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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아파트.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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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는 영끌해서 집을 산다고 하는데 20대는 어떨까? 국회입법조사처가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를 사려면 12년이 걸린단다. 이것도 연봉이 6000만 원인 사람의 이야기다.

이 글을 쓰는 우리는 취업준비생인 25살과 27살 청년이다. 20대가 집을 사려면 얼마나 더 벌어야 할까? 다 큰 진돗개까지 다섯 식구가 모여 사는 작은 집, 그렇다고 자식 같은 반려견을 내보낼 수는 없다! 아마 우리 부모님은 나를 내보내고 싶을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가 당장 집을 살 순 없다. 다만, 미래의 터전으로 어떤 집을 구할 수 있을지, 미리 가늠해볼 순 있다. 이왕 마음먹고 알아보는 거, 아파트로 알아보기로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파트 매매가 상승이 너무나 부러웠기 때문이다.

필자 중 한 명의 집은 빌라다. 처음 샀을 때 가격은 8000만 원이었다. 지금은 2억이 채 되지 않는다. 반면 이 빌라 앞의 아파트는 2006년에 2억5000만 원 정도였던 것이 14년이 흐른 지금은 최소 6억에서 최대 6억 4000만 원에 팔린다. 빌라 집 주인이 1억을 버는 사이, 아파트는 4억이 올랐다. 빌라든 아파트든 빚을 내고 집을 사는 건 똑같으니 조금이라도 더 오르는 곳에 투자하고 싶다는 욕망을 부정할 순 없었다. 

그래서 은행에 가봤습니다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방법엔 뭐가 있을까. 우리 기준에선 크게 저축, 대출, 부모님 도움 세 가지가 있을 것이다. 부모님 집에 얹혀살면서 최대한 안 먹고 안 쓰며 모아볼까. 월급을 적어도 200만 원 이상 받을 수 있다고 가정해봤다. 2020년을 기준으로 보건복지부가 정한 최저 생계비 50만4344원을 빼면, 한 달에 적어도 150만 원씩 1년에 약 1500만 원가량 저금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30년을 살면 4억 5000만 원을 모을 수 있다. 30년 후에도 지금 속도로 집값이 오른다면? 치솟는 아파트값 앞에서 4억 5000만 원은 별 의미 없는 돈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계산식도 부모님 집에서 얹혀 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월세조차 비싼 서울에 산다면, 월급에서 월세가 50만 원가량 다달이 빠져나갈 테니까 말이다.

처음부터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부모님께 "아파트 사려는데 돈 좀 빌려달라"고 말하는 거다. 아마 우리는 손에 커다란 가방 두 개를 들고 비밀번호가 바뀐 현관문 밖에 서 있어야 하겠지. 그러니 쫓겨나지 않으려면 은행으로 가야 한다. 우린 지인의 소개로 은행원 A씨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저희 같은 사람도 주택담보대출로 집을 살 수 있을까요?"

우리의 질문에 은행원 A씨는 웃으며 말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몇 달 전에 신용대출을 미리 받는 사람이 많아요." 우린 놀랐다. "그럼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합쳐서 집을 사는 건가요?" 은행원 A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안타깝다는 듯 덧붙였다. 

"원래는 안 되는 건데, 이렇게들 많이 해요. 주택담보대출만으로 집 사는 건 어렵거든요. 어차피 정부는 신용대출로 받은 금액을 어디에 쓰는지 모르고, 은행은 대출해 주는 게 이득이거든요."

영끌은 영혼이 아니라 신용대출을 끌어당긴다는 뜻이었을까. 이것도 미취업자 20대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다. 은행원 A씨는 "변호사 같은 전문직 아니면, 요즘 일반적인 청년이 집을 사긴 힘들어요. 부모의 도움이 없으면 솔직히 아무리 대기업 다녀도 못 산다고 봐야 해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대기업도 내 집 마련이 어렵다니, 취업만 하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우리의 불가능한 꿈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8억 8621만 원이라고 한다. 우리는 겁도 없이 A씨에게 물었다. "서울에 8억대 아파트로 주택담보대출 받으려면 한도가 얼마나 나와요?" A씨는 못 말리겠단 표정으로 인터넷 부동산 계산기 사이트에서 조건을 알아봐주었다. 주택 담보 대출의 한도는 3억 5448만 원이었다. 그것도 최소 연봉 4800만 원을 받아야 가능하다.

보통 연봉 4800만 원은 과장 이상을 달아야 받을 수 있는 연봉이다. 잡코리아 등에 따르면, 과장 직급의 평균 연봉은 4200만 원이다. 일반적으로, 과장을 달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린다. 주택담보로 3억 5448만 원을 다 대출 받았다고 해도 5억 3173만 원이 남는다. 연봉 48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신용대출로 받을 수 있는 돈은 잘 나와야 6000만 원이라고 했다. 나머지는 우리가 구해야 한다. 저축으로 4억 7173만 원을 10년 안에 마련할 수 있을까?

신용대출이라도 더 받으려면 신용등급을 올려야 한다. 대출 이자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거래 실적도 없고 저임금을 받게 될 우리는 이자를 더 많이 내야 한다. 꼬박꼬박 이자 낼 생각까지 하니 숨이 턱 막혔다. 신용이 낮고 연봉이 낮은 사람일수록 이자를 덜 내야 하는 거 아닌가? "은행은 자선단체가 아니니까요." A씨가 말했다. 

"공무원도 중소기업 정도의 대출이 가능하지만, 금리는 훨씬 낮아요. 공무원의 안정적인 수입과 삼성같은 메이저 대기업의 높은 연봉을 고려하면 결국 이들의 대출 한도가 제일 높을 수밖에 없거든요."

A씨와 대화하면서 우리는 아파트를 사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당연히, 우리가 당장 아파트를 사려고 은행원에게 질문을 쏟아낸 건 아니다. 실제 주택 구매를 고려한다면, 더 다양한 선택지는 있을 수 있다. 다만, 우리는 이 과정을 통해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 가격이 평범한 사람들의 소득이나 경제 상황과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 설명하고 싶었다.   

물론, 청약 통장이나 생애최초주택자금대출, 청년주거대출 등 다양한 제도가 존재하지만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청약은 당첨이 돼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생애최초주택자금대출이나 청년주거대출 등을 따져보면,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주거 문제는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인 걸까.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주거 안정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정부가 소득이 낮은 사람들을 위한 주거 대책을 먼저 세우고 예산을 쓰는 걸 피부로 느끼는 날은 언제 올까? 머리 아픈 계산법 없이, 사랑하는 사람과 평온한 터전에서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태그:#서울, #아파트, #주거,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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