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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에서 인사담당 기획비서관을 지낸 민경국씨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인사담당 기획비서관을 지낸 민경국씨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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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담당 기획비서관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소위 '박원순 사건'의 중요한 배경으로 보이는 '4월 사건'에 대해 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가 (피고소인에게 전화로) '내가 너를 고소할 수도 있다, 이건 서울시에 알리지 말자'고 했다"면서 "이 얘기는 피해자와 피고소인 양쪽으로부터 내가 확인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피해자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민 전 비서관은 또한 인터뷰에서 4월 사건 당시 피해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피해자가 울면서 '시장님도 (이 일을) 아시냐', '시장님과 서울시에 너무 죄송해요'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민 전 비서관은 피해자와 1년 넘게 서울시장 비서실에서 같이 근무했으며, 업무상 4월 사건으로 인한 인사 처리에 관여한 인물이다.

서울시장 공백 사태로까지 발전한 박원순 사건은 크게 두 개의 사건으로 나눌 수 있다. 7월 8일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다음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그 전 4월 15일 박 전 시장 사건의 피해자가 또다른 서울시 직원을 성폭력 혐의로 경찰에 신고한 사건이다.

두 사건의 피해자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은 지난 11일 피해자 측 김재련 변호사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사실은 박 전 시장의 죽음 직후부터 언론계와 정치권에서 알려졌지만 공개적으로 보도되지 않았다. '2차 가해' 시비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이 사실을 공개한 인터뷰에서 "골다공증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것", "두 명의 가해자에게 단순히 더하기의 피해를 본 게 아니라, 곱하기의 피해를 봤다"고 비유했다. 하지만 김주명·오성규 전 비서실장 등 박 전 시장의 참모들은 "박 전 시장에게 엉뚱한 사건의 불똥이 튀었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오마이뉴스>는 서울시에서 인사담당 기획비서관을 지낸 민경국씨를 17일 오전 만나 4월 사건에 대해 물었다. 2017년 5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시장실에서 일한 민 전 비서관은 4월 사건의 피해자와 피고소인(이 인터뷰에서는 민 전 비서관이 사용한 호칭을 그대로 적는다) 모두와 잘 아는 사이였다. 민 전 비서관이 얼굴을 드러내고 공개적으로 언론 인터뷰에 응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침묵하다가 인터뷰에 응한 이유
 
 고 박원순 서울시장 영결식이 1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가운데 고인의 영정과 위패가 추모공원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 7월 13일 오전 고 박원순 서울시장 영결식이 서울시청에서 열린 가운데 고인의 영정과 위패가 추모공원으로 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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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시작하며 그는 "이번 사건 관련해서 피해자와 고소인이라는 명칭이 혼재되고 있는데 나는 그냥 '피해자'라고 하겠다. 그렇게 부른다고 해서 사건의 본질이 훼손되지는 않는다고 본다"며 말문을 뗐다.

"박원순 시장의 49재(8월 26일)가 끝날 때까지는 너무 힘들었다. 당장 저희(별정직 공무원)도 시청에서 나와야하고, (사건에 대응할) 컨트롤타워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아는 범위도 한정되어 있는데 기자들 전화 오면 뭘 얘기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도 있었다.

시장님 고소 얘기가 나왔을 때도 우리는 장례절차와 유가족 문제로 정신이 없었다. 그 과정에서 언론의 광풍을 실감했다. 김재련 변호사가 기자회견할 때마다 (기자들이 나에게도) 자극적으로 추궁하듯이 질문들을 하는 거다. 내 얼굴과 이름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고. 사생활이 있고 되게 부담스러운데...

김재련 변호사가 최근 방송에 나왔고, 인사담당비서관(자신)에게 어떤 문자를 받았다는 얘기까지 (언론에) 나오는 걸 보고 맥락과 진의 없이 (전달되는 것에) 너무 화가 났다."

그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경찰과 인권위 조사받을 때도 4월 사건에 대해 물어보길래 내가 '이거 얘기해도 되느냐, 2차 피해 아니냐'고 되물었다"고 회고했다.

4월 사건은 피해자와 피고소인을 포함한 전·현직 시장실 직원 4명이 21대 총선 전날인 4월 14일 술을 곁들인 저녁식사 모임을 한 것에서 시작된다. 피고소인이 피해자를 집에 바래다주면서 택시를 타고 가면서 일행과 헤어졌는데, 다음날 피해자는 피고소인이 모텔에서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서초경찰서에 신고했다.

