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성향 '태극기 집회'를 이끄는 전광훈 목사와 관련한 집단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여당은 "미래통합당이 (전 목사가 주도한) 8.15 집회를 사실상 방조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합당은 "전광훈 목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 함께한 적도 없다"라며 관계 청산에 나선 모양새다. 
 

큰사진보기
▲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민주당 "전광훈, 법적책임 져야... 통합당, 당원들에 집회 불참석 지침 안 내려"

18일 김태년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전광훈 목사는 방역을 방해하고 코로나19를 확산시킨 법적·도덕적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며 "반사회적 위법행위는 결코 종교적 자유의 이름으로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최근 자신이 담임목사로 있는 사랑제일교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자가격리대상이 됐지만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 마스크를 벗고 "나는 이렇게 멀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마저 확진판정을 받는 등 사랑제일교회 관련 감염은 18일 기준 전국 438명(서울시 발표)에 달한다.

김 원내대표는 통합당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그는 "이미 서울시가 방역을 위해 집회 금지조치를 발표했는데도 통합당 홍문표 의원 등 전·현직 의원이 집회에 참석했고, 통합당은 당원에게 집회에 참석말라는 어떤 지침도 내리지 않았다"며 "8.15 집회 강행을 사실상 방조했다.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했다. 그런데도 "통합당 전·현직 의원들은 전광훈 목사를 두둔하고 정부 비난에만 열을 올리는 데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책임 있는 공당이라면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전 목사를 대변하는 정치인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관석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역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합당 소속) 홍문표 의원과 민경욱·김진태 전 의원, 유정복 전 인천시장이 집회에 참여했다"며 "통합당의 이런 행위는 명백히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통합당 차원의 대국민 사과가 있어야 하고, 재발방지도 약속해야 한다"며 "통합당은 광화문 집회 같은 (코로나19) 재확산을 함께 방지할 것인지, 아니면 무분별한 집회를 계속 방치하고 참여할 것인지 명확히 밝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통합당 "전광훈과 아무 관계 없다"... "박원순 장례 참석한 이해찬은?"
 

큰사진보기
▲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사진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낸 논평에서 "미래통합당은 전광훈 목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며 "또 함께 한 적도 없다. 말이 안되는 걸 굳이 엮으려고 애쓰시는 게 안쓰러워 보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대변인은 "주말에 (광화문광장에) 모인 많은 국민들은 정부여당에 호소하러 간 것이지 전광훈 목사를 보러 간 게 아니다"라며 "지금 정치는 국민들의 안전에만 집중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을 위해, 정쟁의 욕구를 내려놓으라"고 촉구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전화 인터뷰에서 "방역 측면에서 보면 광화문 집회는 잘못됐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면서도 "감염 위험과 폭우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정권을 비판한 메시지는 달리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전 목사가 지난 4월 석방 요건이었던 집회 참가 금지 등을 어겼다며 보석취소를 청구한 것을 두고도 "전광훈 목사도 확진 판정이 났으니 수감되는 것이 맞는지, 병원에 격리하는 것이 맞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당 김기현 의원도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전광훈 목사가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이라면서도 "왜 통합당에게 책임을 지라고 그러느냐? 코로나19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그렇게 코로나가 만연하고 있던 때 박원순 전 시장의 특별시장(葬)을, 수만 명을 운집시켜서 했던 것은 책임을 왜 안 묻냐"며 "그럴 거면 장례식에 참석한 이해찬 대표부터 책임을 묻고, 서정협 서울시장 직무대행을 구속시키는 게 올바른 것 아니냐"고 역공했다. 

김 의원은 "수만 명을 운집시켜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장례를 치렀다고 했지만, 실제 지난 7월 13일 영결식은 유족과 시·도지사, 민주당 지도부, 서울시 간부, 시민사회 대표자 등 제한된 인원만 참석한 상태에서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3일간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 2만여 명이 방문했지만 서울시가 마스크 착용, 발열체크, 손소독을 실시하고 조문객 성명과 연락처 등을 받아뒀다. 
 

큰사진보기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사택을 나와 성북보건소 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또 통합당은 자유한국당 시절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반정부 집회에 전국의 당원들을 동원하고 황교안 당시 대표와 전 목사는 연단에 나란히 올라 집회를 이끌기도 했다. '박근혜 구출'이라는 명분과 전 목사 지지세력을 장외투쟁의 동력으로 삼은 이후로 전 목사 지지세력은 여전히 통합당 지지율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걸로 평가된다. 일부이긴 하지만 통합당 전·현직 의원들이 15일 집회장소에 모습을 나타낸 것도 이런 이유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전광훈 발 코로나 19 재확산' 상황이 되자 통합당이 관계 청산을 선언한 것이다. 

한편,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찮은 모습에 정치권도 긴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18일 원내회의도 참석자와 취재진 수를 제한한 채 진행했고, 같은 날 오후 열릴 예정이었던 의원총회는 온라인 회의로 전환했다. 이날부터 8월 임시국회가 열리는 국회도 회의장 출입 인원을 관리하고, 기자회견실 좌석을 50%가량 축소하는 등 코로나19 방역조치를 강화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