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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현 '지역화폐 보고서'가 논란입니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이 조세연 보고서를 비판하는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냄비 가득한 미역국에 간장을 한 방울 떨어뜨렸다. 맛을 봤다. 여전히 싱거웠다. 이를 보고 누군가 말했다. '간장은 전혀 국을 맛있게 만들지 못해. 간장을 한 방울 넣어봤지만, 국의 염도 변화는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아. 그러니 간장을 더 넣어도 소용 없어. 이건 간장 구매비용만 낭비할 뿐이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이라는 연구보고서(아래 보고서)를 발표했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지역화폐(정확한 표현은 '지역사랑상품권')는 ① 대형마트로부터 소상공인으로의 '매출이전 효과'는 있지만 제한적이다 ② 소비자 지출의 외부 유입을 막아 인접 지역 매출을 감소시킨다 ③ 때문에 인접 지역도 발행할 수밖에 없고, 모든 지역이 발행하면 효과는 상쇄돼 사라진다 ④ 소비자 선택지가 제약되고, 물건값이 싼 대형마트를 이용 못 하면서 소비자 후생이 떨어진다. ⑤ 결국 경제적 효과는 없고 발행과 관리 비용으로 손실만 생긴다 ⑥ 지역을 제한하지 않는 온누리상품권으로 대체해야 한다.

이러한 연구가 논쟁이 되는 것은 현장에서 체감되는 효과와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지역화폐 발행액과 사용범위를 늘려달라고 요구한다. 어려울 때 지역화폐가 큰 도움이 됐다는 얘기다. 소비자들은 발행일에 맞춰 발행점에 줄을 선다. 모바일 판매액도 금세 소진된다.

발행 지자체는 폭발적으로 늘었고, 중앙정부도 지원예산을 확대했다. 보고서대로라면 매출은 늘지 않고, 후생은 감소한 데다가 예산 낭비일 뿐이다. 그렇다면 지금 자영업자와 소비자, 정부 모두 '착각의 늪'에 빠져 있다는 것일까?

'가설'이 주를 이룬 조세연 보고서
 
지난 15일 치로 발간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
 지난 15일 치로 발간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
ⓒ 한국조세재정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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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연 보고서에 대한 반론의 핵심은 앞서 언급한 '간장 한 방울과 미역국의 염도 변화'와 연결된다. 보고서는 상대적으로 발행액이 적었던 2010년부터 2018년까지의 데이터만 분석했다. 그중 2018년에 규모가 가장 컸다. 66개 지자체에서 3700억 원을 발행했다. 2019년에는 177개 지자체에서 3조2000억 원을 발행했다. 1년 사이 발행 지자체수는 3배 가까이, 발행액은 10배 가까이 늘었다. 지자체당 평균 발행액도 3배 이상이다. 이때 중앙정부 예산(533억 원)도 처음 투입됐다. 그러니 지역화폐의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간장'이 들어간 2019년을 포함해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보고서에도 이 같은 내용이 나온다. "2019년 이후 지역화폐 발행액이 대폭 증가하였고, 운영방식 또한 지류(종이)형에서 모바일형, 카드형으로 진화하였다.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경제적 효과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라고 썼다. 그럼에도 결론은 다르지 않다. '중앙정부는 지역화폐에 대한 국고지원을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이 힘을 가지려면 '지금 국에 넣고 있는 간장이 전혀 짠맛이 없는 가짜'라는 실증분석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보고서를 면밀하게 살펴봐도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매우 부족해 보인다. 이론모형 분석은 수많은 현실 변수를 제외했고, 이를 뒷받침해야 할 실증분석은 너무나 허술하다. 뒤에 언급하겠지만, 심지어 보고서 서론에 스스로 기술한 '실증분석 과제'도 실제론 전혀 담기지 않았다.  

연구자도 실증분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부분이 아예 빠진 것이다. 결국 '국책연구원'이라는 권위를 걷어내고 보면, 실증적으로 전혀 입증되지 않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론모델에 의존한 가설만 보고서에 가득하다.

이 글에서 그동안 지적되지 않았던 부분을 중심으로 보고서의 문제점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추가소비가 발생한다'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는 상반된 선행 연구는 반박 근거로 삼진 않을 예정이다. 그 부분은 연구자의 관점과 연구 방식의 차이로 남겨놓고 소상공인과 소비자의 관점, 그리고 이 정책을 지지하는 정치적 관점에서 이야기하려 한다.