이 사건은 경찰이 피고소인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가 9월 10일 검찰의 불구속 기소(준강간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 측은 서울시의 이 사건 처리가 부적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장실 사람들은 4월 사건을 어떤 경로로 알았고 어떻게 대응했을까? 민씨의 설명이다.

"(사건 발생 닷새 후인) 4월 20일 출근한 후 조금 있다가 인사과장이 이런 내용의 지라시(사설정보지)가 돈다고 알려줘서 내용을 처음 접했다. 그 내용대로라면 큰일 아니냐."

- 피고소인으로부터도 관련 사실을 확인했나?
"그런 상황에서는 피해자-가해자 어느 쪽이든 접촉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어떤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은 간접적으로 확인했다. 피고소인은 시장실에서 영수증 처리나 장소 예약 등의 일을 했는데, 시장실에 계속 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서울시는 4월 21일 피고소인을 복지과로 전보했다.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박원순 전 시장 영실식이 열렸던 지난 7월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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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통하는 게 문제를 더 빨리 해결할 수 있는 길이었다"

다음 날인 4월 22일 민 전 비서관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건을 인지한 지) 이틀이 됐는데 아무도 피해자에게 연락을 못 하는 거다. 비서실장(고한석)과 젠더특보(임순영), 그리고 또 다른 인사비서관 정도만 (사건을) 알 수 있는 사항이었다."

서울시는 이런 류의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이미 '시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을 만든 상태였다. 민 전 비서관은 전화 통화 다음날(23일) 이 매뉴얼을 피해자에게도 보내줬다고 한다.

"성폭력이라는 게 여자에게 굉장히 힘든 시간일텐데, 동료였던 사람이 그런 일을 겪었다고 하니 너무 걱정되는 거다. 서울시 매뉴얼에는 '피해자와 정서적 교감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얘기해야 한다'고 되어있다. 젠더특보라고 해서 먼저 접근해서 얘기할 성질이 아니었다.

마침 비서실에 사람이 계속 바뀌었다. 여성 비서관들이 몇 명 있었지만 동네방네 알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나? 내가 인사담당이었으니 (얘기할) 명분이 되고, 관련 보고도 받았다. 피해자를 포함해 여러 사람과 저녁 술자리도 같이했고."

민 전 비서관은 일단 경찰 신고 뒤 지원을 잘 받고 있다는 피해자의 말에 안도했다고 한다. 민 전 비서관은 "왜 서울시에 알리지 않았냐"고 물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쉬쉬 하려는 게 아니라 서울시를 통하는 게 문제를 더 빨리 해결할 수 있는 길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4월 사건 처리의 지침서가 된 2018년판 서울시 성폭력 처리 매뉴얼을 펼쳐봤다. 11쪽 '사건처리 세부절차'에는 "성희롱‧성폭력 고충사건의 처리를 원하는 피해자, 대리인, 목격자 등은 고충상담원, 인권담당관(시민인권보호관)에 전화, 온라인, 서면, 방문 등으로 상담 신청, 신고, 제보를 할 수 있다"고 적혀있지만, 당사자가 외부기관(경찰 등) 신고를 택할 경우 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적시되어 있지 않았다.

"피해자가 '시장님도 이 일 아시냐'며 울었다"

서울시에 신고하지 않은 데에는 피해자의 의지도 일부 작용했다는 게 민 전 비서관의 생각이다.

"전화를 누가 먼저 했는지는 모른다. 피해자가 (피고소인에게 전화로) '내가 너를 고소할 수도 있다, 이건 서울시에 알리지 말자'고 했다고 한다."

민 전 비서관은 "이 얘기는 피해자와 피고소인 양쪽으로부터 내가 확인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민 전 비서관과 피해자의 22일 전화통화는 이번 사건에서 꽤 중요하다. 피해자 측이 서울시 측의 부적절한 대응의 한 예로 이 전화통화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통화 당사자인 민 전 비서관은 이렇게 말했다.

"피해자가 울면서 '시장님도 (이 일을) 아시냐', '시장님과 서울시에 너무 죄송해요'라고 얘기했다. 나는 '네 잘못 아니다'고 말했던 거다. 중앙일보 기사(16일자)에는 피해자가 나로부터 '두 사람(가해자와 피해자)과의 인연이 모두 소중해서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답을 들었다고 나온다.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며, 하지만) 그때 내가 분명히 '피고소인보다는 너와의 인연이 더 길지 않냐'고 덧붙였다. 피해자는 2017년부터, 피고소인은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2018년 이후에야 (시장실에) 왔다.

