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00년 이후 태풍의 영향으로 발생한 원전별 ‘사고·고장’ 빈도수
 2000년 이후 태풍의 영향으로 발생한 원전별 ‘사고·고장’ 빈도수
ⓒ 정대희

관련사진보기



태풍의 영향으로 2000년 이후 발생한 원자력발전소(원전)의 사고와 고장 건수는 총 15건으로 조사됐다. 원전별 '사고·고장' 건수는 부산 기장 고리원자력발전소(고리원전)가 10건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OPIS)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원전에서 발생한 '사고·고장'은 총 305건(2020년 7월 4일 기준)이며, 이 중 9건은 '태풍'의 영향이다. 하지만 이 통계자료는 지난 3일과 7일 연이어 발생한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의 영향으로 고리원전 6기(6건)가 정지한 것을 비롯해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월성원전)의 월성 2~3호기의 터빈 발전기가 정지한 사건(2건)을 제외한 수치다.

KINS에 따르면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멈춘 고리원전 6기의 '사고·고장'은 향후 OPIS의 통계에 포함되지만,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발생한 월성원전 사건은 관련 규정에 부합하지 않아 '사고·고장'에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태풍 '마이삭'으로 인한 '사고·고장' 사건까지 포함하면, 2000년 이후 발생한 원전 사고와 고장 건수 중 태풍의 영향은 모두 15건이다. 

KINS 관계자는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발생한 '월성 2~3호기 터빈 발전기 정지 사건'이 OPIS의 사건·고장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원자력 이용시설의 사고·고장 발생 시 보고·공개 규정'에서 정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제외됐다"라고 밝혔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에 기록된 2000년 이후 태풍의 영향으로 발생한 원전 '사고·고장' 사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에 기록된 2000년 이후 태풍의 영향으로 발생한 원전 "사고·고장" 사례.
ⓒ 정대희

관련사진보기


  
마이삭, 발생한 원전 '사고·고장' 중 가장 큰 피해 입혀

OPIS에 기록된 원전별 태풍의 영향은 다양하다. 지난 2003년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고리원전의 고리 1~4호기와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월성원전)의 월성 2호기 등 모두 5기의 원전이 가동을 멈췄다. 사건 원인은 송전선로 고장과 비산물이었다.

KINS의 사건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고리 1~2호기는 '현수애자에 침착되어 있던 염분이 태풍의 영향으로 애자의 절연을 파괴하면서 누설전류에 의한 아크가 발생되었고, 이에 전송선에 지락이 발상하여 거리 계전기가 작동'해 결국 원자로가 정지했다. 현수애자는 그릇을 겹겹이 쌓은 듯한 모양으로 고압선에 매달려 있는 절연 장치(애자)이며, 원자로는 핵반응을 발생시키는 장치다.

쉽게 말하면, 태풍의 영향으로 송전선의 절연 장치가 파괴되면서 전기 불꽃(아크)이 일어나 전송선이 누전(지락)돼 고장 구간의 전류를 차단하는 '거리 계전기'가 작동하면서 이로 인한 연쇄 작용으로 원자로가 멈추게 됐다는 것이다. 고리 3~4호기도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송전선로에 지락(누전)이 발생하면서 끝내 원자로가 멈췄다.

태풍 '매미'는 월성 2~3호기 원자로도 결국 정지시켰다. KISN의 사건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터빈 건물 옥상의 금속성 단열복합판넬이 손상돼 떨어져 나가면서 변합기측으로 날아가 누전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원자로가 멈추게 됐다.

2018년 태풍 '콩레이'는 경북 울진 한울원자력발전소(한울원전)에 영향을 끼쳐 한울 1~4호기에서 '방사선 백색 비상'이 발령했다. KINS의 사건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백색비상은 '10분 평균 풍속이 33m/s 이상'일 경우 발령된다. 하지만 이날 '실제 0분 평균 풍속은 최대 26.2m/s로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았다. 문제는 기상자료 DB 서버에 정보를 저장하는 프로그에 풍속정보가 잘못 전달된 것이다. 또한 풍속경보와 풍속경광등도 '10분 평균 대신 1분 평균풍속이 각 발전소에 전달'되는 등 오작동하면서 '방사선 백색 비상'이 발령됐다.