2018년까지 떨어진 '간장 한 방울'

보고서 분석 기간에 지역화폐 발행액이 적어 그 효과를 분석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은 앞서 밝혔다. 여기서 초점은 '발행액 규모'다. 그러나 애초 발행액을 기준으로 효과를 분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발행액 규모는 지역화폐를 엄청나게 큰 사업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발행액의 대부분은 소비자들의 구매비용으로 대체된다. 투입되는 재정은 발행금액의 10% 수준이다. 이 보고서가 '국가 재정 사업'에 관한 연구이니, 실제 투입되는 재정 대비 효과를 분석하는 것이 옳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발행액의 10%가량을 지원한다. 7%도 있고 15%도 있으니 평균 10%로 생각하자. 연구기간 중 가장 발행액이 컸던 2018년을 보면 66개 지자체는 전체 발행액 3700억 원의 10%인 370억 원 정도의 재정을 사용했다. 평균 5.6억 원이다. 이것도 편차가 크다. 다수의 소규모 지자체는 10억 원 발행에 1억~2억 원의 재정을 투입했다.

지자체 재정 1억 원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하는지 통계학적으로 입증이 가능할까? 보고서 방식대로 해당 지역의 전체업종 매출에 끼친 영향을 따지면 그 효과가 전혀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투입된 재정 규모 자체가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효과'를 만들어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장 한 방울'이 떨어진 바로 그 지점에서는 효과가 있다고 느꼈다. 보고서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슈퍼마켓과 식료품점에서 효과가 두드러졌다. 투입된 재정 자체가 적었기 때문에 그 효과 범위 역시 제한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보고서는 가맹점과 비가맹점이 뒤섞인 데이터를 놓고 통계학적으로 계산기만 두들겨 결론을 내렸다('모든 지자체가 가맹점의 목록을 공개하고 있지 않으며 가맹점의 목록을 제공한다 하더라도 기업등록부 DB의 경우 사업자번호를 연구자들에게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느 사업체가 가맹점인지 식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고서 48쪽). 

다시 강조하지만, 연구기간 중 가장 발행액이 컸던 2018년 시군 단위에서 평균 5억 원, 다수 지자체는 1억 원 정도가 쓰인 사업이다. 중앙정부 예산은 한 푼도 안 들어갔을 때다.

또한 보고서에서 '특정 업종에만 유의미한 효과가 나타났다'라고 한 부분도 현실에 비춰보면 당연한 결과다. 2018년 대부분의 지역화폐의 1인 구매 한도는 30만~50만 원이었다. 그보다 소액인 경우도 있었다. 액수가 제한적이다 보니 소비 역시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동네슈퍼와 시장에서 몇 번 장을 보면 딱 맞는 금액이다. 2019년 이후부터는 구매 한도는 50만~100만 원 수준(70만 원 이상이 다수)으로 올랐고, 연간 한도도 증액됐다.

이에 따라 소비 방식도 달라졌다. 가맹점도 늘고 사업종류도 다양해졌다. 그러자 그동안 마음에 담아두고만 있던 자전거를 사거나, 스포츠센터에 등록하거나, 아이 학원 몇 달치를 한 번에 결제하는 경우가 생겨났다. 발행규모가 커지고 한도가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효과를 보고서는 담지 못했다. 이런 지점에서 보고서의 한계는 명확하다.

소상공인들은 왜 지역화폐를 원할까
 
경기지역 지역화폐.
 경기지역 지역화폐.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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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지역화폐를 발행해도 소상공인 매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짚는다. 그런데 상인들은 지역화폐를 좋아한다. 더 많이 발행하라고 요구한다. 연 매출 10억 원 이하 상점으로 돼 있는 가맹점 가입 기준도 완화해 달라고 한다. 이윤에 밝은 게 상인이다. 하지만 보고서를 쓴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상인들은 어리석다. 매출은 늘지 않고 소비자들의 지출방식만 현금·카드에서 지역화폐로 바뀌었을 뿐인데 큰 착각을 하는 셈이다. 과연 그런가?

보고서는 매출증가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이유를 '지역화폐가 현금을 대체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애초 소비자가 10만 원을 시장과 상점에서 쓰고 있는데 3만 원의 지역화폐를 받으면 기존 '현금 3만 원이 지역화폐로 대체될 뿐 매출은 증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는 절반만 맞는 소리다. 소비자는 현금을 잘 쓰지 않는다. 다른 결제수단이 훨씬 더 많이 쓴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가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수수료가 따른다. 상인들은 매출에 최소 1%, 많게는 2.2%까지 수수료를 내야 한다. 물론 지역화폐도 수수료가 발생한다. 그러나 보고서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지역화폐의 발행에 따른 금융수수료는 발행비용으로 잡힌다. 보고서는 지역화폐의 매출증가 효과가 없으므로 수수료가 포함된 발행비용을 모두 경제적 손실로 평가했다. 그렇지 않다. 최소한 수수료를 재정으로 부담한 만큼 소상공인에게는 이익이 된다.