피해자가 (시에) 신고를 안한 상태에서 시가 지원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알아봤다. 이 부분은 시민인권담당관에게도 굉장히 조심스럽게 확인했는데 '시에서 지원하는 변호사는 쓸 수가 없다'고 하더라. 어쨌든 신고하지 않는 이상 시가 피해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민 전 비서관과의 인터뷰를 한 다음날인 18일자 새벽에 보도된 중앙일보 기사에 따르면, 피해자 측은 "(피해자가 4월 사건에 대해 서울시에 알리지 말자고) 피고소인과 합의했다는 건 사실무근이며 비서관 측이 이를 직접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쪽으로부터 확인했다는 민 전 비서관의 발언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또한 피해자는 당시 전화 통화에서 서울시가 피고소인을 복지과로 전보한 것에 대해 자신과 업무상 밀접하게 연관된 자리라며 항의했다고 한다. 민 전 비서관의 설명은 이렇다.

"(피고소인이 전보된) 복지과와 피해자가 있던 사업소는 업무상 전혀 관계가 없다. 업무분장표를 보니 피고소인의 새 업무는 4대 보험 등 급여 지급이었다. (실제로는) 이틀 일해서 피해자와 업무로 연관된 적도 없고.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업무로 연관될 수 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둘의 업무를 연관시키기 위해 일부러 보낸 것은 아니었다. 피고소인이 원래 일하던 부서가 소통과여서 처음에는 원대 복귀를 생각했는데, 인사과장 말이 소통과로는 올 수 없다고 하더라. 피고소인 업무를 공석으로 둘 수 없어서 1 대 1 교차 근무가 가능한 복지과로 돌린 거였다."

피해자는 전화 통화 후 "조용히 넘어가고 싶었으나 어쩌면 당연하게도 결국 이렇게 알려지게 되었다면 내부징계 또한 확실히 검토해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민 전 비서관은 "징계를 요구하는 문자를 보내왔길래 통화를 하려고 했지만 피해자가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에는 피고소인을 징계할 근거가 없었다, 경찰이 수사개시했다는 공문이 안 왔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우리가 경찰에 빨리 수사개시 통보서 보내달라고 독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22일 전화통화, 23일 밤 경찰의 수사개시 통보서 접수, 24일 대기발령
 
 서울시에서 인사담당 기획비서관을 지낸 민경국씨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인사담당 기획비서관을 지낸 민경국씨.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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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매뉴얼에는 '행위자와 피해자 분리를 위한 인사조치'를 설명한 13쪽에 ① 사실관계가 명백한 경우 : 상담 및 신고단계부터 ② 사실관계 조사가 필요한 경우 : 시민인권보호관 조사개시 후 피해상황 확인 시 행정국 대기근무(원칙) 또는 즉시 직위해제(비위 정도가 중대할 경우)를 하도록 적혀있다.

경찰의 수사개시 통보서는 전화통화 다음날인 4월 23일 밤늦게 도착했고, 서울시는 그 다음날(4월 24일) 피고소인을 대기발령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피고소인은 '모텔에 함께 들어간 것은 맞지만 강제적인 관계는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이었다.

민 전 비서관은 "피해자의 문자 한마디에 관련 규정과 절차를 무시해야 하는가? 공적 제도와 절차는 어느 개인의 심리상태에 따라 달라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는 시장실에서 근무한 4년 내내 박 전 시장에게 시달렸고, 그래서 1년에 두 번 있는 정기인사 때마다 전보를 요청했다고 주장한다. 민 전 비서관의 얘기는 다르다.

"(피해자가 근무를 시작한 2015년부터) 2017년까지의 상황은 잘 모르지만, 2018년 1월 인사부터 2019년 7월 전보될 때까지 상황은 조금 안다. 업무가 인사담당이고, 피해자가 본인 경력관리에 관심이 많아서 얘기를 몇 번 나눈 적도 있다. 뭔가 특별한 요청이 있었다면 내 기억에도 남았을 거다. 경찰 조사를 받은 사람들로부터 일일이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피해자로부터 지금 나오는 류의 얘기를 들었다는 사람이 없다."
 
▲ 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이 말하는 4월 비서실 직원 성폭행 사건 오마이뉴스가 서울시에서 인사담당 기획비서관을 지낸 민경국씨를 17일 오전 만나 지난 4월 발생한 서울시 비서실 직원 성폭력 사건의 뒷애기를 들어봤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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