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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의학교 학생들 수업 모습
 꿈의학교 학생들 수업 모습
ⓒ 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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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경력 중학교 과학 선생님이 마을에 있는 '꿈의학교'에 눈을 돌린 까닭은 무엇일까?

박영미 선생(성남 양영중)을 지난 8월 5일 경기도 광주 청석에듀시어터에 있는 카페 '떼아뜨르'에서 만났다. 눈인사 정도만 나누었으니 '스치듯 만났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다.

그날 취재의 주인공은 꿈의학교를 설립·운영하면서 자신의 꿈에 확신을 얻어 교육대학에 진학한 박영미 선생의 딸 위가현 학생이었다. 꿈의학교가 그의 청소년기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알기 위해 '경기도교육청 특별촬영팀'과 함께 한 일정이었다. 박영미 선생은 학부모 견해를 듣기 위한 엑스트라 취재원이었다.

위가현 학생은 광주 광남고 재학 시절 '광주시 Re-인권 꿈의학교' 학생 리더인 꿈짱으로 활동했다. 학생이 스스로 만들어 운영하는 학교이니, 꿈짱인 그가 설립자인 동시에 운영자다.

"어렸을 때부터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꿈의학교를 하면서 그 길이 진짜 내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함께 한 무학년제 학교였어요. 이렇듯 다양한 또래를 만나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얻게 된 확신이죠. 나중에 저는, '내가 존중받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하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꿈지기요? 기회가 오고 (학생이) 필요로 하면 기꺼이 해야죠."

위가현 학생이 꿈짱으로 활동한 '인권 꿈의학교'는 그 이름대로 '인권'과 관련한 활동을 했다. 세월호 유가족,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등과 대화하면서 '인권과 관련한 근현대사'를 배우고, 인권의 소중함을 느껴보는 활동이었다.

"그 분들의 아픔을 함께 느껴보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를 의논했어요. 지금이라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덜 억울하게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왜 사고가 났는지 등을 밝혔으면 좋겠어요. 일본은, 할머니들에게 하루 빨리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하고요."

위가현 학생 인터뷰가 끝날 즈음 박영미 선생이 카페에 들어섰다. 나와 눈인사만 나눈 채 그는 카메라 앞에 앉았다. 촬영 스케줄이 빡빡한 때문이었다.

"공교육 미래, 학교가 아닌 마을에 있다"
 
 박영미 선생
 박영미 선생
ⓒ 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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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학교와 그의 인연은 길고도 끈끈했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공교육의 미래는 마을에 있다'라는 의미를 담은 말을 이어 나갔다.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그의 딸이 아닌 그가 주인공이 됐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스치는 순간이었다.

결국 난 그를 주인공으로 하는 인터뷰를 하고야 말았다. 하지만 취재는 한 달 뒤인 9월 6일에야 이루어졌다. 대면도 아닌 서면 인터뷰였다. 갑작스런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탓이었다.

23년 경력 중학교 과학 교사인 그가 마을학교에 눈을 돌린 것은 지난 2014년, 꿈의학교가 세상에 나오기 1년 전 즈음이다.

"순두부를 옛날 방식으로 직접 만들면서 학생과 관광객들을 가르친다는 할머니 이야기를 들으면서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을 느꼈어요. 마을 만들기, 마을교육 전문가로 유명한 임경수 박사 강연이었어요. '이게 진정 살아있는 교육이구나!' 하는 그런 느낌이었죠.

그러면서 마을교육공동체가 획일적이고 수동적인 공교육을 앎과 삶이 연결되는 창의적인 교육으로 정상화하는 길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어요. 마을에 있는 인적 자원을 다양한 교육활동에 활용하면 학교 교육과정도 다양해질 테고, 또 그래야 앎과 삶이 연결되는 교육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었어요. 그래서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고, 그러던 중에 꿈의학교를 만나게 된 것이고요."


하지만 현직 교사가 꿈의학교 활동을 하는 데는 한계가 존재했다. 규정상 마을에 있는 특정분야 전문가 등이 만들어 운영하는 '학생이 찾아가는 꿈의학교(찾꿈)'설립자는 될 수가 없었다. 현직 교사가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활동은 '학생이 스스로 만들어 운영하는 꿈의학교(만꿈)' 꿈지기 정도였다. 이 문제에 대해 그는 할 말이 무척 많았다.