아니다. 그 이상이다. 애초 신용카드 매출에 따른 수수료를 대체하기 때문에 그 차액만큼 더 이익이다. 지역화폐로 매출이 증가하지 않아도, 기존 수단이 지역화폐로 대체되는 것만으로도 소상공인에게는 추가 이익이 생기는 것이다.

최근 신용카드 소비 비중을 지역화폐 발행액에 대입시켜 간단히 계산해보자. 2018년 현금소비 비중은 19.8%다. 나머지 80%는 신용카드 등 수수료가 발생하는 수단을 이용했다. 그렇다면 그해 발행된 지역화폐 3700억 원의 80%인 2690억 원은 신용카드 등 수수료를 발생하는 결제수단을 통한 소비를 대체한다고 할 수 있다. 지역화폐 가맹 기준(매출 10억 원 이하) 사업장의 수수료를 1~1.5%로 잡았을 때, 지역화폐를 받고 물건을 판 소상공인은 30억 원가량의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했을 때, 3조 원이 발행된 2019년에는 약 350억 원, 9조 원이 발행된 2020년에는 1000억 원이 소상공인에게 추가 이익으로 잡힌다. 15조 원을 발행할 예정인 2021년에는 1800억 원이다. 현금 외 지급수단이 지속해서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계산한 금액 이상이 소상공인들에게 돌아간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은 왜 지역화폐를 구매하나
 
경북 구미시가 구미시랑상품권을 발행한 지난 21일 오전 구미의 한 새마을금고 앞에는 지역화폐를 구매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경북 구미시가 구미시랑상품권을 발행한 지난 21일 오전 구미의 한 새마을금고 앞에는 지역화폐를 구매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 구미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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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는 경제적 손실'이라는 보고서 결론의 핵심 근거 중 하나는 소비자 후생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후생'은 '삶을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풍부하고 윤택하도록 하는 일'을 뜻한다. 보고서에는 '소비자는 판매자와 더불어 경제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지만, 지역화폐 도입과 같은 정책 논의에서 소비자의 후생이 고려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는 연구자의 '의견'이 제시돼 있다.

이 의견에 따르면 지역화폐는 소비자의 경제적·정식적 풍요와 윤택함을 감소시키는 정책이다. 그런데 왜 소비자들은 지역화폐를 꾸준히 구매하고 있을까? 후생이 감소한다면 누구보다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외면하지 않을까.

보고서에서 '소비자 후생 감소가 자명하다'라고 단정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지역화폐는 지출항목과 사용 장소까지 제한돼 같은 액면가의 현금보다 소비자 후생을 낮추게 된다 ②동네마트 및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물건 가격이 평균적으로 비싸고 제품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간략히 말하면 지역화폐가 대형마트를 덜 가게 만들기 때문에 소비자 후생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보고서 어디에도 이에 대한 실증분석은 없다. 이론모형으로 제시하지만 설정된 조건들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대형마트가 동네마트 및 전통시장보다 소비자 후생에서 우월하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지만, 일단 그렇다고 해보자. 보고서에서 매출 상승효과를 분석했던 것처럼, 애초 평소에도 대형마트를 가지 않고 동네마트에서만 장을 보는 소비자에게는 후생손실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지역화폐는 제한된 액수로 발행되기 때문에 소비자의 연간소비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 한 달에 소비액이 100만 원이고 이를 전부 대형마트에서 소비하는 소비자가 지역화폐 50만 원을 구매해 동네마트에 썼다면, 연간소비액에서 비중은 50/1200로 4.1%다. 매달 동네에서 30만 원, 대형마트에서 70만 원을 쓰던 사람이 지역화폐 50만 원을 구매해 썼다면 후생손실에 영향을 미친 금액은 20만 원이다. 그 비율은 1년 소비액에 1.6%에 불과하다.

이 정도 비율을 놓고 소비자후생 손실을 우려해야 할 정도인지 의문이다. 그래도 '손실은 손실'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개개인으로 보면 얼마 안 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지역화폐 발행금액이 늘어나는 만큼 보고서에서 주장하는 '후생손실'도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소비자가 지역화폐를 계속 활용하는 이유는 그것이 경제적으로 훨씬 더 이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역화폐는 구매금액에 10%를 할인해주고, 소득공제율 30% 로 신용카드보다 높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가 찬 소비자는 지역화폐 소비로 추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경제적 이익이 '보고서에서 주장하는 후생손실'보다 크기 때문에 정책수용자인 소비자들의 이용이 계속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대형마트가 동네 상점보다 소비자 후생에서 우월할까. 아무런 근거 없이 '자명하다'고 할 정도로 보편적인 인식인가. '평균적으로 대형마트가 싸고, 물건이 다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의문이다. 그 평균은 어떻게 계산된 것일까? 물건의 다양함은 어떻게 측정한 것일까?

