받던 여귀가 가을로 접어들면서 '나도 꽃이다. 나도 이쁘다. 나도 봐다오!' 하면서 한껏 뽐내고 있었다. 어찌 잡초라고 무시할 수 있으랴. 
   
'고마리' 또한 요즘에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다. 무리지어 자라는데 줄기가 땅에 닿기만 하면 뿌리가 내리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고만 자라라, 해서 '고마니'라는 이름이 변해 고마리가 됐다고 하기도 하고, 맑은 물 더러운 물 가리지 않고 잘 자라서 수질을 정화시켜주는 고마운 풀이라 해서 고마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한다.

고마리도 여귀처럼 작은 꽃들이 모여 한 덩어리를 이룬다. 혼자 있으면 볼품없지만 함께여서 힘이 된다. 꽃이 작다고 얕잡아봤다간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가시가 돋아 있어서 살을 쓸리기 일쑤다. 물도 정화시켜주고 숲 가장자리에 주로 서식하며, 날카로운 사람이 숲에 들어가는 걸 조금이라도 막아주니 숲 입장에선 귀하고 고마운 풀일 것이다.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여서 좋았던 가을 어느 날의 추억처럼, 가을 꽃들도 '함께'가 주는 힘을 알고 있을 것이다. 혼자서는 보잘 것 없고, 밟히고, 바람에 쉬이 흔들리고, 눈에 띄지조차 않는 작은 존재일지라도 함께 하면 달라지는 마법의 힘을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송미란 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생태활동가입니다.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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