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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태안화력 제1부두의 사고 현장 모습
 지난 10일 태안화력 제1부두의 사고 현장 모습
ⓒ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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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2톤의 스크루가 화물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갔던 곳은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였다. 2018년 12월 고 김용균 청년비정규직이 일했던 그곳이다. 청년비정규직이 노년비정규직이 되었고, 점검업무가 운송업무가 되었고, 컨베이어 벨트가 스크루가 된 차이가 있을 뿐.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이후 개선된다던 발전소는 달라지지 않았고 고용구조는 그대로이고 죽음도 반복되었다.

그날, '특수고용노동자의 죽음은 스크루가 만든 것일까'라는 물음을 던져본다.

[관련 기사] 태안화력, 하청업체 노동자 사망사고 발생 http://omn.kr/1ovbb

원청과 3개의 하청업체가 함께 하는 일
 

스크루는 석탄을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하며 점검과 정비가 항상 필요하다. 스크루를 정비하는 작업에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외에 3개의 업체가 동원되었다. 정비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가 있다. 그 일은 하도급이 금지되어 있었고 재하도급을 하려면 원청의 동의가 필요했는데, 정비 업무를 맡은 하청업체는 특수고용노동자인 화물노동자에게 도급을 줬다. 원청업체 감독자가 재하도급 업무가 진행되는 자리에 함께했다. 스크루를 운송차량에 싣는 일은 또 다른 하청업체가 했다.

결국 스크루를 운송하기 위해 지게차로 떠서 차량에 싣는 일, 스크루가 실린 차량을 운전하는 일, 실린 스크루를 정비하는 일, 작업 과정을 감독하는 일. 이렇게 4개의 업무로 나뉘어 4개의 업체가 동원되었다.

상식이라는 말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스크루를 옮기고 정비하는 업무를 모두 쪼개놨다. 차에 실린 스크루를 떨어지지 않게 묶는 작업이 화물노동자의 작업이라고 한국서부발전이 말하는 것은, 쪼개놓은 일 중 영역과 책임에 대한 다툼이다. 쪼개놓은 작업은 책임소재를 따지기엔 좋을지 몰라도 일의 흐름은 방해하고 위험하기만 하다. 한국서부발전이 정비 업무를 직접 했다면 이런 사고는 없었을 것이다. 스크루 정비계획이 세워지면 크레인을 조정하고 트럭을 배치해서 옮기고 정비를 하면 된다.

안전조치는 하지 않고 책임만 묻는 원청
  
  
  지난 10일 숨진 이아무개씨를 덮친 스크루
  지난 10일 숨진 이아무개씨를 덮친 스크루
ⓒ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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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루는 둥글다. 둥근 것은 구른다. 구르는 것을 막기 위해 포장하거나 받침대를 대고, 잡아주고 묶어야 한다. 그러나 사고 당일 한국서부발전은 어떤 안전조치도 하지 않았다. 스크루를 포장하지도 않았고, 스크루를 고박하도록 크레인을 움직여서 고정해 주지도 않았다.

2인 1조도 아니었다. 화물노동자는 차량을 세워두고 둥근 스크루가 겹쳐서 올려진 그 위를 혼자서 줄로 묶고 있었다. 그러다 스크루가 굴러떨어진 것이다. 한국서부발전의 기계와 설비를 활용하여 안전하게 작업하도록 해야 했는데 어떤 기계와 설비도 활용하지 않아서 사고가 난 것이다. 겹쳐서 스크루를 쌓을 게 아니라 두 대의 차로 나눠 실어 옮겼어야 했다.

그런데 한국서부발전은 화물운송작업을 한 노동자인,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사고조사를 하기도 전에 내부문서에 '귀책 사유를 개인'이라고 명시했다. 사고의 원인을 찾는 출발점이 개선을 가로막고 있다. (관련 기사: 태안화력 사망사고 보고서에는... 여전히 '귀책:본인' http://omn.kr/1ovfb)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사고 때도 한국서부발전은 개인의 책임이라고 했다. 그 말에 따르면 김용균 사고의 원인은 김용균이 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원청에서 감독자가 나와 있었다는 것만으로 원청이 책임져야 할 것을 다 한 것이 아니다. 태안화력발전소는 한국서부발전의 사업장소이고 사고는 그 장소에서 발생했다.