소비자 후생손실이 가장 큰 곳은... 백화점
 
지난 14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롯데백화점 안산점에서 안산시 농업기술센터 농업정책과 공무원과 원산지표시명예감시원들이 추석을 앞두고 제수·선물용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 점검을 하고 있는 모습.
 지난 14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롯데백화점 안산점에서 안산시 농업기술센터 농업정책과 공무원과 원산지표시명예감시원들이 추석을 앞두고 제수·선물용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 점검을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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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지난 21일 '추석 제수용품,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20.4% 저렴'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올해 추석 차례상을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4인 기준)은 전통시장이 평균 25만1442원인 반면, 대형마트는 평균 31만6058원으로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에 비해 20.4%(6만4616원) 가량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명절 시기마다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고 있다. 매번 금액 차이는 있지만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제수용품 구입비용이 저렴한 추세가 계속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전통시장에 유리하게 통계를 뽑았을지도 모른다. 그럼 한국소비자원의 '다소비 가공식품 가격동향'을 살펴보자. 2019년 12월 보도자료에 따르면 '다소비 가공식품 30개 품목의 평균구매비용은 대형마트가 평균 11만7924원으로 가장 저렴했고, 다음으로 전통시장(11만8617원), SSM(12만6071원), 백화점(13만4938원)' 순이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가격 차이는 693원이다. 비율로 보면 대형마트가 0.6% 싸다. 차이가 크지 않다. 소비자원은 2014년부터 2019년 12월까지만 '다소비 가공식품 가격동향'에서 유통업태별 구입비용을 조사했다. 조사 기간동안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큰 차이가 없고, SSM과 백화점의 구매비용 높은 추세로 나타난다.

그런데 전통시장과 SSM, 백화점을 비교하면 그 차이 폭이 훨씬 커진다. 전통시장은 SSM보다 7454원 싸고, 백화점보다는 무려 1만6321원 싸다. 보고서에 논리대로라면, SSM과 백화점은 이용해선 안 될 일이다. 소비자 후생손실이 너무나 크다. 추석에 백화점 상품권을 선물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지역화폐보다 훨씬 소비자의 선택지를 한정하는 것은 물론 가격 면으로도 다른 유통채널을 이용했을 때와 비교해 소비자의 후생손실이 심각하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조사한 '추석 제수용품'은 농수축산품이 주를 이룬다. 이 분야에서는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것이 소비자 후생에 유리하다. 가공식품은 큰 차이가 없다. 아무래도 공산품은 대규모로 거래하는 대형마트가 좀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보면 적어도 지역화폐를 이용할 때 가격 면에서 '소비자 후생손실이 자명하다' 할 정도의 차이는 없다.

'대형마트는 깨끗하고, 다양한 상품을 한 번에 구매할 수 있어 편리하고, 주차장도 잘 돼 있고 여러모로 전통시장이나 동네 상점보다 편리한 게 사실'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전통시장과 동네 상점을 이용하면 차량을 운행하지 않아 경제적으로 이익이고, 친환경적 소비라고 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것만 사게 되면서 과소비를 막고 시간을 아끼며, 추가 서비스(덤)까지 기대할 수 있다'라는 반박도 가능하다.

이중에 무엇이 '삶을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풍부하고 윤택하도록 하는 일'인지는 소비자의 선택에 달렸다. 누가 어느 쪽 후생이 우월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보고서가 추정하는 소비자후생 손실로 인한 경제적 순손실을 460억 원(2020년 9조 원 발행 시)으로 추정한 것은 동의할 수 없다(그리고 어떻게 그 추정치가 나왔는지 설명조차 없다).

경제학적 연구가 현실에서 발생하는 모든 변수를 반영하기는 어렵다. 그만큼 현실은 복잡하다. 그래서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이론 모델을 세워 가설을 증명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연구에 활용한 데이터의 적합성과 이론모델을 통해 세운 가설의 타당성이다. 조세연 보고서에서 분석한 데이터(2010~2018년)는 '간장 한 방울'로 실제 효과를 분석하기에 부적절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음 기사에서는 이론 모델의 타당성을 살펴보겠다.

(* 다음 기사 <지역화폐 저격한 조세연 보고서, 국책연구기관 맞습니까>로 이어집니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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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지역화폐, #조세연보고서, #이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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