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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장보기 메인 화면. 네이버와 제휴를 맺은 6곳의 페이지가 각각 안내돼 있다.
 네이버 장보기 메인 화면. 네이버와 제휴를 맺은 6곳의 페이지가 각각 안내돼 있다.
ⓒ 네이버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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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를 집어삼킬 쇼핑 공룡의 등장'

네이버가 야심차게 내놓은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 '네이버 장보기'가 지난 20일 시장에 첫선을 보이자 수많은 언론은 네이버가 온라인 유통업계를 집어삼킬지 모른다며 우려 섞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4000만 회원이 하루에도 수차례 웹사이트를 오가는 등 명실상부 국내 1위 포털사이트인 네이버가 웹사이트 접근성과 검색 지배력을 앞세워 온라인 장보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서 패권을 쥐고 있는 쿠팡(로켓프레시)·컬리(마켓컬리)·신세계(SSG닷컴)도 바짝 긴강하는 분위기다. 

네이버 장보기의 강점은 접근성 측면만 있는 게 아니다. 네이버는 자체 간편결제시스템인 네이버페이 또한 갖추고 있다. 여섯 자리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사전에 등록해둔 카드를 통해 순식간에 결제가 이뤄진다. 네이버페이의 회원 수만 지난해 8월 기준 3000만명에 이른다. 온라인 유통업에서 핵심 요소 중 하나인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 만큼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의 비교 우위는 뚜렷하다. 

하지만 후발 사업자인 네이버가 고전할 수도 있다. 아무리 접근성이 좋고 결제가 간편하다 하더라도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서 소비자를 '록인(Lock-In, 자물쇠 효과)' 할 만큼 매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낙오되기 쉽다.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이용 만족도에 따라 타 플랫폼으로 쉽게 옮겨가기도 옮겨오기도 한다. 결국 사업의 성패는 '단골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린 셈. 

게다가 이미 쿠팡은 빠른 배송과 직매입한 공산품으로, 컬리는 새벽 배송과 높은 품질로, 신세계는 많은 품목과 PB상품(자체 개발 상품) 등으로 개성을 뽐내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리 네이버라고 해도 만만치 않은 경쟁 상대임에 틀림없다. 쿠팡·컬리·신세계 등 3강이 점령한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 뛰어든 신규 서비스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25일 네이버 장보기를 통해 직접 상품을 사봤다.

장점 뚜렷한 네이버 입점 업체들

네이버는 홈플러스·GS프레시몰·농협하나로마트·현대백화점식품관 등 지금까지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서는 영향력이 미미했던 군소 오프라인 유통업체들과 손을 잡았다.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에 들어온 유통업체들의 특징도 뚜렷했다. '다품목'을 자랑하는 홈플러스에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GS프레시몰·농협하나로마트, 고가격·고품질의 현대백화점식품관까지. 그야말로 쿠팡·컬리·신세계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총망라했다. 입점한 업체들의 장점을 합쳐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여기에 네이버 서비스만의 야심작인 '동네시장 장보기'도 포함돼 있다. 화곡본동시장·수유재래시장·암사종합시장 등 전통시장 세 곳과 제휴를 맺고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수도권 일부 지역에 한해 2시간 이내 혹은 당일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코로나19로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직접 물건을 사보니 네이버 장보기가 노린, 입점 업체들 간의 시너지 효과가 미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이버의 역할이 소비자와 전자상거래몰을 연결해 주는 데 그쳐 6개 입점 업체 간 통합 서비스 제공이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소비자와 전자상거래몰 간의 거래를 중개하는 통신판매중개업자 신분이다. 경쟁자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쿠팡·신세계는 중개자 역할에 더해 효율적인 상품 관리와 빠른 배송을 위해 직매입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제조업자로부터 물건을 직접 사들였다가 소비자로부터 주문이 들어오면 배송하는 식이다. 컬리는 중개 없이 전 상품을 직매입하고 있다. 그만큼 관리 감독의 수준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네이버는 제휴를 맺은 6곳을 네이버 장보기 카테고리 안에 넣고 이를 관리하는 역할만 맡고 있다. 이름은 네이버 장보기인데도 정작 네이버는 잘 드러나지 않는 셈. '주도자'의 색깔이 미약하다보니 입점한 6곳의 통일성마저 떨어져 보였다.

물론 겉보기에 최소한의 일관성은 유지하고 있었다. 사이트의 상품 정렬 기준이나 행사 상품 표시 방식은 모두 같았다. 네이버 장보기 내 홈플러스, GS프레시몰 페이지는 쌀/잡곡·과자·과일/견과 같은 총 20가지 카테고리로 상품을 구분하고 있었다. 행사 상품 역시 '전단 상품'이나 '단독상품'이라고 적힌 아이콘을 사진 위에 붙여 표시했다.

