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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현장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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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부모의 양육 책임이라는 거야?" 

최근 막을 내린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첫 회를 보며 던진 혼잣말은 회차가 늘어 갈수록 "이 드라마 괜찮은데"로 바뀌었다. 받아 적고 싶은 대사와 인상 깊은 장면이 많은 드라마였다.

'어라' 하는 사이 이미 '장애의 세계'에 들어와 있었고, 이해하려 용쓰는 사이 '장애'란 용어가 내 삶의 가장 큰 화두가 되어 있었다. 원래 '장애의 세계'는 그렇게 예고 없이, 경고 없이 들어 닥치는 경우가 많아서 인생 격정의 서사들이 탄생하곤 한다. 발달 장애를 지닌 아이와 평생 웃고 울며, 행복하다 불행하다를 반복하며 살아가야 할 팔자니, 호주에 살면서도 이런 드라마는 어쩔 수 없이 자석처럼 끌어당긴다.

예전에 미국드라마 중 <모던 패밀리>를 보고 참신하다 생각했다. 성소수자 커플이 베트남에서 입양한 아이를 키우는 장면들은 생경하면서도 반가웠다. 비정상적이라 여겨지는 가족의 일상을 유쾌하게 보여줘서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라는 메시지를 남겨준 드라마였다. <모던 패밀리>가 처음 나온 2009년은 한국에 성소수자들의 존재, 정체성이 지금처럼 활발하게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은 시대였으니, 그때 느꼈던 신선한 충격은 실로 컸다.

<모던 패밀리>가 성소수자, 입양, 국적이 다른 주인공들 간의 재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현대 가족의 모습을 다뤘다면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다양한 '장애'를 지닌 존재들을 조명했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사랑을 거부하던 강태(김수현 분)와 타고난 결함으로 사랑의 온기를 모르고 살아가던 문영(서예지 분)의 역할 못지않게 자폐성 장애(ASD, Autism Spectrum Disorder)를 지닌 상태(오정세 분) 역에 상당한 비중과 역할을 부여했다.
  
양날의 칼 지닌 <사이코지만 괜찮아>, 그럼에도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현장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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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의 세계는 두렵고 암울하고 어둡다.'
  
나도 이 세계에 진입하기 전에 막연히 가졌던 선입견이다. 실상 누구의 인생에나 해 뜨는 날과 천둥·번개 치는 날이 공존하듯, 장애의 세계를 살아가는 당사자나 가족들의 삶 또한 그러하다. 드라마처럼 웃을 일도 많고, 울 일도 많고, 슬픈 순간도 많고, 벅찬 감동의 순간도 만끽하고, 사랑의 순간도 차곡차곡 적립하며 하루를 꽉꽉 눌러 담듯 살아낸다. 그런 면에서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작가는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따뜻한 시선으로 전개하며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모던 패밀리> <사이코지만 괜찮아> 같은 드라마는 '양날의 칼'이다. 유별나고 정상적이지 않아 보이는 다양한 가족 구성원들을 그려냄으로, 그들의 삶이 우리와 크게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인식을 높이기도 하지만, 자칫 소수성과 장애에 대한 획일화 된 또 다른 편견을 심어 줄 여지도 많다.
  
세상의 성소수자 중에 <모던 패밀리>의 등장 인물인 변호사 미첼처럼 경제적 능력, 사회적 지위, 가족으로부터의 이해를 누리는 당사자는 흔하지 않다. 더 근본적으로 국가에서 '동성혼'을 법제화하지 않고서는 모던한 패밀리에 합류하기 어렵다.

'오늘 자폐인(장애인) 한 명을 만났다면, 세상의 모든 자폐인(장애인) 중 한 명을 만난 것이다.'

또한 자폐성 장애는 방대한 스펙트럼을 갖는데 자칫 극 중 상태같은 케이스로 국한하기 쉽다. 보통 사람들이 자폐인이라 하면, 상태처럼 손을 흔들고(상동 행동), 일정한 문장이나 어구를 반복하고(반향어), 상대의 눈을 거의 쳐다보지 못하고, 그림 그리기 같은 특별한 재능을 갖고 태어난다는 선입견을 갖게 한다.

'Unfortunately the ASD diagnosis is not uncommonly missed by pediatricians and other professionals.' (불행하게도 자폐성 장애는 소아과 의사와 다른 전문의들이 흔히 놓치는 분야다) - Caring for Autism, Michael A. Ellis, DO

자폐 아동의 부모이자 미국의 의사 부부가 쓴 저서인 <Caring for Autism>에서 보듯이 자폐성 장애는 발달 장애 분야 중 정확한 진단이 흔하게 놓치는 장애 중 하나다. 위에 열거한 내용이 자폐의 특성인 점이 맞지만, 역으로 자폐를 지닌 모든 사람들에게서 이런 특징들을 명백하게 발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이런 좋은 드라마는 시작이 되어야 한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뒤를 이어 더 다양한 상태와 문영이들이 등장하고, 상태가 '자폐성 장애'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렸듯 지적 장애, 다운 신드롬, ADHD 등 다양한 특성을 지닌 주인공들이 모던한 방식으로 세상에 말을 거는 조금은 별난 드라마들을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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