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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정신건강센터장 이영문 센터장은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해 아주대학교 정신건강연구소장, 국립공주병원장, 서울시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고 2019년 11월부터 국립정신건강센터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 국립정신건강센터장 이영문 센터장은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해 아주대학교 정신건강연구소장, 국립공주병원장, 서울시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고 2019년 11월부터 국립정신건강센터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 국립정신건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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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의 진료거부를 보면서 공공의료의 길을 묻게 됐다. 지역 간 의료 격차와 열악함으로 상징되는 공공의료의 현실을 어떻게 개선해나갈 것인지,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지난 18일 국립정신건강센터 이영문 센터장(59)을 만난 이유이다. 그는 대학병원 교수직을 그만두고 스스로 공공의료 현장에서 소신을 실천하고 있는 정신과 전문의이다.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첫마디로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의사 공공재' 논란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 의사가 왜 공공재냐는 목소리도 있던데.
"간호사나 소방관, 경찰... 모두 공공성을 부여하잖아요. 그런데 왜 의료에는 공공성을 안 붙이죠? 사유화, 독점화되면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분야를 '공공재'라고 합니다."

의사는 공공재가 맞다고 밝힌 이 센터장은 전공의들에 대한 생각도 꺼냈다.

"전공의들의 수련비용은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국은 주정부가 담당합니다. 공공재 개념이 확실하니까요."

의료 공공성을 강조하는 그에게 문득 8년 전 대학병원을 왜 그만두었는지 물었다. 민간의료의 현실 때문이었다.

"환자들, 즉 정신보건센터 회원들하고 조금 전까지 담배도 피우며 대화하고 제 방에 올라왔는데, 그때부터는 그 환자들이 특진비를 내고 저를 만나야 합니다. 모순이죠. 조금 전까지 인간적으로 대화하며 치료를 했는데, 그때 저에게 진료차트가 있었다면 거기서 처방까지 다 해결했을 텐데, 조금 있다가 특진비를 내고 치료를 받아야 하죠. 거기서 공공의료와 민간의료 간의 모순된 현실을 느꼈습니다."

이 대목에서 좀 더 파고 들어가 봤다. 공공의료와 민간의료의 현실적인 차이는 뭐가 있는지, 그런데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정신과 치료에서는 공공의료의 시설이 더 좋다는 것이다.

"정신과 병원들이 원래 열악해요. 전국에서 가장 좋은 시설이 이곳(국립정신건강센터)입니다. 삼성병원이나 아산병원이 아무리 좋아도 정신과는 우리가 최고예요. 충청도에서 가장 좋은 곳은 국립공주병원입니다. 정신과는 국립이 훨씬 좋죠."

공공의료와 민간의료, 또 한 가지 차이는 환자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이었다. 건강보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원이 적은 의료급여 환자를 대학병원은 아예 받지 않으려 하고, 민간병원에서는 식사나 약 처방에서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의료급여 액수가 예를 들어 50원이면 건강보험 지원은 100원이에요. 정신과 의료급여의 차별이죠. 더구나 어떤 치료를 하든 정액제예요. 35년째 묶여 있어요. 병원 입장에서는 무슨 치료를 하든 액수가 똑같기에 아무것도 안 해야 돈을 벌게 되는 구조죠. 그러다 보니 대학병원은 의료급여 환자를 아예 안 받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국립병원은 밥이나 약 처방에서 차이가 없지만, 민간병원에서는 의료급여 환자들에 대한 병동을 따로 운영하며 차이를 주는 경우가 있어요."

환자가 환자를 상담하는 동료 상담실 
 
국립정신건강센터 1층에 마련된 동료지원상담실 의사-환자 가 아닌 환자-환자 눈높이 상담으로 국내최초 사례이다.
▲ 국립정신건강센터 1층에 마련된 동료지원상담실 의사-환자 가 아닌 환자-환자 눈높이 상담으로 국내최초 사례이다.
ⓒ 노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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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코로나 19 첫 번째 사망환자가 떠올랐다. 지난 2월 19일 새벽에 사망한 63세 남성은 정신병동에 20년 이상 장기 입원하던 만성질환자였다. 이영문 센터장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었다며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정신병동의 문제를 말했다.

"식사가 부실했어요. 20년 이상 입원한 만성환자이었는데 쇠약할 대로 쇠약하셨던 거죠. 열악한 정신과 장기입원의 문제와 의료급여 차별의 문제가 겹쳐진 겁니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당시 확진환자들 가운데 그 병원에서 이곳(국립정신건강센터)으로 이송된 환자들이 계세요. 한 분도 안 돌아가시고 치료받고 계십니다."

정신과 병동과 관련해 당시 가장 많이 지적된 문제는 '음압시설'의 확보였다. 정신질환 환자들의 특성상 다른 병원으로의 이송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음압시설을 갖춘 정신과 병동이 어느 때보다 필요해진 것이다. 어떻게 됐을까?

- 지난 4월, 국립병원에 음압 병동이 설치될 때가 됐다고 강조하셨었는데.
"일단 국립정신건강센터 내에 음압시설을 설치해 운영 중이고, 일반 병동에 45억 원을 들여 올해 안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로 음압 병동을 완비하게 되는데 서울대나 세브란스 병원의 일반 음압시설보다 더 좋게 꾸미는 게 목표입니다."

병실을 들어가 볼 수는 없었지만, 병원을 둘러보며 공공의료와 관련된 인상적인 장면을 엿볼 수 있었다. 환자가 환자를 상담하는 동료 상담실이었다. 전문교육을 이수한 정신질환 당사자와 가족이 또 다른 환자와 가족을 상담하는 일종의 눈높이 상담 공간이랄까. 정신과 병동으로는 전국 최초로 지난 8월부터 시작됐다. 
 
