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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접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접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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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제·개정안)에 대한 재계의 반발이 거셉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마저 이 법안에 힘을 싣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재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재계와 이들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고 있는 일부 언론들은 공정경제 3법이 '기업 옥죄기'라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박용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22일 국회를 찾아 "기업들이 어려운 지경에 처해있는데 기업 옥죄는 법안이 자꾸 늘고 있어 걱정"이라며 법안 통과를 재고해달라 읍소했습니다. 

지난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 한국상장회사협의회(회장 정구용), 코스닥협회(회장 정재송), 한국중견기업연합회(회장 강호갑)도 '상법·공정거래법에 대한 경제계 공동성명'을 내고 강력 반발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법안이길래 이토록 시끄러운 걸까요. 하나씩 따져보았습니다. 

[상법] 감사를 따로 뽑는 이유

지난달 31일 정부가 제안한 상법 일부개정안 가운데 논란이 된 부분은 크게 2가지입니다. 경영감독 기능을 하는 감사위원 중 1명을 이사회에 소속된 이사가 아닌 별도의 인물 중에서 뽑도록 하는 것과,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대상으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우선 감사위원 분리 선임의 경우 재계에선 보유지분에 의한 다수결의 원칙을 훼손하는 법안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해당 개정안에선 감사위원을 뽑을 때 최대주주가 특수관계인과의 지분을 포함해 최대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허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최대주주가 한 기업의 총주식 가운데 30%를 가지고 있어도 감사위원 선출 안건에 대해선 3%만큼만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에 대해 재계는 주주총회에서 주식을 더 많이 가진 개인이나 법인이 자신의 의사를 더 많이 반영하기 어렵게 하는, '1주 1표'로 대표되는 주식제도의 기본원리를 무너뜨리는 방안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정부도 할 말이 많습니다. 정부는 의안서에서 "모회사 대주주가 감사위원 선임에 영향력을 발휘해 직무의 독립성을 해치는 등 전횡을 방지하고 소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상훈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는 "3%룰 자체는 대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해 원래부터 존재했던 제도"라며 "감사위원 분리 선임이 도입되면 3%룰도 실효성을 갖게 돼 반발하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한 재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는 모회사 주주가 1%(상장회사의 경우 0.01%)의 지분만 가지고 있어도 자회사 이사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한 제도입니다. 

전경련은 지난 1일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법안이 통과하면 자회사의 소송 위험이 커지고 자회사 주주의 권리도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재계의 주장은 기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상법상 기업의 모자관계가 형성되려면 모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50% 이상 가져야 하는데, 우리나라 재벌이나 기업집단 구조를 볼 때 상장사 중에선 이러한 경우가 거의 없다"며 "실제 벌어지지도 않을 문제로 재계가 공포마케팅을 벌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LG화학의 사례를 보면 모회사 주주의 자회사 소송이 필요한 이유를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박 교수는 "최근 LG화학의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지주회사에 대한 디스카운팅(저평가) 때문으로 볼 수 있다"며 "만약 다중대표소송제로 지주사 주주들이 자회사 임원의 일탈을 막을 수 있었다면 디스카운팅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도 "자회사의 이사가 임무해태 등으로 자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모회사 주주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고 법안 신설 배경을 밝혔습니다.

[공정거래법 ①] 법 때문에 30조원 손실? 
 
중소상인, 시민사회단체 “재계-경영계, 공정경제3법과 유통산업발전법 저지 시도 중단하라” 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생경제연구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ㅏ총연합회 회원들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정경제3법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가로막는 재계와 경영계를 규탄하며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 중소상인, 시민사회단체 “재계-경영계, 공정경제3법과 유통산업발전법 저지 시도 중단하라” 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생경제연구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ㅏ총연합회 회원들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정경제3법과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가로막는 재계와 경영계를 규탄하며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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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개정안 중에선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와 일감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를 강화한 점이 재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만 고발이 가능하도록 한 전속고발권 제도를 폐지하는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는 개정안을 통해 대기업 집단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거나 기존 지주사가 자회사나 손자회사를 새로 편입할 경우 지금보다 자·손자회사 지분을 더 많이 취득하게 할 계획입니다. 현행법상 지주회사 지분율 요건이 높지 않아 대기업이 적은 자본으로 과도하게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함입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새롭게 설립되거나 전환되는 지주회사는 자·손자회사 지분을 상장회사의 경우 30% 이상, 비상장사의 경우 50% 이상 보유해야 합니다. 현재보다 각각 10%포인트씩 상향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비용만 30조1000억원, 그에 따른 일자리 손실은 23만8000명에 이를 전망"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지난 18일과 21일 한 경제지는 이같은 주장을 그대로 차용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정부의 반박도 조목조목 이어졌습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각 기업집단이 지주체제 전환에 따른 지분매입 소요비용과 각종 세제상 혜택 등 편익을 비교해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보도된 지분매입 소요비용은 그 전제 조건에 있어 비현실적인 측면이 존재한다"며 "특히 추정 비용 30조1000억원이 모두 한 사업자로부터 발생한다는 점을 보면 추가 지분매입을 위한 비용이 모든 기업에게 보편적으로 발생한다고 보기엔 무리"라고 덧붙였습니다. 