특수고용노동자는 결국은 노동자
 

사고가 나면 대부분의 사람은 당연히 산재가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일하다가 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화물노동자의 경우 산재적용이 되는지가 논란이다. 특수고용노동자에게도 산재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요구와 필요성은 꾸준히 있어왔지만, 모든 특수고용노동자가 아니라 14개 업종노동자만 적용 가능한 상태다.

산재가 적용되는 업종이라 해도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산재에 의무적으로 가입되는 게 아니라 임의가입이다. 회사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산재보험료를 노동자와 회사가 반반 내야 한다. 게다가 특정 회사에 연관되어 있다는 전속성이 확인되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보험적용은 '로또 당첨'만큼 어려운 상태이다. 350만 명의 특수고용노동자 중 몇 명이나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을까. 업종의 장애물을 넘고, 전속성의 기준을 극복하고, 회사의 눈치를 해결하고, 보험료를 내가 내는 것까지 가능해야 한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입장에서는 일이 안정적이지 못하고 산재보험 가입하겠다고 했다가 일을 못 하게 되는 경우가 있으니, 안전과 일자리를 놓고 저울질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 내몰린 특수고용노동자를 계약서도 없이 일을 시켜놓고, 이제 와서 특수고용노동자는 개인 사업주이니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특수한 노동자라는 말도 웃기지만 어찌 되었든 노동자다.
 
사고피해자는 발전소에서 1차로 의료기관에 옮겨지기까지 숨을 쉬고 있었다. 세 번에 걸친 이동 후 그는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김용균 특조위의 권고안이 한국서부발전에서 이행되었더라면 달라졌을 결과라고 생각한다. 특조위 권고안대로 외주화를 중단했더라면, 안전조치라도 제대로 했더라면, 일을 쪼개는 분절작업을 없애고 통합했더라면, 2인 1조가 되었더라면, 안전관리체계가 구축되었더라면, 협력사간 통합적 작업환경관리가 되었더라면.

그 많은 권고안 중 사내 안전보건을 위해 일정 규모 이상에서는 병원을 마련하라는 권고안이라도 이행되었더라면, 사내에서 의사가 바로 판단하고 이송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지금, 사망자가 아니라 중상자가 되어 있었을 수도 있다. 김용균특조위 권고안 이행점검단 운영과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발전소가 죽음의 공간이 되도록 더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김용균의 죽음을, 김용균들의 목숨을 또다시 바쳐서 전기를 만들고 소비하게 할 수는 없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화살은 당겨졌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6일 국회 본회의장 입구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심 대표는 반도체 노동자를 비롯한 수많은 노동자들이 백혈병, 암 등의 업무상 질병 재해에 노출되어 있다고 주장하며, 반도체 노동자 복장을 하고 1인 시위를 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6일 국회 본회의장 입구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심 대표는 반도체 노동자를 비롯한 수많은 노동자들이 백혈병, 암 등의 업무상 질병 재해에 노출되어 있다고 주장하며, 반도체 노동자 복장을 하고 1인 시위를 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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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이 존재한다고 해서 모두 사고가 되고 재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위험한 요소가 죽음을 만드는 계기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결정권한과 집행권력이 있는 기업, 경영책임자의 몫이다. 노동자와 시민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선택했다. 노동자에게 악영향을 미친 물질은 그 물품을 쓰는 소비자의 건강도 망가뜨린다. 노동자와 시민의 재해가 분리되어 있지 않음을 매번 확인하게 된다. 그래서 책임 있는 원청이 안전조치를 취하고 안전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하청업체에 도급을 줬다는 이유로 원청업체가 책임을 면하다 보니, 안전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사항으로 남아 있다. 특수고용노동자, 정규직노동자, 하청노동자, 이용자인 시민 모두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필요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있었더라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이번의 화물노동자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으로 원청 처벌이 확정되었다면 한국서부발전은 달라졌을 것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산재와 재난을 예방하도록 책임자들과 기업을 강제하게 될 것이다. 노동자들에게 위험한 것을 거부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이제 국회가 대답해야 한다. 안전한 사회를 원하는가, 누군가의 희생으로 경제수치만 올라가는 사회를 원하는가. 노동자 시민은 이미 10만의 국민동의청원으로 말했다. 이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자. 노동자-시민들의 목숨을 싣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화살은 당겨졌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권미정 사무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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