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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의원 '비동의 강간죄' 법안 발의 류호정 정의당 의원(비례대표)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골자로 하는 형법 개정안 대표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같은 당 장혜영·이은주 의원과 배복주 여성본부장,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등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한국여성민우회/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한국여성단체연합/천주교성폭력상담소/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 류호정 의원 "비동의 강간죄" 법안 발의 류호정 정의당 의원(비례대표)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골자로 하는 형법 개정안 대표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같은 당 장혜영·이은주 의원과 배복주 여성본부장,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등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한국여성민우회/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한국여성단체연합/천주교성폭력상담소/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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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동의가 없는 성관계는 강간인가. 상식적인 답변은 'YES'(그렇다)다. "타인에 의해 강요받거나 지배받지 않으면서 자신의 판단에 따라 자율적이고 책임있게 자신의 성적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 이른바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리적으론 여전히 다투고 있는 대목이다. 현행 형법 297조 등에서 "폭행 또는 협박으로"라고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정했기 때문이다. 본인의 동의가 없었다고 해도 수사기관이나 재판부는 강간죄의 구성요건인 폭행 및 협박 여부를 따지고 든다. 현행 형법 303조의 '업무상 위력(威力 : 사람의 의사를 제압할 수있는 유·무형적인 힘) 등에 의한 간음'을 다룰 때도 상대방의 동의 여부보다 위력의 유무 여부를 더 다투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사례도 있다. 2018년 8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대한 1심 무죄판결이다. 당시 재판부는 안 전 지사의 '위력'을 인정하면서도 피해자의 저항성 여부를 따지고 들면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무엇보다 "위력 행사가 없더라도 상대방이 부동의 의사를 표명했는데 성관계로 나아간 경우 처벌하는 '노 민스 노'(No Means No), 혹은 상대방의 명시적이고 적극적인 동의 의사가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성관계로 나아가면 처벌하는 '예스 민스 예스'(Yes Means Yes)를 도입하는 것은 입법 정책의 문제"라며 현행 법체계에선 무죄일 수밖에 없다고 설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한 '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 개정안', 이른바 '비동의강간죄' 법안이 12일 발의됐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비례대표)의 1호 법안이다. 첫 여성 국회부의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경기 부천시병),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경기 용인시병) 등 총 12명의 의원들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류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 형법은 국민과 국가의 법익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성범죄 처벌을 통해 보호해야 할 법익은 '성적자기결정권'이다"며 비동의강간죄 법안을 소개했다.

폭행·협박만 있던 강간죄 구성요건, '동의 여부' 등 세 가지로 세분화

물론, '비동의강간죄' 입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대 국회에선 안희정 전 지사 1심 무죄 판결 직후 '비동의강간죄'를 신설한 개정안이 여야 5개 정당 발로 10건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못한 채 임기만료 폐기됐다.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경기 수원시을) 등 14명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로 강간죄 구성요건을 변경하는 개정안도 발의했다. 그러나 류 의원의 이번 개정안은 앞서의 법안들보다 더욱 폭 넓게 형법을 재정비하는 내용이다. 

우선 유사강간죄(형법 297조의2), 준강간죄(형법 299조),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형법 303조 ①)를 통합, 강간죄에 포함시켰다. 강간죄 구성요건을 ▲상대방의 동의 없이 ▲폭행·협박 또는 위계·위력으로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등으로 확대했다.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도 동일하게 바꾼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란 조문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폭행이나 협박으로 항거불능 상태이거나 항거가 현저히 곤란한 정도여야 강간죄가 성립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와 형법에 변화를 꾀하는 것으로, 이른바 '비동의강간죄'를 신설하는 것이다.