박상인 교수도 "지주회사 전환에 드는 돈을 비용이라 말해선 안 된다"며 "오히려 문제는 신규 설립·전환 지주회사에 대해서만 이 같은 규제를 적용하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대부분의 재벌들이 지주사로 전환했지만 삼성, 현대차 등은 경영권 세습 문제 때문에 이를 꺼리고 있다"며 "신규 전환을 (강제할)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공정거래법 ②]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불편한 재계

재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현행법에서는 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일정 지분(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을 가진 계열사와의 거래로 총수일가 등 특수관계인에게 부당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를 상장사와 비상장사 구분 없이 20%로 규제하는 내용이 개정안에 포함됐습니다. 

이에 대한상의는 "기업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정부가 지분율 상향을 유도해 왔는데, 정책에 순응해 자회사 지분율을 높인 회사가 오히려 규제를 받는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주사에 속한 계열사 사이의 거래에 대해선 내부거래 규제의 예외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전경련은 "정부안에 따라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확대될 경우 경영상 필요에 의해 수직계열화한 계열사 사이 거래가 위축돼 기업 경영의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고 반발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이 법안의 핵심은 정상적인 내부거래는 허용하면서 '부당 내부거래'만 규제한다는 것입니다. 

공정위가 판단하는 부당 내부거래는 ▲정상 거래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회사가 직접 또는 지배 중인 회사를 통해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 ▲특수관계인과 현금 등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사업능력, 재무상태 등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 비교 없이 상당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 등입니다.

이상훈 변호사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반대하려면 애초부터 해당 규제 자체를 반대했어야 한다"며 "SK의 경우 30% 규제를 피하기 위해 한 계열사 지분을 29.9%까지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 개정안은 이같은 꼼수에 대한 보완책으로 나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공정거래법 ③] 가격담합 등 이젠 검찰에서 직접 조사

이밖에 재계는 공정위 전속고발권 제도 폐지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제도가 폐지되면 누구나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기업을 직접 고발할 수 있게 돼 경쟁사가 무분별하게 고발하거나 공정위와 검찰이 중복조사에 나서면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정위 입장은 단호합니다. 공정위는 의안서에서 "현행법상 부당 공동행위는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어 경쟁 제한의 폐해가 크다"며 "신속하고 엄정한 조치가 필요한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이 제한되는 결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 "검찰의 수사력으로 신속하고 엄정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부당 공동행위 중 중대하고 명백한 공동행위(가격·공급제한·시장분할·입찰담합 등)는 검사가 직접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속고발권 제도 폐지의 경우 이로 인해 소송 남발 등 심각한 시장 유린 행위가 일어나더라도 매우 통제된 상태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재벌과 일부 보수·경제지의 태도는 엄살에 가깝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경쟁사 등이 고발을 남발하는 일이 설사 발생하더라도 검찰 조사 과정에서 필요 절차를 거치게 돼 현재 재계에서 우려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겁니다.  
   
[금융그룹감독법] 부실 어음 계열사 판매, 불가능해진다
 
 금융소비자원은 동양그룹의 회사채,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로 피해를 당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상황을 접수하고 있다. 온라인을 포함해 현재까지 접수된 피해 신청자는 4500명으로 신청건수는 7500건이다.
 금융소비자원은 동양그룹의 회사채,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로 피해를 당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상황을 접수하고 있다. 온라인을 포함해 현재까지 접수된 피해 신청자는 4500명으로 신청건수는 7500건이다.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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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에 대한 반발은 크지 않습니다. 해당 법은 삼성, 현대차 등 금융계열사를 2곳 이상 보유한 복합금융그룹을 규제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현재는 삼성생명의 경우 보험업법으로만, 신한은행의 경우 은행법상으로만 규제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경우 같은 기업집단에 속한 금융회사 사이의 내부거래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재무·경영상 위험까지 감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지난 2013년 부실 계열사의 기업어음(CP)을 계열 증권사를 통해 판매해 수많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 '동양사태'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죠.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법을 제정하겠다는 것이 정부 쪽 계획입니다. 

이에 재계에서도 별다른 이견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일부에서는 이미 업권별 규제 법안이 있는데 새로운 법을 추가하는 건 이중규제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판에 금융위는 "기존 개별업권 감독과 금융그룹감독법이 규제하는 위험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는 이중규제나 옥상옥 규제가 아니다"라며 "업권별 감독은 개별 금융사의 건전성을 관리하는 것이고, 금융그룹감독은 계열사 간 전이위험, 자본의 중복이용 등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상훈 변호사도 "과거 동양그룹처럼 금융-비금융 계열사가 섞여 있는 경우 소비자 피해의 파급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며 "동양사태 피해자는 4만명에 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그동안 복합금융그룹에 대한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를 옥상옥 규제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재계, 충치 심한데 치료 안받겠다는 꼴"

이처럼 재계와 일부 언론의 총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여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빠른 법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박용진 의원은 "공정경제 3법에 대한 재계의 반응은 충치가 심한데도 치과 입구에서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것과 같다"며 "공정경제 3법은 썩은 이를 치료하기 위한 법안이므로 빠른 처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참여연대도 논평에서 "재계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경제구조와 이를 옹호하는 담론이야말로 그동안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고, 실질적인 시장원리의 작동을 저해해온 주된 요인"이라며 "국회가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부의 독점과 세습, 불공정거래 환경을 개선할 최소한의 원칙 마련을 위해 공정경제 3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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