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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2015년 6월 8일자 1면에 실린 '최지성 제 꾀에 제 발목' 기사
 <메트로> 2015년 6월 8일자 1면에 실린 "최지성 제 꾀에 제 발목" 기사
ⓒ <메트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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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장충기(당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와 미전실 홍보팀은 (중략) 이 사건 합병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메트로신문 대표에게 소속 편집국장을 해고하지 아니하면 광고 및 협찬을 줄이거나 지원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압박하여 위 기사가 보도되지 못하도록 하였다."

<오마이뉴스>가 10일 단독 공개한 삼성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 공소장의 한 대목이다[관련기사 : [단독] 이재용 공소장 전문을 공개합니다(http://omn.kr/1ovbn)].

문제의 기사는 <메트로>가 2015년 6월 8일 1면에 보도한 '최지성 제 꾀에 제 발목'이라는 제목의 기사다.

공소장에 따르면, 2015년 6월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언론 대응에 나섰다. 당시 삼성그룹 언론 대응을 이끌었던 장충기 미전실 차장(사장)과 미전실 홍보팀은 합병 성사에 역효과를 야기할 우려가 있는 기사를 발견하면, 해당 언론사에 연락해 제목이나 내용을 삭제·수정하도록 했다.

공소장에서 그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된 것이 <메트로> 기사다. <오마이뉴스>는 당시 보도 내용을 확인했다. 강세준 당시 편집국장의 지시로, 삼성 출입기자인 조아무개 기자가 기사를 작성했다. '과잉충성 합병추진에 이재용 삼성 대관식 암초, 엘리엇 우호지분 25% 더 모아 반대땐 합병 무산'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대체 무슨 기사길래] 부제에 '이재용 삼성 대관식 암초' 

<메트로>는 당시 보도에서 합병 추진을 두고 "최(지성)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컨트롤타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율 확대에 집착한 나머지 기업의 미래가치와 시장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아래는 주요 보도 내용이다.
 
엘리엇이 이미 7.12%의 지분을 갖고 있는 만큼 25% 정도만 추가로 확보하면 합병 여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다. (중략) 사태가 조금만 더 심각하게 흐르면 최 부회장의 책임론까지 대두될 태세다. 삼성 비서실이 20년간 공들인 '이재용 회장 만들기' 작업이 마지막 단계에서 어그러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증폭되면서다.
 
삼성물산의 약점은 삼성측 우호지분율이 극도로 취약하다는 데 있다. 삼성SDI(7.39%)·삼성화재(4.79%)·이건희 삼성전자 회장(1.41%) 등을 합친 삼성측 우호지분은 13.99%에 불과하다. 9.98%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삼성편을 들어주더라도 합병 가결 요건인 3분의 2에는 턱없이 못미친다.

이렇게 상황이 전개된 데는 최지성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의 안일한 판단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이 높은 제일모직 중심으로 합병작업을 추진하다 보니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지나치게 불리하게 합병비율과 합병계약 시점을 잡았다는 지적이다.
 
[보도 후] 전경련에서 '사이비'로 콕 집어... 결국 회사 떠난 편집국장

강세준 전 편집국장은 11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통화에서 "보도가 나간 후, 당시 삼성 쪽에서 <메트로> 대표에게 편집국장인 저를 교체하라고 했지만 저는 교체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후 <메트로>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기사가 나간 직후인 2015년 7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광고주협회가 '2015 유사언론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가장 심한 사이비행위를 하는 매체로 <메트로>를 꼽았다. 같은 시기 <연합뉴스>, <매일경제> 등에는 사이비 언론을 퇴출해야 한다는 기획기사가 연재됐다. 결국 10월 대주주가 바뀌며 친기업 성향의 새 대표가 취임했고, 강세준 국장은 회사를 떠났다.

[삼성 광고와 언론보도] 4일 동안 36억 광고비 집행... 옹호 기사 쏟아져

검찰 공소장에는 삼성 광고와 언론보도의 관계가 눈에 띈다.

검찰은 "피고인 최치훈(당시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피고인 김신(당시 삼성물산 상사부문 대표이사), 피고인 이영호(당시 삼성물산 최고재무책임자)는 2015년 7월 13일부터 16일까지 4일 간에 걸쳐 약 36억 원 상당의 의결권 위임 관련 광고를 발주하기도 했다"면서 "이에 그 무렵부터 엘리엇을 비난하고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위한 분위기를 조장하는 취지 등의 기사들이 다수 보도되게 하였다"라고 밝혔다.

공소장에는 11개의 기사 제목이 언급됐다. <오마이뉴스>는 각 기사를 보도한 매체를 확인했다.
 
「투기자본의 기업경영 교란 막아야」 - <동아일보>
「헤지펀드 '먹잇감'된 한국기업 "일단 공격당하면 경영 올스톱"」 - <조선일보>
「대기업 특혜 논란에...포이즌필-차등 의결권 번번이 무산」 - <동아일보>
「"헤지펀드 방어책 미흡" 80%, 가장 시급한건 차등의결권」 - <동아일보>
「삼성물산 소액주주들 "엘리엇 먹튀 우려" 위임장 전달 늘어」 - <동아일보>
「국민연금 의결권, 외부에 맡기지 말고 스스로 결정해야」 - <동아일보>
「국가 경제냐, 株主 이익이냐...국민연금의 선택은」 - <조선일보>
「국민연금, 삼성물산 합병 백기사로 나서라」 - <중앙일보>
「"엘리엇은 투기성 먹튀 펀드" 75%, "국민연금이 백기사 해야" 54%」 - <조선일보>
「국민연금의 선택을 주목한다」 - <동아일보>
「국민연금 삼성물산 합병 찬성, 당연한 선택이다」 - <매일경제>
 
삼성은 여론을 어떻게 움직이나

삼성은 또한 경제계 저명인사 인터뷰를 통해 여론을 움직이려 했다. 삼성은 2015년 6월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에게 기고문을 전달했고, 노대래 전 위원장은 기고문 취지 대로 <동아일보>와 인터뷰했다.

삼성 출신인 황영기 당시 한국투자금융협회장은 장충기 차장의 요청으로 <연합뉴스>와 합병을 옹호하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역시 삼성 출신인 손병두 당시 한국선진화포럼 회장 역시 장충기 차장의 요청으로 같은 해 7월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옹호하는 토론회를 개최했고,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한편, 공소장에 담긴 범죄사실은 검찰이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기 위해 지금까지 수사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재판에 의해 확정된 사실은 아니다.

삼성 관계자는 <오마이뉴스>가 공개한 공소장 내용을 두고 "삼성의 입장은 변호인단이 지난 1일 발표한 '공소사실은 수사팀의 일방적 주장일 뿐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문에서 달라진 게 없다"라고 밝혔다.

태그:#이재용 공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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