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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개미취
 벌개미취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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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꽃을 좋아한다. 봄에 피는 용담이나 구슬봉이를 좋아하고, 여름에 피는 산수국을 좋아한다. 가을이 오면 벌개미취가 내 마음에 들어온다.

언젠가 동해를 보러 떠난 여행에서 빠른 고속도로를 택하지 않고 돌아 돌아 가는 국도를 따라 간 적이 있다. 강원도 태백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구불구불 고갯길을 한참 올라가 마침내 정상 터널을 지나 내리막길로 막 들어서려 할 때다. 눈앞에 펼쳐지는 보라색 꽃들의 세상에 차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작지만 여럿이 모여 온 땅을 덮어버릴 기세로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때만큼 강렬한 보라를 본 적이 없었다. 그 광활함에서 벌개미취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하나하나도 예쁘지만 함께 있어 더 예쁜 꽃 벌개미취다. 

그렇다고 벌개미취 꽃이 강렬하게 개성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우리가 알고 있는 들국화라 일컫는 가장 전형적인 꽃 모양을 가졌다. 가운데 노란 중심이 있고, 사방으로 긴 꽃잎이 뻗어 동그랗게 보이는 모양 말이다. 다만 꽃잎 색이 연한 보라색일 뿐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들국화

가을에 피는 꽃은 대부분 국화과 꽃이 많다. 우리는 그들을 들국화라는 애매한 이름으로 퉁치곤 한다. 같은 과 식구인 만큼 닮은 구석도 많다. 가을 들판, 가을 숲에서 보는 국화에는 노란 감국과 산국 등이 있고, 흰색 또는 분홍색 꽃이 피는 구절초가 있다. 흰색부터 연한 분홍색, 연한 보라색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색을 가진 쑥부쟁이와 이보다 조금 더 보랏빛이 도는 벌개미취까지 여러 들국화가 핀다.

벌개미취는 벌판에 피는 '개미취'라는 뜻이다. 그렇듯 개미취라는 꽃도 있다. 꽃 모양이 닮아 같은 이름을 쓰고 있는 벌개미취와 개미취. 굳이 차이점을 찾자면 벌개미취는 키가 50센티미터 정도 자라는 반면, 개미취는 키가 커 어른보다도 클 수 있다. 또한 개미취 꽃은 벌개미취 꽃보다 크기가 살짝 작지만, 더 여럿이 모여 피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개미취는 꽃이 피는 머리 부분이 무거워 대부분 허리를 숙이고 꾸부정하게 자란다. 
 
 벌개미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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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개미취는 한국이 원산인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반면 개미취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도 자란다고 한다. 참 신기하다. 한국의 특산종으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벌개미취에 대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이렇게 없을 수 있을까. 그 흔한 '사연 있는 여자가 죽어서 꽃이 피었는데 그게 이 꽃이더라'라는 이야기도 없다. 이름에 대한 유래도 너무 간단하고 뻔하다. 그저 '하늘의 별이 떨어져 벌개미취가 되었다'라는 정도. 너무 관심이 없었나 보다. 

벌개미취는 습하지만 배수가 잘 되고 햇빛이 좋은 땅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런 땅에서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조건이 조금 미치지 못해도 잘 자란다. 그래서 숲뿐만 아니라 공원, 하천변, 학교나 도심 속 화단에서도 볼 수 있다. 성격이 이렇게 무난하고 꽃도 예쁘다 보니 많은 곳에서 인기가 있다. 

나물로도 먹을 수 있다 길래 봄에 땅에서 올라오는 새 순을 먹어본 적이 있다. 생으로 먹을 수 있을까 해서 한 잎 깨물었다가 그 쓴 맛에 화들짝 놀라 살짝 데쳤다. 물에 담가 잠깐 우렸다가 된장양념으로 무쳐 먹어봤다. 된장의 강한 맛에도 굴하지 않고 쓴맛을 뿜어냈다.

그래서 알게 됐다. 생각보다 훨씬 많이 우려내야 함을, 그렇게 오래 우려내어 나물로 무치면 쫄깃한 식감에 반하게 된다. 잎은 살짝 두께감이 있어 나물로 무치면 잎에서 살살 녹아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쫄깃쫄깃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마당에 꽤 많은 벌개미취가 꽃을 피우고 있어 내년 봄에는 나물로도 먹고 된장국도 끓여보려고 한다. 물론 잎이 나올 때 전체를 다 뜯어버리기보다 작은 잎 하나는 남겨놓고 뜯어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신승희 생태환경교육 협동조합 숲과들 활동가입니다.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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