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계속되는 의료계 집단행동 대한의사협회 주도 집단휴진 셋째 날인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엑스레이 촬영실 앞으로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
▲ 계속되는 의료계 집단행동 대한의사협회 주도 집단휴진 셋째 날인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엑스레이 촬영실 앞으로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기사 수정 : 28일 오후 4시 21분]   

"우리는 죽고 사는 문제인데... 가족 중에 암 환자가 있다고 생각하면, 의사들이 이렇게 집단휴진 못 할 걸요?"

대한의사협회(아래 의협)가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 정책에 반발해 이틀째 집단휴진(파업)을 이어간 27일, A씨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정기검진 받으러 병원에 들렀던 아이가 7월 초, 다시 입원했다. 소아급성림프구성백혈병이 재발했다. 항암을 시작해야 했다. 일단 아이의 몸에 잘 맞는지, 부작용은 덜한지, 아이는 잘 견딜 수 있는지 보며 새로운 항암약을 테스트하기로 했다. 27일은 이 테스트의 마지막 날이었다. 이 약이 아이와 맞기를, 열두 살 아이의 몸에 생긴 악성종양을 없앨 수 있기를 A씨는 간절히 바랐다.

기다림이 시작됐다. 일주일 동안 아이 몸의 변화를 살펴야 한다. 묻고 싶은 것도 많지만, 물을 사람이 없었다. 병실 앞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었던 전공의·전임의가 사라졌다. A씨는 2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병원이 텅텅 비어있는 거 같다"라고 말했다.

"전공의·주치의 선생님 모두 보이지 않더라고요. 집단 휴진 때문이었죠. 아직은 담당 교수님이 매일 회진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건 하루에 10분도 채 되지 않아요.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거나 응급상황이 생길 때 물어볼 사람이 없는 거죠. 문제는 일주일 후예요. 새로운 항암을 시작하면,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거예요. 고용량이 들어가면 새벽에 열이 날 수도 있고 그때는 응급처치가 들어가야해요. 그런데 이렇게 아무도 없으면... 우리 애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A씨는 "그래도 우리는 운이 좋은 편이라 생각한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의사들의 집단휴진으로 당장 입원이 어려운 환자도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아암환우 부모들이 모여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전공의 파업으로 입원을 못 하고 있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28일 <오마이뉴스>와 통화한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아암환후모임 회장 역시 비슷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어제부터 소아암환우 부모님들에게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면서 "병원마다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입원이 어려워 항암 일정이 미뤄진 아이들이 있더라"라고 말했다.
 
최대집 의협회장 기자회견 마치고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보건복지부의 업무개시명령 위반 전공의에 대한 고발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청장과의 면담 등을 요청하고 있다..
▲ 최대집 의협회장 기자회견 마치고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보건복지부의 업무개시명령 위반 전공의에 대한 고발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청장과의 면담 등을 요청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정부와 의협의 대치가 길어질수록 마음을 졸이는 건 A씨와 같은 환자와 환자가족이다. 이날 심장마비로 쓰러진 30대 남성이 의료진 부족으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집단휴진의 여파가 하나둘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의사들의 집단휴진은 좀처럼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31일부터는 서울대병원 내과 진료가 축소된다. 전임의·전공의 파업으로 업무가 가중되면서 실시된 조치다. 서울대병원은 28일 입장문을 통해 "서울대병원 내과가 오는 31일 이후 1주일간 연기가 가능한 외래와 시술 등의 진료를 축소하고 입원환자 진료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씨는 "우리에게 치료는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우리 아이도 의사가 없어 항암 일정에 변동이 생길까봐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선생님들이 꼭 지금 휴진 해야 했는지 묻고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로 환자가 늘어나고 기존 입원환자들마저 조심스러운 시기, 집단휴진 외의 다른 선택지는 없었냐는 토로다.

하지만 28일 현재까지도 정부와 의협은 강대강으로 맞붙고 있다. 정부는 이날 무기한 집단 휴진에 들어간 전공의·전임의에 대한 업무개시 명령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코로나19와 효과적인 감염병 진료체계를 가동하기 위해 취해진 조치다. 정부는 업무개시 명령에 따르지 않은 전공의 10명을 고발하기로 한 상태다.

의협은 물러서지 않았다. 의협은 '무기한 총파업'까지 언급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전공의·전임의·개원의 중 단 한 사람의 회원이라도 손해를 입을 시 ▲ 13만 전 의사 무기한 총파업 돌입 ▲ 행정처분, 형사 고발당한 회원 전폭적 법률 지원 ▲ 전공의, 전임의 중 형사 고발당한 회원들의 경우 경찰 또는 검찰 조사 시 회장 동행을 하겠다고 못 박았다.

이어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직권 남용으로 보건복지부 장관 고발을 검토하겠다"라고 맞섰다. "정부의 고발이 전공의들의 복귀를 어렵게 한다"라면서 최 회장은 "이렇게되면 13만 의사들이 반발하며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힘을 줬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아래 대전협)은 지난 21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으며 27일 휴진율은 68.8%에 달했다. 대전협에 따르면 76% 상당의 전공의가 사직 의사를 표시했고, 실제 27일 신촌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소속 전공의 29명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을 지키려 의사가 된 거 아닌가요. 물론 돈을 많이 벌려고 의사가 되겠다는 사람도 있었겠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잖아요. 지금 집단휴진은 밥그릇 싸움으로밖에 안 보여요. 돈과 이익 때문에 생명을 담보로 싸우고 있는 거 같아요.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은 당장 1, 2분이 급한데 선생님들은 너무 태연하게 대처하는 거 같아요. 선생님들 가족 중에 환자가 있어도 이렇게 집단휴진을 할 수 있었을까요."

A씨의 목소리가 다시 가늘게 떨렸다.

댓글2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