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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렌터카공제조합이 A씨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장
 전국렌터카공제조합이 A씨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장
ⓒ A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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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사고가 났다. 빗길 운전을 하다 벌어진 일이었다. 대리운전업체에서 추천한 대리운전보험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별 탈 없이 보험처리가 됐다. 그런데 3년 후, 사고비 중 일부를 배상하라는 소장이 날아왔다.

지난 9월 23일, 소액재판장에 10명의 대리운전기사가 피고인이 됐다. 내용은 같았다. 렌터카공제조합이 렌터카를 대리운전하다 사고 낸 기사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의 소를 제기한 것이다. 대리운전보험에 가입해 사고 후 보험처리를 한 기사들은 왜 법정에 서야 했을까?

지난 2월 구상금 청구 소장을 받은 대리운전기사 A씨. 2017년 5월에 난 사고 때문이었다. 당시 그가 운전했던 차량이 렌터카였다. 제주도는 관광지라는 특수성 때문에 렌터카를 대리운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법인에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차량 제공을 할 때도 렌터카인 경우가 많다.

보험처리까지 이미 끝난 사고에 대해 3년만에 날아온 소장의 원고는 전국렌터카공제조합(아래 렌터카조합). '렌터카 산업·조합원의 실질적 이익을 위한 비영리 법인'인 렌터카조합은 보험도 취급한다.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과 동일한 상품·보상·자배법상 의무보험 가입인정·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적용하는 보험을 다룬다고 홈페이지에 명시했다. 무엇보다 렌터카업계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걸 강조했다.

"소액사건이지만 진중하게 다뤄주셨으면..." 판사, 이례적으로 판결을 미루다

렌터카조합으로부터 구상금 청구를 받은 이는 A씨뿐만이 아니다. 2018년 경기도 시흥시에서 렌터카를 대리운전하다 사고가 난 B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대리운전 콜을 받고 갔더니 회사가 임직원에게 제공한 렌터카 차량이었다. 운전 중 사고가 났고 이후 과정은 A씨와 동일하다.

C씨는 아직 소장을 받지 못했지만, 구상금 청구 소송을 하겠다는 렌터카조합의 전화를 받았다. 2019년 렌터카를 대리운전하다 생긴 접촉사고로 인한 비용이었다. C씨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8월에 렌터카조합 관계자가 전화해 차량 수리비 포함 차에 타고 있던 3명의 치료비용까지 총 300여만 원을 구상금 청구할 예정이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대리운전 콜이 잡혀갔더니 고객의 차가 렌터카였다, 보험으로 처리가 다 됐는데 대리운전사 개인이 또 렌터카 업체에 비용을 내는 게 맞나'라고 호소했다. 그랬더니 관계자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는 "대리운전자에게 300만 원은 큰돈인데 정말 이걸 물어내야 하는 거냐"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C씨의 사례를 보면, 렌터카조합이 지금 진행하고 있는 구상금 청구 소송 외에도 다른 대리운전기사를 상대로 추가 소송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앞서 구상금 청구 소장을 받은 이들은 지난 9월 23일 법정에 섰다. A씨와 B씨는 소액재판으로 법원을 찾았다. A씨는 "판사님이 보기에도 보험사에서 처리한 비용을 다시 대리운전 기사에게 부담하라는 건 부당하지 않느냐"라고 호소했다. B씨는 "이 재판이 일개 소액재판이지만 법적 다툼의 여지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판사님 이 사건을 진중하게 다뤄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같은 사건으로 피고인이 된 대리운전기사는 총 10명이었다.

판사는 당일에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 10월 21일 변론을 듣겠다고 했다. 소액재판은 보통 당일에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사건이 많고 배정 시간은 많지 않아 이른바 '3분 재판'으로 불리기도 한다. 소액재판은 소가 3000만 원 이하의 소송으로 ▲손해배상 ▲대여금 ▲구상금 ▲임대차보증금 등 민생사건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날 판사는 변론기일을 잡고 대리운전기사와 렌터카조합의 이야기를 다시 들어보기로 했다.

원고 렌터카조합 입장 "어쩔 수 없다... 억지 소송이 아니라 대리운전보험에 문제"
 
 이번 A-Z 노동이야기가 만난 노동자는 주말 야간 대리운전 알바를 하는 박준형(가명)씨다.
 대리운전기사들이 연이어 구상금 청구 소송을 당하는 데에는 복잡한 이야기가 얽혀있다.
ⓒ 경찰청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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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조합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조합원(렌터카업체) 입장에서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소송이다, 조합이 억지 소송을 하는 게 아니라 대리운전보험에 문제가 있다"라고 구상금 청구 이유를 설명했다.

대리운전보험 업체는 사고로 발생한 비용 전체를 보상하지 않는다. 일정 한도 내의 대인피해 배상은 차주가 가입한 보험사가 부담하게 한다. A씨가 가입한 D보험사도 그랬다. 이 보험사는 일단 사고 비용을 부담한 다음, 사고 차량의 손해보험사로 볼 수 있는 렌터카조합에서 대인피해 부담금 300여만 원씩을 받아냈다.

이 과정에서 구상금 청구 소송도 있었다. D보험사는 렌터카조합을 상대로 소송해 2016년 승소했다. 그러자 패소한 렌터카조합이 이 금액을 대리기사에게 청구했다. A씨와 B씨가 구상금 청구를 당한 이유다. 렌터카조합은 약관·임대차계약서의 '제3자 운전 금지' 조항을 근거로 삼았다. 이는 지정된 운전자가 아닌 제3자(대리운전자)가 차량을 운행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다.

즉, 렌터카 임대차계약서에 운전자로 등재되지 않은 제3자가 운전하는 도중 발생한 사고는 렌터카가 가입한 자동차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 후 제3자 운전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렌터카조합이 이 주장으로 승소한 판례도 있다. 2018년 법원은 렌터카 임차인이 대리운전기사의 운전을 허락했더라도 이는 렌터카업체의 의사에 반한 것이라며 대리운전기사가 렌터카조합에 보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사건 2018나6692).

렌터카조합 관계자는 "렌터카를 빌릴 때 운전자에게 제3자운전금지를 정확하게 언급한다, 대리운전기사의 경우 이를 위배한 것이기에 조합 측에서는 구상금 청구를 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렌터카조합이라고 대리운전기사에게 앙심을 품고 소송을 하겠나"라면서 "(약관·임대차) 계약서에 명시된 법적 근거가 있는 금액을 받아내지 않으면 우리도 배임행위를 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보다 복잡한 이야기... 가장 약자에게 책임이 돌아가는 구조

사실 대리기사들이 연이어 구상금 청구 소송을 당하는 데에는 좀 더 복잡한 이야기가 얽혀 있다. 살펴봐야 할 내용도 여러 가지다. ▲ 제3자운전금지 조항을 어긴 건 대리기사가 아니라 렌터카 임차인 아닌지 ▲ 대리운전보험에는 일반 자동차보험과 달리 사고보장에 렌터카가 왜 빠져 있는지 ▲ 부실한 대리운전보험을 사실상 강제한 대리운전업체는 책임이 없는지 ▲ 대리기사가 렌터카 호출을 거를 수는 없는지 등이다.

이상국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총괄본부장은 "이 사안은 대리운전보험의 미비와 대리운전대행업체들의 잘못은 쏙 빠져 있다"라면서 "결국 가장 약한 대리운전기사에게 책임을 묻는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 '3년 만의 소송 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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