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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로 인해 노조 전임 활동 중 교사에서 해고된 전희영 경남지부장.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로 인해 노조 전임 활동 중 교사에서 해고된 전희영 경남지부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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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요 며칠 간 마음이 떨려서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지경이다. 

그때도 그랬다. 2016년 1월 21일,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취소 소송 2심이 있던 날, 너무도 추운 겨울이었다.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후 이에 대한 취소 소송을 내고, 두 번의 가처분 소송에서 이겼지만, 1심에서 패소했기에, 더군다나 박근혜 정권이 두 눈 시퍼렇게 살아 있는 때라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웠다. 

2심에서 패소하고 교육부 후속 조치가 본격화되면서 5월 말, 6월 초, 전국 34명의 교사가 목숨과 같은 교단에서 쫓겨나기 시작했다. 내가 교단에서 쫓겨난 2016년 6월 1일, 그날은 내 생일날이었다. 부모님으로부터 생명을 부여받았던 바로 그날, 나에게 생명과 같았던 참교단에서 쫓겨났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헌법적 권리, 노조할 권리, 그 노동조합의 전임을 한다는 이유로 34명의 교사가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렸다. 전교조 27살 생일을 고작 이틀 앞두고 전국의 수만의 조합원들은 동료가 해직되는 아픔을 함께 견뎌야 했던 아픈 나날들. 

천만 촛불 항쟁이 일어나고, 대통령이 탄핵되어 물러나는 것도 내 두 눈으로 보았다. 드디어 전교조가 법적 지위를 회복할 날도, 돌아가고 싶은 교단으로 갈 날도 멀지 않은 것 같았다. 남편은 나에게 "이제 학교로 돌아가면 바빠서 가기 힘들 테니, 혼자서 제주도 여행이라도 다녀오라"고 할 만큼, 법외노조 취소는 당연한 일이었다. 복직도 멀지 않은 일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 기다림은, 그 희망 고문은 한 달, 두 달, 1년을 지나, 벌써 4년째를 맞이하였다. 

그동안 투쟁이란 투쟁은 다 해본 것 같다. 봄여름가을겨울 상관없이 수백 일의 청와대 철야농성이 지속되고, 이어지는 단식, 수없이 많은 삭발에, 오체투지, 전국 수천 교사들의 상경 투쟁, 민주당 점거 농성, 청와대 민원제출, 대법원 탄원서 작성까지 우리 6만 조합원들은 안 해본 투쟁이 없는 투쟁전문가가 되었다. 법외노조 취소 서명만 도대체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 법외노조 취소 촉구 기자회견은 도대체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 

소리 내어 엉엉 울었다   
 
전교조 권정오 위원장과 조합원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법외노조 통보 취소 소송 상고심 승소 후 포옹을 하고 있다.
 전교조 권정오 위원장과 조합원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법외노조 통보 취소 소송 상고심 승소 후 포옹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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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3일 14시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지 2507일, 드디어 대법원으로부터 선고가 내려졌다. 결과는 "전교조 완승."

15분 만에 끝나는 이 선고를 듣기 위해, 우리는 그 기나긴 7년의 시간을 보내었던가. 모든 조합원이 교실에서 '만세'를 불렀다. 서로 얼싸안고 춤을 추었다. 그리고 모두 책상에 엎드려 엉엉 소리내 울었다. 

'법외노조 통보' 공문을 팩스로 받았던 전교조는, 2020년 9월 4일 17시, 대법 판결 후 단 하루 만에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외노조 통보 취소' 공문을 받았다.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종이 한 장,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를 회복하는 종이 한 장. 단 하루 만에 보낼 수 있는 이 취소 통보 종이 한 장을 받기 위해, 우리는 그 기나긴 7년의 시간을 보내었던가. 

목숨 같은 교단에서 쫓겨나면서까지 지키고 싶었던 전교조는 법외노조가 된 지 2508일 만에 법적인 지위를 회복하면서 '법외노조 타이머'가 멈추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만나지 못한 채 여전히 길거리 교사로 살아가고 있는 시간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가고 있다. 해직 교사들에게 이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가 저지른 국가폭력에 대하여 아무리 사과를 하고 피해 보상을 한들, 해직 교사들의 교직 생애 잃어버린 5년은 결코 되돌려놓을 수 없다. 그래도 일단 좋다. 내 사랑 전교조가 법적 지위를 다시금 찾아서. 그리고 꿈에서라도 가고 싶은 교단으로 다시금 갈 수 있게 될 것 같아서.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전교조 경남지부장입니다.


태그:#전교조, #참교육, #법외노조, #대법판결, #해직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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