방사선 비상이란 원자력 시설에 사고가 발생해서 방사성 물질 및 방사선이 누출됐거나 누출될 위험이 예상되는 상황을 말한다. 방사선 비상은 그 심각성과 피해 예상 정도에 따라 '백색 비상<청색 비상<적색 비상'으로 구분한다. 백색 비상은 방사성 물질 누출의 영향이 원자력 시설 건물 내에 국한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다. 청색 비상은 방사성 물질 누출의 영향이 원자력 시설 부지 내, 적색 비상은 부지 밖까지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를 말한다.

지난 3일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마이삭'은 지금까지 발생한 원전의 '사고·고장' 중 가장 큰 피해를 입혔다. 고리원전 1~4호기와 신고리 1~2호기 등 총 6기가 태풍 '마이삭'의 영향을 받았다. 이에 따라 10일 기준, 고리원전에 있는 원전 6기 모두가 가동을 정지했다.

지난 7일 발생한 태풍 하이선도 월성 2~3호기의 터빈 발전기를 멈추게 한 뒤에 우리나라를 빠져나갔다.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에 의한 자세한 사건 발생원인은 현재 KINS가 조사 중이다. (관련 기사: 연이은 태풍에 원전 8호기 운영 '빨간불'..."대형 인명피해 발생 가능" http://omn.kr/1ou1f)

OPIS에 공개된 원전 사고·고장의 원인별 현황에 따르면, 태풍을 포함한 '외부 영향'은 전체 305건(2020년 7월 기준) 중 37건(12.1%)을 차지했다. 나머지는 계측결함 71건(23.3%)과 기계결함 70건(23%), 전기결함 68건(22.3%), 인적실수 52건(17%), 기타 7건(2.35%) 순이었다.

"고리원전, 태풍 길목에 건설... 심각한 독 될 것"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원자력 발전소. 고리원전은 1978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한국의 첫 번째 원전 고리1호기를 비롯해 6기의 원전이 가동중에 있다. 현재 건설되고 있는 신고리 원전이 모두 완공되는 2020년이면 이 일대의 원전은 10기로 불어난다.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원자력 발전소. 고리원전은 1978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한국의 첫 번째 원전 고리1호기를 비롯해 6기의 원전이 가동중에 있다. 현재 건설되고 있는 신고리 원전이 모두 완공되는 2020년이면 이 일대의 원전은 10기로 불어난다.
ⓒ 정민규

관련사진보기


  
왜 고리원전은 이렇게 태풍에 취약할까?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태풍의 길목에 건설"된 점에 주목했다.

이정윤 원전력안전과 미래 대표는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에 고리원전이 있어 사고와 고장이 빈도수가 높다"라며 "기후 위기에 원전은 취약한 에너지이다. 더 강력한 태풍이 우리나라에 온다면 원전은 심각한 피해를 일으키는 독이 될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이영경 에너지정의행동 국장도 "한빛원전은 원전 건물이 서쪽을, 월성원전은 동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과 달리 고리원전은 원전 건물이 남쪽을 향해 있어 (남에서 북으로 향하는) 태풍의 진행 방향과 같은 점도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원인"이라며 "이상 기후의 영향으로 원전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유형도 다양해졌다. 기후위기에 걸맞은 안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런 지적에 KINS 관계자는 "원전의 위치에 따라 바람과 강수가 다르고, 이에 따라 피해 유형도 다양하다"라며 "현재 사고 원인에 대해 조사 중이다. 정확한 것은 사고 조사가 나와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현재 모든 원전은 방사선비상계획에 따라 태풍과 지진 등 자연재해에 대한 대응책이 마련돼 있다"라며 "이번 태풍 '마이삭'으로 인한 사고 원인은 (고리원전) 발전소 내의 송수전선로(외부와 전기를 주고받는 송수전 관련 설비)에 염분이 닿아 결국 원자로가 멈춘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문제가 발생한 모든 장치에 케이스(덮개)를 씌울 예정이다"이라고 밝혔다.

태그:#고리원전, #월성원전, #원전사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