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태일 3법 입법발의 대표자 기자회견
 전태일 3법 입법발의 대표자 기자회견
ⓒ 김용균재단

관련사진보기

 
요즘같이 사람 만나는 것이 기쁘고 두려운 적도 없습니다. 내가 조심해도 다른 사람의 부주의로 코로나19에 감염될 수도 있고, 위생과 안전을 말할 수 없는 일터에서 일해야 해서 출근하다 보니 감염될 수도 있습니다. 내가 감염자가 되어 다른 이들을 감염시킬 수도 있습니다. 자유롭게 사람들과 악수하고 차 마시고 놀던 그때가 언제였나 싶을 지경입니다.

이제는 마스크 없이 다니는 사람을 보는 것도 불편하고, 마스크를 끼지 않는 것 때문에 다툼이 생기는 것도 불편합니다. 코로나19가 세계를 위기에 빠트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 위기를 잘 이겨내고 싶었습니다. 아니 이겨내려고 여전히 노력 중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위기'가 무엇인지 한국사회의 구성원들이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되는 요즘입니다.

넘어야 할 위기가 서로 다른 사회

이래죽으나 저래죽으나 똑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뉴딜정책을 주무로 하는 이들은 코로나와 경제 위기가 노동력을 심각하게 위협하여 자본주의 체제가 위험하다고 말하면서도 재난극복은 기업 살리기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생존의 위기, 권리의 위기에 빠진 노동자들은 노동청 앞에, 국회 앞에, 사업장 문 앞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대법원판결을 받고도 왼쪽 바퀴 정규직-오른쪽 바퀴 비정규직 신분이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28년 만에 개정된 산안법은 20만 명 중 한 자리수의 대리운전노동자만이 가입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어렵다고 하면서 정부지원금조차 신청하지 않고 노동자들을 잘라버리는 아시아나KO 노동자들 이전에도 이미 악소리를 못 내고 해고당한 160만 명의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일하는 노동자에 의해 이윤이 남는 것인데 미리 이익을 떼어 놓고 절반의 임금과 위험성을 떠넘겨 운영하는 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기업들은 이런 노동자들에게 '안전'을 꿈도 꾸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세월호참사를 보며 2018년 김용균의 사고를 보며 생존과 안전이, 권리와 생명이 하나만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됐습니다. 

생존을 위해, 고용을 위해 싸우지만 그것은 곧 우리의 노동 안전을 위해 싸우는 것입니다. 노동자들의 노동 안전은 시민들의 생활안전과 직결됩니다.

태안화력발전소의 발암물질을 보면서 알게 됐습니다. 공장 담벼락이 발암물질을 공장 안에만 가두지는 않습니다. 삼성전자의 불산누출을 보며 생각합니다.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만 급급할 뿐 지역주민들의 건강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보면서 느낍니다. 연구자도 제조자도 판매자도 승인자도 모두 다 책임이 없다고 하면 결국 내 손으로 내 목을 조른 겁니까?

잘못을 저지르고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이 사회가 위기입니다. 우린 지금 그 위기를 함께 넘어가야 합니다.

9월 9일에 한 번 넘어봅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근로기준법과 노조법개정을 위해 10만 명의 힘을 모으면 가능합니다. 대회 장소로 몰려드는 동지들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설렘과 조바심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매일 점검하고 독려하고 있다는 걸 알지만, 기세를 올려 서로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집결하는 것도 소중합니다. 노동조합들이 9월 9일에 총력 집중해 10만 명의 청원인을 달성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있는 공공운수노조도 모든 조합원에게 문자를 보내고 실천단이 발로 뛸 것입니다.

12월 10일, 고 김용균 노동자의 2주기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바치고 싶습니다. 김용균에게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과 만납시다"라는 피켓을 들자고 했던 동료들이 있습니다. 그 동료들은 어머니에게 "내가 김용균이다"라고 약속했습니다.

분노한 우리들은 형식적인 대리 조문을 쫓아냈고, 법 통과를 가로막는 의원이 누구인지를 감시했으며, 원하청 관리자들은 죽음의 근처에도 오지 못하게 하며 싸웠습니다. 죽임의 원인은 비정규직 제도에 있었으며 죽음의 사슬은 끊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김용균의 어머니가 살고, 동료들이 죽지 않기 위해서는 죽음을 이용하는 자들에게는 자신들도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합니다. 함께 싸워주셨던 분들이 10만의 국민동의청원운동을 만들어주십시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완성할 때까지 동료들도 싸우겠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홍보물입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홍보물입니다.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링크 : http://bit.ly/전태일3법_중대재해기업처벌법


태그:#김용균재단,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민동의청원, #9월 9일, #전태일3법
댓글3

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