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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양파가 듬뿍 들어간 양파빵. 박정원 씨가 무안양파의 소비 촉진방안에 대해 고민하다가 만들었다.
 무안양파가 듬뿍 들어간 양파빵. 박정원 씨가 무안양파의 소비 촉진방안에 대해 고민하다가 만들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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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는데, 양파빵에는 양파가 가득 들어있습니다. 몸에 좋은 양파를 듬뿍, 그 성분을 고스란히 담았어요. 영양 만점입니다. 간식은 물론 식사 대용으로도 좋아요."

무안 '양파빵 제작소' 박정원씨의 말이다. 양파빵 제작소는 양파의 주산지인 전라남도 무안군 해제면 용학리에 자리하고 있다. 무안읍과 해제면 소재지를 오가는 도로변이다.

양파빵 제작소는 양파빵을 만드는 빵집이다. 쌀과 밀가루를 섞은 반죽에다 양파즙을 더해서 구운, 성인 주먹만 한 빵이다. 다진 양파를 소로 넣거나 팥앙금을 넣어서 만든다. 계란과 감자, 옥수수, 양파에다 치즈 등을 가득 넣은, 이른바 고로케도 있다. 양파볶음밥도 만든다. 소를 한가득 담는다.

빵 하나에는 보통 크기 양파 절반 정도가 들어간다. 고로케, 볶음밥 등에는 더 많이 들어간다. 방부제는 일절 넣지 않았다. 그날 만들어서 그날 판다. 따뜻할 때 먹으면 더 맛있다.
  
박정원 씨가 양파빵을 굽고 있다. 박 씨는 양파를 활용한 먹을거리 개발을 위해 양파 주산지인 무안으로 거처를 옮겼다.
 박정원 씨가 양파빵을 굽고 있다. 박 씨는 양파를 활용한 먹을거리 개발을 위해 양파 주산지인 무안으로 거처를 옮겼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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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봄이면 양파 수확으로 분주한 무안 들녘. 전남 무안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양파 주산지다.
 해마다 봄이면 양파 수확으로 분주한 무안 들녘. 전남 무안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양파 주산지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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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황토갯벌랜드에 있는 카페에서 매니저로 일을 했습니다. 그때 양파밭을 갈아엎는 걸 여러 번 봤어요. 양파값이 떨어지자, 농민들이 수확을 포기한 거였죠.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양파 소비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죠."  

박 씨가 양파빵을 만들게 된 이유다. 양파로 만드는 빵과 잼, 와인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다가 먼저 만든 게 양파빵이다. 건강한 먹을거리를 만들면서 양파 재배농가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런 연고가 없던 무안으로 귀농을 했다. 4년 전이었다.

양파가 우리 몸에 좋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혈전을 용해시키고 간장을 해독시켜 주는 게 양파다. 고혈압과 당뇨, 심장병, 동맥경화 등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도 효능을 지니고 있다. 피부 노화와 치매 방지에도 좋다. 시력 보호, 감기 치료 효과도 있다. 하지만 특유의 냄새 탓에 양파를 기피하는 사람이 많다.
  
양파빵을 만드는 과정. 붕어빵을 굽는 과정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양파빵을 만드는 과정. 붕어빵을 굽는 과정과 크게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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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원 씨가 굽는 양파빵. 보통의 빵과 달리 양파 등으로 만든 소가 듬뿍 들어간다.
 박정원 씨가 굽는 양파빵. 보통의 빵과 달리 양파 등으로 만든 소가 듬뿍 들어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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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는 빵을 만들면서 어린이와 젊은이를 타깃으로 삼았다. 양파 특유의 맵고 독한 맛을 없애야 했다.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전처리 과정을 해봤다. 시행착오가 되풀이되는 건 당연했다.

양파의 독성을 빼는 데 성공하자, 빵을 만드는 일은 '식은 죽 먹기'였다. 맛을 본 주변 사람들도 좋아했다. 하지만 박씨 자신의 혀끝은 만족하지 못했다. 2% 부족했다. 양파빵을 찾는 사람들한테는 '반죽이 떨어졌다'는 둥, '만들어놓은 빵이 다 팔렸다'는 등의 거짓말을 했다.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빵을 팔 수 없었다.

박씨가 1년 전에 양파빵을 개발하고도, 이제야 팔기 시작한 연유다. 아직 홍보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도로변을 오가는 외지 차량들이 '양파빵' 현수막을 보고, 호기심에 들어온다. 지역에서는 입소문을 듣고, 부러 발걸음을 하기도 한다. 맛을 본 소비자들이 다시 찾기도 한다.
  
박정원 씨가 양파빵을 굽고 있다. 양파빵은 무안양파의 소비 촉진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정원 씨가 양파빵을 굽고 있다. 양파빵은 무안양파의 소비 촉진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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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원 씨가 구워낸 양파빵들. 빵속에 들어가는 소에 따라 몇 가지로 나뉜다.
 박정원 씨가 구워낸 양파빵들. 빵속에 들어가는 소에 따라 몇 가지로 나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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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의 평가는 좋다. 양파빵에 대해 아이디어가 신선하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맛도 호평을 받는다. 양파고로케는 속이 알차고 영양도 풍부하다는 평을 받는다. 팥양파빵은 씹히는 감촉이 좋다고 한다. 중·장년층은 물론 어린이들도 좋아한다.

"소를 듬뿍듬뿍 넣어요. 거짓말처럼 들리겠지만, 빵을 만들면서 원가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하루에 수백 개 만드는데, 앞으로는 수천 개씩 구워낼 수 있는 체계도 갖출 예정입니다. 제 이름을 걸고 정직하게 만들려고, 상호에도 제 별명을 넣었어요."

양파와 함께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는 박 씨의 말이다. 양파를 활용한 그의 달큼한 도전이 무안양파의 소비 촉진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작지만 큰 도전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박정원 씨의 양파빵제작소에서 만난 양파 조형물. 지게에 올려진 주홍빛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박정원 씨의 양파빵제작소에서 만난 양파 조형물. 지게에 올려진 주홍빛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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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립니다.


태그:#양파빵, #박정원, #무안양파, #양파빵제작소, #무안양파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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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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