가족지원활동가 이진순씨 27년 투병환자의 가족으로 전문상담 교육을 받고 8.11부터 동료상담을 하고있다.
▲ 가족지원활동가 이진순씨 27년 투병환자의 가족으로 전문상담 교육을 받고 8.11부터 동료상담을 하고있다.
ⓒ 노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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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외래진료소 안에 설치된 동료 상담실에서 가족지원 활동가 이진순씨를 만났다. 정신질환 1급 판정을 받고 27년간 투병한 남편을 떠나보낸 뒤 전문상담 교육을 받고 봉사를 시작한 그녀는 '남편이 떠난 자리에 사랑의 씨앗으로 이곳에서 봉사하게 되었다'며 해맑은 웃음으로 맞아줬다. 동료상담이 전국적으로 확산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말했다.

"의사 선생님 상담은 시간이 한정되어 있잖아요. 저희는 40분 50분 충분히 공감을 합니다. 힘들었던 이야기, 재활 이야기, 서로 배운 것을 확인하고 함께 울고, 그러다 보면 저도 들으면서 각오되고 들려주며 공감도 되고, 힘든 일과 나쁜 사례를 공유합니다. 며칠 전에도 어떤 아버님이 아드님을 데리고 왔는데 맨날 병원만 오가다 보니 정작 자신에 대해 지원받을 수 있는 정보를 모르고 계셨어요. 아주 기본적인 정보인데... 알려드렸더니 고맙다고. 우리는 가족이라고... 이런 상담이 저는 전국적으로 확산됐으면 좋겠습니다."

"부족한 공공의료 인프라, 민간지원 활용해야"

문제는 이처럼 새로운 시도를 할 여력을 지닌 병원이 많지 않아 보인다는 데에 있다. 현재 국비지원을 받고 있는 국립 정신병원은 전국에 5개, 국공립 병상 비율도 적은 편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자료에 따르면 2017년까지 국내 정신병원 병상 중 국공립의 비율은 7.2%(6,633개)에 불과하다. 80% 이상 민간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제대로 된 공공의료를 실현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영문 센터장의 답변은 의외였다. 민간을 적절히 활용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 민간병원이 80% 이상인데 공공의료가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민간도 공공의료가 가능합니다. 일단 공공의료 지원에 관한 법률에 민간의료 지원이 가능하게 되어 있고요, 그러나 적극적인 인센티브 제공이 안되어 효과를 못 보고 있는 형편이죠. 예를 들어 경기도의 경우도 6개 공공의료원만 보지 말고 민간병원을 활용하면 됩니다. 정신과 응급 입원을 받아주면 경기도가 지원하는 시스템이죠. 부족한 공공의료 인프라를 민간지원을 활용해 극복해야 합니다."

그는 현재 공공의료를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공공인프라를 건설하자는 입장과 민간을 활용하자는 입장. 자신은 민간을 활용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힌 이영문 센터장은 서울의 경우 서울대 병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세브란스 병원이나 고대병원, 가톨릭병원을 활용하면 충분하며, 경기남부의 경우 아주대와 성빈센트 병원을 활용하면 된다며 구체적인 예시를 들었다.

"아주대 병원이 현재 1200 병상인데 늘 100개가량의 공공병상을 확보하는 거예요. 병상 하나 당 단가를 책정해 사용료만 지원해줘도 언제든 경기도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퍼블릭 베드(Public Bed, 공공병상)가 되는 거죠. 굳이 건보 지원이 필요 없습니다. 그렇게 하면 아주대 병원이 공공병원이 됩니다. 책임소재는 경기도가 전적으로 맡는 거죠."

- 그런데 예산 들어가는 곳에 감사가 있어야 하는데 병원 감사가 가능할까요?
"돈을 충분히 주면 가능하죠.^^"

앞으로 공공의료와 관련해 어떤 논의가 필요할지를 숙제로 남기며 인터뷰를 마쳤다. 더 취재해보고 싶은 아이템도 얻을 수 있었다. 병원 바깥에서 정신건강 치료를 받고 있는 지역사회 치료공동체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정신병동은 늘 모자라고 장기입원의 결과도 장담하기 어렵기에 정신의학계에서는 30여 년 전부터 '자유가 치유다'라는 철학으로 정신병원 중심의 치료를 개혁하고 지역사회 치료공동체를 도입한 이탈리아 모델에 주목해왔다. 우리나라에도 그러한 치료공동체가 조용히 우리 지역사회에서 치유를 담당한다는데, 과연 코로나19 시대에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다음 취재 과제를 떠올리며 국립정신건강센터를 나섰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입구전경 서울 광진구 용마산로 127에 위치한 국립정신건강센터는 보건복지부 소속 국립병원으로 과거 국립서울정신병원에서 2016년 3월1일 국립정신건강센터로 개편 발족했다.
▲ 국립정신건강센터 입구전경 서울 광진구 용마산로 127에 위치한 국립정신건강센터는 보건복지부 소속 국립병원으로 과거 국립서울정신병원에서 2016년 3월1일 국립정신건강센터로 개편 발족했다.
ⓒ 노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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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저널리즘을 연구해 경제학박사학위를 받고 FM 99.9 경기방송 편성책임자로 일하던 중 제보-부당해고-복직-폐업으로 이어지는 아수라를 겪으며 현재 경기지역 공영방송의 꿈을 향해 뚜벅뚜벅 갑니다. 이달의 피디상 2회,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 2회, 한국방송대상 1회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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