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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경제학)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경제학)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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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회 성원들의 기본 생활과 건강을 보호하지 않으면 아무도 건강할 수 없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말이다. 장 교수는 최근 새롭게 개정판을 낸 자신의 책 <사다리 걷어차기>(부키 펴냄)의 서문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코로나19 위기로 전 국민의 복지·의료·노동권 등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를 두고 "전 세계의 경제·사회 모든 분야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사건"이라면서 "세계 경제는 1929년 대공황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미 지난 3월 <오마이뉴스>와 영국 현지 단독인터뷰에서 "코로나19 위기와 확산은 세계화의 결과"라며 "세계 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인터뷰 당시만 해도 영국 등은 코로나 대유행 초기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유럽은 사상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그는 당시 영국의 복지와 의료체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고, 실제로 영국은 유럽 내 최대 코로나 사망자 국가라는 오명을 썼다.(관련기사: 장하준 인터뷰-1 "세계 대공황 가능성...이 기회 새로운 사회 시스템 만들어야")

장 교수는 이번 개정판 서문에서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미국의 실업률은 26.2%에 달한다"면서 "이는 1933년 대공황 당시 기록했던 최고 실업률 25%를 넘어선 것"이라고 썼다. 또 이번 위기가 언제까지 진행될지, 또 위기 이후 각 나라가 어떻게 경제와 사회를 재조직할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대신 이번 위기 이후 세계는 많은 것이 변할 것이라며, 네 가지를 제시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사회 재조직 대논쟁 있을 것"

우선, 이번 위기를 통해 신자유주의 신화가 깨졌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비효율적이고 시장은 효율적'이라며 무엇이든 자율과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신자유주의가 크게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을 비롯해 대만·뉴질랜드·덴마크 등의 사례를 들면서 "이번 위기는 잘 조직되고, 투명한 정부의 개입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줬다"고 그는 주장했다.

반면 영국·미국 등 자율과 시장을 중시하면서 정부 개입을 늦춘 나라들은 뒤늦게 극단적인 봉쇄조치를 취했지만, 막대한 인명피해와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는 것. 장 교수는 "이같은 경험은 향후 위기 이후 경제와 사회를 어떻게 재조직해야 하는가라는 논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는 국가의 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이 크게 바뀌리라는 것. 가장 보수적이고, 친 시장적인 미국의 트럼프 정부조차 미국의 수천만 국민에게 대대적인 재난 보조금을 지급하고, 영국은 6개월동안 수백만 명의 노동자 월급을 80%까지 보조해줬다는 것이다. 보수적인 재정 운영을 해온 독일 정부는 위기 관리를 위한 재정확대를 위해 정부 부채 한계를 정해 놓은 법까지 폐기했다. 장 교수는 "이처럼 과거에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정책들이 실행되고 있다"면서 "미국 공화당 정부는 그동안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주는 것을 거의 죄악시 했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인간 사회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이다. 그는 "자본주의, 특히 신자유주의 아래에서 노동의 가치와 사회적 공헌은 그들이 노동 시장에서 받는 보수에 비례한다는 것이 당연시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위기를 통해 전혀 보수를 받지 않는 가사 및 육아 노동, 의료(의사는 제외), 교육, 식자재 생산과 배달 등에서 이뤄져온 노동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이들 대부분은 임금이 그리 높지 않은 분야"라며 "그럼에도 이들이 행하는 노동이 우리 사회를 유지하고 재생산하는 데 얼마나 필수 불가결한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위기를 통해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공동 운명체라는 것을 재확인했다는 점이다. 그는 "미국처럼 복지가 잘 되어 있지 않고 건강권이 약한 나라에서 아파도 휴가를 낼 수 없는 하층 노동자나 플랫폼 노동자들이 어쩔 수 없이 매일 일을 하면서 코로나19가 확산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적었다. 결국 이번 위기를 통해 모든 사람이 안전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선진국에 대한 환상이 얼마나 근거 없는지 깨닫게 될 것"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책 <사다리 걷어차기>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책 <사다리 걷어차기>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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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교수는 이어 코로나19 위기는 각 나라의 경제·정치 질서뿐 아니라 국제 경제 질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영국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등은 과거 수 세기 동안 세계를 지배하면서, 자신들의 정치·경제시스템과 사회 제도 등이 세계 최고라며 여전히 막대한 영향을 끼쳐왔다"면서 "하지만 이들 국가들이 코로나 위기에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절절매면서 수많은 희생을 치르는 모습을 전 세계가 지켜봤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를 통해 개발도상국 사람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던 이 나라에 대한 환상이 얼마나 근거없고 허약한 것인가를 깨달았을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장 교수는 지난 2002년  <사다리 걷어차기(Kicking away the Ladder)>에서 당시 주류담론인 신자유주의 허상을 낱낱이 고발하면서 세계 정치경제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에 '경제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각종 정책과 제도가 실제로는 개발도상국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해롭다는 것이다. 특히 선진국들이 과거 자신들이 경제발전 할 때는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선진국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장 교수는 이 책으로 국내 학자로서는 처음으로 뮈르달 상(2003년)을 비롯해 레온티예프 상(2005년) 등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떠올랐다. 또 <사다리 걷어차기>는 영국에서 첫 출간 이후 전 세계 수십여개 나라에서 1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 출간되면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국내에서도 지난 2004년에 번역돼 소개됐으며, 이번에 다시 새롭게 본문에 대한 해설 등을 덧붙인 전면 개정판이 나왔다.           

사다리 걷어차기 - 앞선 나라는 따라잡고 뒤쫓는 나라는 따돌리던 선진국 경제 발전 신화 속에 감춰진 은밀한 역사

장하준 (지은이), 김희정 (옮긴이), 부키(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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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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