"폭행·협박 또는 위계·위력으로"란 조문은 기존 강간죄 구성 요건에 '위계·위력'을 추가했다. 일반적인 고용관계에 있지 않아 현행  '업무상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죄'로 처벌하기 어려운 성폭력 사건, 예를 들어 문화·예술·체육계나 특수고용관계 분야 성폭력 사건도 처벌할 근거를 만든 것이다.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조문은 기존 준강간을 강간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류호정 의원 '비동의 강간죄' 법안 발의 류호정 정의당 의원(비례대표)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골자로 하는 형법 개정안 대표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류호정 의원 "비동의 강간죄" 법안 발의 류호정 정의당 의원(비례대표)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골자로 하는 형법 개정안 대표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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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사람이 배우자가 아닌 이성과 성관계를 맺는다는 뜻을 가진 '간음'(姦淫)이란 법문을 모두 '성교'로 바꿨다.

또 '성교'를 "성기, 구강 또는 항문 등 신체의 내부에 성기를 넣는 행위"와 "성기 또는 항문에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로 정의했다.

'계집녀'(女)자를 세 번 쌓아올려 간사·간악하다는 의미를 담은 한자 '간'(姦)이 여성혐오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도 고려한 법문 변경이지만, 무엇보다 이를 통해 기존에 '유사 성행위' 등 간음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던 성범죄 행위들도 해당 법을 통해 포괄할 수 있다.

이번 기자회견에 동참한 배복주 정의당 여성본부장은 "(법조문에) 간음을 삭제하고 성교의 정의를 새로 규정한 것은 기존의 유사강간도 강간이라고 규정한 것"이라며 "이로써 피해자들은 이후 수사기관이나 재판부로부터 '성기의 삽입이 있었는가'와 같은 모욕적이고 무례한 질문을 듣지 않아도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 '강간 등 상해치사' '강간 등 살인치사' 등의 형량을 상향 조정하고, "강간과 추행의 죄"인 현행 형법 32장의 제목을 "성적 침해의 죄"로 바꾸는 내용도 담고 있다.

류 의원은 "본 개정안은 단순히 몇 가지 구성요건과 형량을 고치는 안이 아니다. 성범죄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규율하는 형법 32장을 시대의 변화, 국제적 흐름에 맞춰 전면 재정비하는 법률안"이라며 "60년이 넘도록 한 번도 바뀌지 않은 강간죄, 이제 바꿔야 한다. 국민 여러분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라고 호소했다.

"악용 가능성 있다? 오히려 '동의' 여부 더 엄격히 판단될 것"

문제는 개정안 발의가 아닌 처리다. 특히 일각에선 "상대방의 동의 없이"란 강간죄 구성요건이 자의적으로 해석되거나 악용될 수 있다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류 의원은 기자회견 후 "'상대방의 동의 없이' 조항이 재판부 해석에 따라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해당 조항이) 추상적이지 않냐는 질문인데 기존(형법)에도 양해와 승낙 등 추상적 용어를 사용해왔다"라고 반박했다. 악용 가능성을 묻는 말엔 "성범죄에 무고가 많다는 인식을 오히려 다시 점검해 봐야 한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배복주 본부장은 악용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개정안의 '동의'가 법률적 개념으로 전환됐을 땐 수사기관이 입증하게 돼 있다. 그리고 사회적 인식과 맞물려 법원의 판단과 함께 '동의'의 판단기준은 잘 쌓여나갈 것"이라며 "동의 여부가 굉장히 유연히 해석되면서 과잉처벌 되는 것을 우려하시지만 법률적 개념이 됐을 땐 (수사기관 등에서) 오히려 더 엄격히 해석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상대방의 동의 여부를 범죄 구성요건으로 주되게 고려하는 판례가 이미 쌓여가고 있어 굳이 입법까지 필요하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엔 "이대로 둔다면 피해자 입장에서 본다면 성인지감수성을 갖춘 재판부의 판결을 받느냐, 그렇지 못한 재판부의 판결을 받느냐 등 복불복의 문제가 된다"라며 "좋은 판례들을 입법화시켜서 어떤 재판부를 만나더라도 동일한 기준으로 판결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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