제품군 다양하지만 가격은 '혼란'
 
 네이버 장보기 내에서 ㅋ 커피를 검색해본 결과. 같은 상품이 GS프레시몰에서는 2100원, 홈플러스에서는 259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네이버 장보기 내에서 "ㅋ 커피"를 검색해본 결과. 같은 상품이 GS프레시몰에서는 2100원, 홈플러스에서는 259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 네이버 장보기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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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중요한 상품의 가격은 사이트마다 달랐다. '초록 창의 강자' 네이버답게 네이버 장보기 사이트 내 통합 검색창이 있어 'ㅋ 커피' 상품을 검색해봤다. 같은 제품이 GS프레시몰에서는 2100원, 홈플러스에서는 259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네이버 장보기 사이트에 입점한 두 업체가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거기까진 괜찮았다. 어떤 가격으로든 자유롭게 상품을 사고팔 수 있는 '오픈마켓' 형태는 다른 플랫폼 사업자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니 말이다. 게다가 소비자 입장에선 더 다양한 제품을 보다 합리적인 소비할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사이트 왼편에 있던 네이버 쇼핑 전체 검색창 검색 결과, 11번가에서는 같은 상품이 그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다. 네이버 장보기에 올라온 제품이 각 업체의 자체 온라인몰에서는 오히려 더 낮은 가격에 팔리고 있기까지 했다. 일례로 네이버 장보기 사이트 내 홈플러스 페이지에서 1만7990원인 수박은 홈플러스 인터넷쇼핑몰에서 카드 할인가로 1만499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자사 몰에만 있는 상품들도 있었다. GS프레시몰이 진행하는 특가 이벤트 '오핫' 상품들은 아예 네이버 장보기 사이트 내에는 없었다. 결국 최저가를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 입장에서 굳이 네이버 장보기를 이용해야 할 이유는 없는 셈이다.

지역 배송은 차별화했지만...

배송에서는 상당한 이점이 있어 보였다. 우선 신선식품을 배송하는 GS프레시몰을 이용하면 전날 주문한 상품을 새벽 시간대에 받아볼 수 있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대부분 익일 배달 서비스를 제공했다. 특히 홈플러스를 이용할 경우 수도권에서뿐 아니라 지역에서도 익일 배송을 받아볼 수 있다. 상품을 주문하면 배달 주소 근처 홈플러스에서 상품이 직접 배달되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경쟁업체와 분명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배송을 받아볼 수 있는 시간대도 정할 수 있었다. GS 프레시몰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홈플러스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각각 6개의 시간대를 구분해두고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농협하나로마트만 하루 한 번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배송하고 있었다. 이밖에 지역 전통시장 배달 서비스인 '동네시장'이나 백화점식품관은 주문 당일 배송을 해준다.
 
 네이버 장보기에서는 입점 업체간 '통합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네이버 장보기에서는 입점 업체간 "통합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 네이버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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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입점 업체간 통합 배송 서비스가 없다는 점이다. 네이버 장보기 내 홈플러스 페이지에서 1만원, 농협하나로마트 페이지에서 3만원어치를 각각 사도 '통합'이 안된다. 업체가 정한 기준에 미달하면 각각 따로 배송비를 내야 한다. 일반적으로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무료배송을 위한 최소 배송 금액을 3~4만원으로 정해두고 있다. 네이버 장보기에 입점한 업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홈플러스·농협하나로마트는 4만원, GS 프레시몰은 3만원 등이다.

결국 이날 쇼핑을 하면서 배송비를 절약하기 위해 각 업체 페이지마다 하나씩 담았던 상품들을 뺀 뒤 홈플러스 페이지에 몰아 담았다. 그리고 배송 시간을 오전 11시~오후 2시 사이로 예약했다. 간편결제의 강자 네이버답게 결제는 간편했다. 그동안 모아왔던 1만원 상당의 네이버 포인트를 사용했다.

분명 결제의 편의성만 생각한다면 네이버 장보기의 이점도 커보일 듯했다. 하지만 마켓컬리 결제 페이지에 초록색으로 부각된 네이버 페이 로고를 보고 있자니 그런 생각마저 무색해졌다.

네이버 측 "차별화 포인트는 동네시장 장보기"

네이버 측은 서비스 초기 미비점들은 지속적으로 보완해 가겠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26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업체별 쇼핑몰과 네이버 장보기 내 가격이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는 이제 막 시작단계"라며 "이용상 불편한 게 있으면 개선해 나가는 게 플랫폼 사업자의 숙명"이라고 밝혔다.  

네이버 측은 특히 '동네시장 장보기'를 차별화된 서비스로 부각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타 경쟁 업체들은 전통 시장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네이버만이 갖고 있는 차별화 포인트"라며 "실제로 시장 상인분들도 주문이 많이 들어와 매출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네이버 장보기를 통해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마트나 백화점 상품을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다"라며 "네이버페이를 이용할 경우 구매 금액의 3%를 포인트로 적립해 주는 것도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중개 역할에서 벗어나 직매입 등을 통해 서비스 제공 가능성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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