"만꿈 꿈지기나 찾꿈 운영자 모두 교사가 가장 적합해요. 학생들을 많이 접해봐서 소통도 능숙하고, 가르쳤던 경험이 있어 학생들이 교육 프로그램을 짜서 진행할 때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어요. 꿈의학교가 한 발 더 나아가려면 현직 교사들에게도 학생이 찾아가는 꿈의학교를 운영할 기회를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학교 시설을 마을학교인 꿈의학교에 개방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그는 인권과 관련한 '평화나비꿈의학교'를 비롯해 10여 개 학교 꿈지기로 활동했다. 꿈지기로 꿈의학교 학생들을 만나면서 그가 느낀 것 역시 마을학교가 공교육의 획일적이고 수동적인 교육과정 시스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었다.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거나, 그것을 실현할 기회가 너무 적은 게 공교육의 현실이에요. 그런데 마을에서 만난 학생들은 거침없이 의견을 개진하고, 그 의견을 현실에서 이루기 위해 노력했어요. 끊임없이 회의하고 기획하고, 의견이 다르면 설득하면서...어른들 의도대로 끌려 다니던 학생들이 독립적으로, 그러면서 공동체도 만들고, 자신의 배움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마을학교가 공교육의 대안이라는 확신을 굳힐 수 있었어요."

그 어디에서도 할 수 없는 가치 있는 일이란?
 
 꿈의학교 학생들 수업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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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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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과 관련한 박영미 선생 활동은 꿈지기로 그치지 않았다. 현직 교사로서는 정말 드물게 그는 '13월의 마을교육 공동체'라는 교육단체 대표를 맡고 있다. 꿈의학교에서 함께 활동한 학부모 등과 의기투합해 지난 2017년에 만든 비영리 봉사단체다. 회원 1600여 명을 보유하고 있는 '잘 나가는 단체'다. 회원들은 광주시 청소년과 마을활동가, 교사, 회사원, 주부 등 다양하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달 13월에는, 그 어디에서도 해보지 않은 가치 있는 일을 해보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주로 하는 일은 공교육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활동이다. 과학 선생님이라 로봇강습 같은 과학과 연관 있는 마을교육 활동을 하는 줄 알았는데, 그가 하는 활동은 인권과 역사에 더 가까웠다.

"세월호참사 피해자 추모 및 안전 캠페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수요집회' 참여, 학생들과 함께 소녀상 건립, 광주 5.18 묘지 참배, 군산식민지잔재 답사 같은 현실 참여적인 다양한 활동을 했어요. 공예나 꽃꽂이 등 다양한 마을 강사를 양성하고 있고, 학생들이 만들어 운영하는 꿈의학교를 지원하는 일도 하고 있어요. 다른 지역의 마을교육공동체와 연대·교류 활동도 하고 있고요."

이런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통해 그가 찾은 것은 신선한 교육과정, 앎과 삶의 연결고리, 시대의 목소리를 듣고 실천하기 위한 수많은 방법 등 공교육 현장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는 학생들은 공교육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자신만의 '끼'를 발견했을 것이라 확신했다. 이와 함께 무학년 시스템을 통해 사회성도 길렀을 것이고, 모든 것을 스스로 하면서 책임감과 실천력도 강해졌을 것이라 상상했다. 딸에게서도 이런 효과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좀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했다고 해야 할까요. 선후배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가족과의 관계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책임감이나 리더십을 경험한 것 같아요. 인간관계를 즐겁고 지속가능하게 하는 방법도 터득한 것 같고요. 담임 선생님한테 '체험학습이나 학급 회의를 주도적으로 진행해 놀랍다'는 문자를 자주 받았어요."

꿈의학교가 앞으로 더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물음에 그는 "발전을 말하기 전에 우선 문제점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꿈의학교 공모 심사 문제를 짚었다. 꿈의학교를 전혀 경험하지 못한 현직 교장이나 퇴직 교원이 심사를 하다 보니 기존 학교에 있는 보수적인 시스템에 꿈의학교를 가두려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어 그는 꿈의학교를 한 발 더 나아가게 할 방법을 제시했다. 핵심은, 꿈의학교를 이끌어주고 뒷받침 해줄 '마을교육공동체' 설립·운영이었다.

"꿈의학교 간 연대가 필요해요. 예를 들면, 각 지역에 있는 뮤지컬 꿈의학교가 서로 소통하면서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이죠. 그러기위해 전문적인 장이 마련돼야 하고요. 공교육 교사가 마을교육공동체와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학부모와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젊은 교사가 꿈지기 활동을 경험하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마을마다 건전한 '마을교육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고요."

태그:#꿈의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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